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에덴은 호기심에 끌려 평생을 살아왔다. 알고 싶었다. 그를 세상 곳곳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가게 한 것도 호기심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는 자신이 아무것도 알지 못했음을, 그리고 배를 타고 영원히 떠돈다 한들 아무것도 알지 못할 것임을 스펜서로부터 배우고 있었다. 그는 그저 사물의 표면을 스쳐 지나면서 동떨어진 현상을 관찰하였고, 사실의 단편들을 축적하고, 피상적이고 하찮게 일반화해왔다. 
변덕과 우연뿐인 세상에서 모든 것들은 일관성도 질서도 없이 서로 무관해 보였다. 그는 날아다니는 새를 봐 왔고 그 비행 방식을 추론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새들이 유기적 비행기구로 발전하게된 과정을 설명해 보겠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었다. 그런 과정이 있었으리라는 생각은 꿈에도 해 보지 못했다. 새들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생각할 거리가 아니었다. 새들은 언제나 있었고, 그냥 생겨난 것이었으니까. - P150

"말도 안 돼, 너도 알잖아." 올니가 못마땅하게 말했다. "마틴은 교양이 아니라 직업을 원해요. 그의 경우에 그 직업을 위해 교양이 필요할 뿐이죠. 그가 화학자가 되려 한다면 교양은 필요 없겠죠. 마틴은 글을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싶어 해요. 하지만, 당신이 틀렸다는 게 드러날까 봐 그렇게 얘기하지 않는 거예요. 그런데 마틴은 왜글을 쓰는 일을 하고 싶어 할까요?" 그는 계속했다. 
"빈둥댈 만큼 재산이 없기 때문이죠. 당신은 왜 당신 머리를 색슨어와 일반교양으로 채울까요? 당신은 먹고살 길을 스스로 찾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에요. 당신 아버지가 알아서 마련해 주시겠죠. 당신한테 옷과 다른 모든 걸 사 주시잖아요. 우리가 받은 교육, 당신과 나와 아서와 노먼이 받은 교육이 대체 무슨 소용이 있죠? 우리는 일반교양에 푹 절어 있지만, 오늘 아버지들이 파산하신다면 내일 우리는 전락해서 교원 자격시험을 봐야 하겠죠. 그렇게 되면 루스, 당신이 얻을 수 있는 최상의 일자리는, 시골 학교 선생이나 여자 기숙학교의 음악 선생일 거예요." - P158

그날이 왔다. 골목에 나갔으나 치즈 페이스는 없었다. 그는 아예 오지 않았다. 아이들은 그가 치즈 페이스를 이겼다고 축하했다. 하지만 마틴은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치즈 페이스를 이기지 않았으며 치즈 페이스도 그를 이기지 않았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바로 그날, 치즈 페이스의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음을, 그들은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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