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성적 자기결정권을 넘어서
성매매가 노동인가 폭력인가에 대하여, 성폭력 피해자 중심주의에 대한 논의, 그리고 성적 자기 결정권에 대한 담론이 담겨있다.
˝내 몸은 나의 것˝이 아니라 ˝내 몸이 바로 나˝라는 인식이 성적 자기 결정권에 대한 출발점이 되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부록으로 실린 ˝죽어야 사는 여성들의 인권:한국 기지촌 여성 운동사1986~1998˝은 ... 이보다 더 자세히 알긴 어렵다 느낄 정도! 같은 사건(윤금이, 송종순 사건)을 여러 책에서 반복적으로 대하다보니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어온다.

피해자 중심주의는 오랜 세월 동안 객관성이 남성의 경험에 근거했기 때문에 이제는 여성의 경험이 객관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객관성이 사회적 권력관계로부터 자유롭게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며, 마치 여성주의가 가부장제 세계관을 대체할 수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여성주의는 기존남성의 입장에서 구성된 객관성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의 객관성을 역사화하고 정치화함으로써 부분화하고 상대화하자는 것이다. 객관성은 권력의 내용이 아니라 형식이며, 권력관계에 따라 변화하고 유동하고 이동하는 정치적 구성물이기 때문이다.  - P259

피해자 중심주의는 모든 피해 여성이 동일한 경험을 하며 피해자의 경험이 그 자체로 객관적인 것 같은 오해를 준다. - P259

사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성폭력 피해자 중심주의는 실현 불가능한 기획이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주장이 대립할 때, 피해자의 목소리를 우선 경청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P260

이는 성폭력뿐 아니라 모든 인권 이슈의 기본 시각이다. 유독 성폭력 문제에만 피해자 중심주의를 강조해야 하는 상황과 이 주장이 과격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적 조건 자체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차별적인지 보여줄 뿐이다. - P260

가장 큰 문제는 피해자 중심주의가 오히려 성폭력 사건의 객관성 증명 책임을 피해 여성에게 지운다는 사실이다. 피해자 진술의 객관성은 피해 여성에 의해서가 아니라, 여성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사회의 태도에 따라 결정된다. 다시 말해 성폭력 사건의 객관성은 피해 여성이 증명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여성들의 목소리를 존중하는가 ,아닌가에 달려 있다. 객관성은 ‘해방‘에 관한 것이 아니라 무엇이 객관적인지 사회적 경합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피해 당사자들이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는 문제이며 그렇기 때문에 불평등한 구조를 드러내는 표식의 일부이다. - P260

개인의 경험과 말하기 실천은 기억들 간의 경합과 선택의 결과이다. 따라서 경험은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인 해석이다. 성폭력 사건의 객관성(‘사실‘, ‘진실‘)은 여성의 경험에 근거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경험을 해석할 수 있는 특정 사회의 언어 체계에 그 책임이 있으며, 이는 성별 권력관계에 의해 구조화된다.
- P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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