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벌판> 베트남 작가 응웬옥뜨 소설
작은 배를 타고 오리 몇마리를 방목하며 유목생활을 하는 삶 어디에도 나와 디엔이 바라는 정상적인 삶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엄마가 뜨내기 옷감장수와 떠나버린 후 아버지는 평범한 생활을 포기해 버렸다. 남매는 그래서 더 힘겨운 시간을 이겨내야만 한다. ‘끝없는 가난‘이란 말로 표현되는 삶이라니.. 아내가 떠나버린건 아이들 잘못이 아닌데 모든걸 놓아버린듯한 아버지의 모습은 사실 납득하기도 힘들고 용서하기도 힘들다. ˝제발 정신 차려.˝ 하고 크게 소리치면서 양 어깨를 마구 흔들어주고 싶다.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이런 삶이 언제까지 계속될런지... 하...

유목생활은 우리에게 서글픈 마음을 갖지 않도록, 천막을 접을 때 무덤덤한 마음으로 다른 벌판을 향해 떠날수 있도록, 다른 샛강의 물줄기를 아무렇지 않게 따라갈 수 있도록, 더 이상 그 어느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 더이상 그 무엇에도 애착을 갖지 않을 것을 강요했다. 더욱이 우리는 벌판에서 오리를 치는 다른 무리들보다도정처가 없었다. 아버지의 연애가 나날이 짧아졌기 때문이다. - P99
아버지는 종종 평범한 모습을 보였다. 사람들(‘사람‘속에 우리 남매는 포함되지 않는다) 속에서 아버지는 마냥 즐거운 양 웃음 띤 얼굴로 말하곤 했다. 여러 번 나는 놀란 표정을 숨기지 못했고, 그럴 때마다 옛-날-의-아-버지를 다시 만난 듯한 생각이 들었다. 마을 사람들이여러 차례 우리 천막을 찾아왔다. 사람들이 들를 때마다 아버지는 나를 불러 "얘야, 마른 생선 몇 마리 구워서 가져 오너라. 아버지가 이 아저씨들하고 한잔 해야겠구나..."라고 말했다. - P100
디엔 녀석도 즐거운 마음으로 빈술병을 들고 가게에 들러 술을 받아왔다. 아버지가 단지 이름을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디엔은 신이 났다. "디엔아……… 디엔…………." 하지만 그런 즐거움은 잠시뿐이었다.
사람들의 그림자가 사라지고 나면 아버지의 모습은연극을 방금 마친 배우와 같았다. 망연자실 넋도 빠져나가고, 고독에 겨운 창백한 얼굴을 하고, 범접할 수 없을만큼 냉랭한 자세를 취했다. 우리 남매는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다보아야 했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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