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저기, 안쪽 거리에서 다가오고 있는 건 막내딸 싱네가 아닌가? 그래 그렇지, 싱네가 맞군, 나를 보러오는 길인가본데, 그래 우리 싱네, 요한네스는 생각한다. 착하기도 하지, 요한네스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걸음을 멈추고 길가에 서서 바라본다, 싱네가 단호하고 빠른 걸음으로 거리를 따라 내려온다, 그런데 무슨 일로 저리 걱정스러운 얼굴이지? 그리고어째서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걸까? 
그녀, 싱네는 불과 몇 미터 앞 길가에 서 있는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냥 스쳐간다, 왜 그를 보지 못하는 걸까? 막내딸 싱네가, 마주 오면서도 그를 알아보지 못하다니, 저런, 싱네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왜 나를 못 알아보지? 요한네스는 생각한다 - P113

싱네, 싱네, 내가 안 보이는 거냐, 그가 말한다 그리고 요한네스는 깊은 절망에 휩싸인다, 싱네가 그를 보지도 그의 목소리를 듣지도 못하고, 그저 그를 향해 똑바로 다가오기만 한다 싱네, 싱네, 요한네스가 말한다 그리고 싱네는 그의 코앞에서 걸음을 약간 늦춘다 그리고 요한네스는 싱네의 눈에서 전에 없는 두려움을 본다, 그녀의 눈동자가 두려움으로 칠흑처럼 어두워졌다. 요한네스는 생각한다. 그녀는 여전히 그를 보지 못하고, 그를 향해 정면으로 다가오고 다가온다 - P114

싱네, 싱네, 내가 안 보이는 거냐. 요한네스가 말한다
그리고 싱네는 마주 다가와 그의 몸 한가운데로 쑥 들어가더니 그대로 그를 통과해 지나친다 그리고 그는 싱네의 온기를 느낀다. 하지만 나를 통과해 지나가다니, 요한네스는 생각한다.  - P114

싱네도 생각한다. 아니 이게 뭐지, 뭔가 마주 온 것 같은데, 그녀를항해 마주 오는 그것을 분명히 보았고, 옆으로 비껴 피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것은 자신을 향해 다가왔고 그녀는 계속 가는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중심을 통과하는 순간 너무도 차가웠다. 차갑고 무력했을 뿐, 다른 것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섬뜩했는데, 아무에게도 얘기할 수 없을 거다. 그랬다간 사람들이 미쳤다고 생각할 거야, 싱네는 생각한다. 그런데 아버지한테 무슨일이 생긴 걸까? 홀로 임종을 맞이하신 건 아니겠지? 그래서는 안 되는데, 하지만 그녀가 하루종일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도 아버지는 받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진작 아버지에게 들르고 싶었지만, 일 때문에 빠져나올 수 없었다, - P115

싱네, 싱네, 이제 대답 좀 하려무나, 아버지가 부르잖니, 요한네스는 외친다
그리고 그의 귀에는 길을 따라 내려가는 싱네의 발소리만 들려온다, 이런 무서운 일이 있나, 이렇게 끔찍할 데가, 싱네가 그의 목소리를 듣지도 그를 보지도 못하다니, 너무나 끔찍해, 요한네스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이제 싱네를 뒤따라 집으로 가자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싱네가 나를 보러 가는 것 같으니까, - P116

그리고 그는 마치 머리카락이 한 올도 없는 것처럼 손으로 머리를 쓸어올린다
이해하겠나? 페테르가 묻는다
잘 모르겠는걸, 요한네스가 말한다
자네도 이제 죽었네 요한네스, 페테르가 말한다
그리고 요한네스는 페테르를 바라본다, 그런 말을 하다니, 고약하게도, 그가 죽었다니
내가 죽었다고? 요한네스가 묻는다
자네도 이제 죽은 거라네 요한네스 그래, 페테르가 말한다 - P128

그리고 내가 자네의 제일 친한 친구였으니 자네가 저세상으로 가도록 도와야지, 그가 말한다
내가 저세상으로 가도록 도와? 요한네스가 묻는다그리고 페테르는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집에 누워 있는 자네는 죽은 거네 요한네스, 페테르가 말한다
아하, 내가 그러고 있군, 요한네스가 말한다
그래, 페테르가 말한다
자 이제 가게나, 요한네스, 그가 말한다
그리고 요한네스는 페테르에게 다가가 그와 함께 길을 내려간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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