지친 기자는 별생각 없이, 답변을 기대하지도 않고,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당장에라도 한 호주머니엔 만년필을, 다른 호주머니엔 수첩을 챙길 채비를 하면서.
엄청난 사랑이, 열정이 찾아온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러자 갑자기 상대방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는다.
그건, 막을 수 없겠죠. 그 앞에선 완전히 속수무책일 겁니다. 사랑은 우리보다 훨씬 강하니까요, 세상 무엇보다 훨씬 더.
그렇게 말한 뒤 그는 입을 다문다. 기자도 입을 다문다. 두사람을 둘러싼 모든 게 덩달아 입을 다문다. 한마디 말이 발해진 시간, 기만을 떨쳐버린 휴식의 한순간, 거짓을 던져버린 영원의 한순간이다. - P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