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 삶의 불가항력적인 선택에 대해서...
1950년대 초 미국의 뉴저지주 뉴어크의 유대인 동네에서 코셔 정육점(유대인의 율법에 맞는 정결한 고기를 파는 정육점)을 운영하는 아버지 밑에 태어난 마커스 매스너의 파란만장한 대학시절과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전사하는 모습을 그린 소설이다. 한 젊은이의 인생인데 이런 한문장으로도 설명이 된다는 것이 무색할만큼, 그리고 ‘울분‘을 토해내듯 쓰여진 문장들은 그저 술술 막힘없이 읽힌다.
필립 로스의 작품으로 가장 먼저 읽었던 소설로는 <에브리맨>, 에세이 <아버지의 유산>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 작품이다. <에브리맨>이라는 작품의 제목에서 보여지듯 누구나 겪을 수 있을 삶의 보편적인 단면을 보고 온 듯 이어지는 문장들이 한편 지루하게 느껴질수도 있는데 난 그런 점이 이상하게 더 와닿았고 그래서 그것이 시대가 지났다해도 낯설게 다가오지 않은 것은 그것이 필립 로스만의 문체 덕분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이러한 나의 생각은 이 책 <울분>을 번역한 정영목 교수의 (<에브리맨>도 정영목 교수의 번역이었다!) 옮긴이의 말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1950년대 초의 청년 이야기를 그렸다고 해서 2010년대의 청년 또는 그 밖의 연령층에 속한 사람에게 낡고 낯설게 느껴진다면, 필립 로스가 현재의 반열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라는 이야기 또한 굳이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필립 로스 식‘이라는 말로 대체한 그의 혜안에 감탄. 그래서 나 역시 이 작품을 ˝그냥 읽어보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완전하지 않은 인간들이 각자 그 나름으로 최선을 다해 선택한 결과들이 합쳐져 최악의 결과를 빚어내는 일이 어디 1950년대에만 있었겠는가. <에브리맨>에서도 그랬지만, 이렇게 인간의 선악을 넘어서버리는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인간이 검당할 수 없어 갖다 붙인 모든 인공물을 벗겨낸 자연의 세계를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깜깜한 밤에 번갯불에 드러나는 풍경을 보는 듯한 그 서늘한 순간이면, 왠지 그전부터 계속 그 자리에 있었을 것 같은 로스의 부릅뜬 눈도 함께 보이는 듯하다.˝
책을 읽고나면 드는 일말의 감동으로, 한바탕 잔뜩 로스에게 휘둘리고 제자리로 돌아온 듯 가슴이 진정이 되지 않는 경험도 하게 된다.
읽고나면 분명 로스에게 빠지게 된다.^^
그러니 그냥 읽어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