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피해 호랑이 🐅

로마로 오면 그들은 큰 바퀴가 달린 마차에 무기들과 함께 실린다. 다른 모든 진기한 상품들처럼 환영받으며, 큰활자로 그들의 이름과 노획된 장소가 내걸린다. 사람들은그들을 항구 인근의 성벽 저편에 가둬두고 맹수 우리에 밀어 넣은 다음 언젠가는 노획물로 삶을 마감할 경기에 출전시키기 위해 때를 기다린다. - P64

침착한 동물들 사이에 증오를 부추긴다. 동물들이 너무 온순할 때는 며칠씩 굶기고, 뾰족한 가시와 불붙은 덤불을 던지고, 쩔렁거리는 쇠를 매달거나 짚으로 만든 붉은 인형으로 자극한다. 원형극장에서 싸움을 거부하는 동물, 전투의 대본을 쓴 사람이 정해 준 역할을 거부하는 동물은 목숨을 잃게 된다. - P65

전투는 성스럽다. 눈을 사로잡는 멋진 광경을 연출하기 위해 몰이꾼들이 동물들을 쇠사슬로 잇는다. 반원형의 경기장 안에서 오록스를 코끼리와, 코뿔소를 수소와, 타조를수컷 멧돼지와, 사자를 호랑이와 이어서 서로 마주 보도록 만든다. 넓은 들판이라면 결코 만날 수 없는 것들 사이에 적개심을 부추기고, 그들의 생활 공간을 박탈하고, 무방비로 대중의 시선에 노출되어 겁에 질려 미치게 만든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실존의 밧줄에 묶인 채 다만 저 고통스럽고 흥에 겨운 죽음의 저주를 충족시킬 목적으로만 살아남아 있다. 사형판결의 죄목은 마지막까지 미지의 어둠 속에 머물 것이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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