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초에 목소리들이 있었다
-선녀는 참지 않았다 _ 구오




흥미로운 현상은 이 책 《선녀는 참지 않았다》에 들어 있는 열편의 이야기처럼, 한국의 전래 동화에는 주로 ‘불쌍한‘ 남성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서구의 동화는 ‘백마탄 왕자‘처럼 용기와 책임감, 여성을 보호할 수 있는 
자원이 있는 규범적 남성성을 지닌 인물(물론 실제로는 아니다)이 주인공인 경우가 많다.  - P216

우리의 전래동화에서는 여성이 남성을 구하고, 보호하고, 위로해주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가부장 없는 가부장제 사회‘다. 즉 남성이 성역할을 못함으로써 여성이 이중 노동을 하고, 그러면서도 남성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감정노동까지 해야 하는
‘식민지 남성성 사회‘이다. 남성이 남성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사회에서 여성은 더욱 고통스럽다.  - P216

이른바 ‘페미니즘의 대중화‘ 이후 수많은 여성주의 책들 속에서 《선녀는 참지 않았다》가 의미를 지니는 이유다. - P217

남성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원리를 이해하고 새로운 상상(콘텐츠)을 떠올리기 위해서는 여성주의 시각 혹은 사회적 약자의 입장에서 다시 쓰기 (re-writing), 다시 생각하기(re-thinking)가 중요하다. 
여성주의는 남성의 주장이 틀렸다는 사유가 아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세계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이는 반드시 성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장애인, 동성애자, 유색인종의 관점에서 재해석되는 경우도 많다. 백설공주가 왕자와 결혼했다가 가정 폭력으로 이혼하여 ‘일곱 난쟁이‘ 중 한 명과 다시
사랑에 빠진다거나 계모가 위험에 빠진 공주를 돕는 《흑설공주》 같은 작품이 그것이다.
- P2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