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섬에서 가장 먼저 사라진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가끔 생각한다. "네가 태어나기 한참 전에, 이곳에는 훨씬 많은 것들이 있었단다. 투명한 것, 향기로운 것, 하늘하늘한 것, 반들반들한 것・・・・・・전부 네가 상상도 못할 만큼 멋진 것들이었지." 어릴 적에 어머니는 자주 그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 P5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섬 사람들은 그렇게 멋진 것들을 영원히 마음속에 간직할 수 없어. 섬에 사는 한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순서대로 하나씩 잃어버릴 수밖에 없지. 조금 있으면 너도 처음으로 뭔가를 잃을 때가 올 거야." "그거 무서운 일이야?" 걱정이 된 나는 어머니에게 물어보았다. - P5
"아니, 괜찮아. 아프지도 괴롭지도 않으니까. 아침에 침대에서 눈을 뜨면 어느새 다 끝나 있거든. 가만히 눈을 감고 귀기울여 아침 공기의 흐름을 느껴보렴. 어딘가가 어제와 다를 거야. 그러면 자기가 뭘 잃었는지, 섬에서 뭐가 사라졌는지 알 수 있단다." - P6
"소멸이 일어나면 한동안 섬이 어수선해져. 다들 길거리 여기저기 모여서 사라진 것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해. 그리워하고, 서글퍼하고, 위로를 나누지. 만약 그것이 형체를 지닌 물건이라면 모두 들고 나와서 불태우거나 땅에 묻거나 강에 흘려보낸단다. 하지만 그런 동요도 이삼일이면 가라앉지. 사람들은 금방 원래의 일상을 되찾아. 무엇을 잃었는지조차 떠올리지 못하게 되는 거야." - P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