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디치 씨, 준비완료?
이제 펠리시아를 우연인 듯 만나고 데려오기만 하면 되는건가?
아니다. 자기 발로 오겠구나!
이 남자가 그녀의 돈을 훔쳐갔으니까 곧 돈이 없어진걸 알게 될 것이다.
이 작품 스릴러로 분류가 되던데.. .
이 사람 정체가 뭔지 점점 감이 온다.
그가 만났다는 많은 여자들의 이름들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여자들이 좋아서 따라올만큼 외형적으로 매력적인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윌리엄 트레버 작가의 처음 읽는 책이다.
도서관 갔더니 꽤 많은 책들이 서가를 차지하고 있었다. 두 권 빌려오고 신간은 구입했다.
얼른 읽어야지!
읽을 책이 자꾸 쌓인다.

어젠 포근한 가을날이더니 오늘은 비 예보가 있다.
잔뜩 흐린 하늘인데 의외로 춥진 않다.
어제 텃밭에서 무를 10개 뽑아 동치미 담가놓았다.
쪽파도 넉넉하게 넣고 청양고추도 듬뿍, 동네 친구네서 청갓도 얻어와 넣었더니
이리도 뿌듯하고 좋을 수가 없는게...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있는 시골(?) - 도시 근교라고 해야하나? 후훗- 생활이 난 넘 좋아~~
우리 가족들ㅇㅣ 제일 좋아하는 겨울김치가 동치미다.
얼른 익어서 먹을 날을 고대한다.





다음날 저녁, 직장에서도 듀크 오브 웰링턴 로드 3번지에서도 먼 곳으로 나온 힐디치 씨는 그를 알아볼 사람이 없는 슈퍼마켓으로 차를 몬다. 머리망과 팬티스타킹, 여자 속옷, 탤컴파우더, 그리고 얼굴에 바르는 크림을 구입한다. 이미 어느 토요일 자선바자회에서 겉옷 몇 벌과 모자 두 개를 사두었다. 식사를 한 후 그는 산 물건들을 집안 여기저기에 정리해 넣는다. 코트와 스커트 원피스는 옷장에 넣고, 속옷을 서랍장에 넣을 때는 구기고 심지어 조금 찢는 수고까지 한다. 로션병들을 반쯤 비우고 튜브에 든 크림은 반쯤 짜낸다. 탤컴파우더와 립스틱, 눈화장에 쓰는 제품은 화장실 수납장에 넣는다. 그리고 부엌 천장에 달린 건조대에 스타킹을 넌다. 쌓인 영수증과 그의 이름이 적힌 봉투며 서류들, 오래된 수표책과 은행 내역서는 안전한 곳으로 치운다. - P151

어머니가 죽자 힐디치 씨는 조문카드를 보내온 옷장수에게 어머니 유품을 팔았는데, 나중에야 신발을 넣어둔 박스를 미처 보지 못했음을 알았다. 그는 언젠가 다음에 처분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바깥 창고에 두었다. 그는 그 신발들을 부엌 식탁에 올려놓고 곰팡이를 닦은 다음 옷장 옆에 한 줄로 늘어놓는다. - P152

그녀는 그 여자들이 죽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 방의, 그 거친 숨결 그녀의 옆얼굴에 잠시 닿았던 땀의, 그가 말하는 방식의 뭔가가 그 사실을 말해준다. 그들의 죽음으로 어둠이 더욱 숨막히게 그녀를 옥죄어오고 역겹다못해 악취가 나는 것 같다. - P234

"집밖까지 차를 태워주지." 속삭임이 다시 들려오고, 두툼한 입술이 가까이 있는 듯 느껴진다. "옷을 챙겨 입고 함께 차로 나가지. 여비로 챙겨줄 돈도 있어. 집에서 걸어나가 차에 타기만 하면 돼."
그녀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안다. 그 여자들에 대해 확신하는 만큼 그 둥근 차 안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안다. 그는 밤이 오기를,  밤이 깊어지기를 기다린 것이다. 어둠은 그가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차도.
"네." 그녀가 동의한다. "네, 옷 입을게요." - P235

마룻장이 삐걱대고 그가 느릿느릿 문가로 걸어간다. 문손잡이가 딸각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리지만, 불빛은 들어오지 않고 그림자도 생기지 않는다. 그가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여전히 어두컴컴한가운데 아래로 향하는 육중한 발소리가 들린다.
몸이 얼어붙어,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두려움에 질려, 그가 있을 때보다 오히려 더 공포에 사로잡힌 그녀는 그가 떠나간 자리에그대로 누운 채 침대에서 일어날 힘이 남아 있기는 한가 생각한다. 그러나 이윽고 그녀는 침대에서 내려와 휘청거리며 방을 가로지른다. 조용히 문을 열고 문 바깥쪽에 열쇠가 있는지 더듬어본다. 열쇠는 없다.
그녀는 다리에 피가 흘러내리는 것을 느끼고 불을 켠 다음 침대 시트자락으로 피를 닦아낸다. 손과 팔이 떨려 어느 동작 하나 쉽지 않다.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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