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여행하는 사람이 가장 빨리 간다는 말이죠." 그녀가 속담을 인용해 주었다.
‘하지만 나는 당신과 함께 가도 마찬가지로 더 빠르게 갈 겁니다.‘
그는 불쑥 그렇게 말해 버리고 싶었는데, 햇살이 내리쬐는 공간과 별이 총총한 허공의 무한한 세계가 눈앞에 펼쳐졌다. 그는 그 세계를 그녀와 함께, 그녀를 팔에 안고 떠다녔으며, 그녀의 옅은 금발이 그의 뺨 언저리에 휘날렸다.  - P128

 동시에 그는 언어가 비참할 정도로 부족함을 깨달았다. 
맙소사! 그가 본 것을 그녀도 볼 수 있도록 단어들을잘 직조해 낼 수만 있다면! 그는 제 마음의 거울에 불시에 비친 이 환영들을 그려 내고자 하는 욕망을, 죽음의 고통처럼 격렬하게 느꼈다. 
아, 그것이었다! 그는 비밀의 끄트머리를 잡았다. 이것이 바로 위대한 작가들과 대(大)시인들이 한 일이었다. 그들이 거인이 된 이유였다. 그들은 그들이 생각하고, 느끼고, 본 것을 표현하는 방법을 알았다.  - P128

양지에서 자는 개는 종종 낑낑대고 짖지만, 무엇을 보았기에 낑낑대고 짖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그는 개들이 왜 그러는지 궁금했다. 그런데 자신이 바로 양지에서 자는 개와 같았다. 그는 고귀하고 아름다운 환영들을 보았으나, 루스에게는 낑낑대며 짖는 것밖에 하지 못했다. 
이제 양지에서 잠자기를 그만두리라. 일어서서 눈을 크게뜨고, 자신의 풍부한 비전을 그녀와 나눌 수 있을 때까지, 가려지지 않은 눈과 얽매이지 않은 혀로 분투하고, 노력하고, 배울 것이다. 
다른 이들은 표현의 기술을, 언어를 말 잘 듣는 머슴으로 길들이는 기술을, 단어들을 개별 의미의 합보다 더 많은 의미를 갖게끔 조합하는 기술을 터득했던 것이다. 그는 언뜻 본 비밀에 깊이 각성했고, 햇살이 내리쬐는 공간과 별이 총총한 허공에 다시 한번 사로잡혔다. 
주위가 매우 조용하다는 생각에 깨어나니, 루스가 흐뭇한 표정으로 눈에 미소를 담고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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