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계단을 내려가서 거리로 나갔다. 공기를 한껏 들이마셨다. 집안의 분위기에 숨이 막혔고, 견습공의 수다에 돌아 버릴 것 같았다.
예전에도 몇 번씩이나 손을 뻗어 짐의 얼굴을 죽 그릇에 처박아 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집을 나와 버리는 도리밖에 없었다. 견습공이 떠들어 대면 댈수록 루스는 그로부터 더욱더 멀어지는 듯했다. 그런무리와 어울리면서 어느 세월에 그녀에게 걸맞은 인간이 될 수 있겠나? 그는 그에게 닥친 문제에 간담이 서늘했고, 자신이 노동 계급이라는 악몽에 짓눌렸다. 누나, 누나의 집과 가족, 견습공 짐, 그가 아는 모든 사람, 삶의 모든 인연. 모든 것이 그를 끌어내렸다. 삶의 맛은 좋지 않았다. - P67

루스를 놀라게 하는 것은 그의 이런 독특한 관점들이었다. 새로우면서도 그녀의 믿음과 상반되기도 할 뿐 아니라 그녀의 신념을 밀어내거나 수정해 버릴 위험이 있는 진실의 맹아가 그 속에서 느껴졌다.
그녀가 스물네 살이 아니라 열네 살이었다면 그러한 관점에 동화되어 바뀌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녀는 스물네 살이었고, 천성적으로도 보수적인 데다 그런 교육을 받았으며, 나고 자란 삶의 틈새에맞게 굳어져 있었다. 그의 기괴한 비평들이 언급된 순간에는 그녀가 난처한 것이 사실이었으나, 그녀는 그의 별난 개성과 낯선 생활방식을 탓함으로써 그 말들을 곧 잊어버릴 수 있었다.  - P107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의 비평을 탐탁지 않게 여기면서도 그 발언의 힘과 그 발언에 동반되는 그의 번쩍이는 눈, 진심 어린 표정에 전율했으며 마음이 끌렸다. 그녀는 자신의 지평너머에서온이 남자가, 그런 순간에, 그 지평너머로 더 넓고 깊은 인식을 비춰 주고 있다고는짐작도 하지 못했다. 그녀의 한계는 그녀의 시야가 갖는 한계였다.  - P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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