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모토 테루의 작품은 <금수>를 도서관에서 우연히 빌려 읽고 연달아 <환상의 빛>을 빌려 읽었고,
다음엔 <풀꽃들의 조용한 맹세>는 알라딘에서 구입해 읽었다. 이사 오면서 가지고 있던 책의 2/3 정도는 판매하거나 버리거나 고물상으로 갔는데 아직 우리집 다락방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좋았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요즘 나의 최대 고민이 더 이상 책을 늘리지 않는거라서 이 책 <등대>는 한참을 기다렸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읽고 나서도 그렇고 읽을 때도 느낀 거지만 전작들에 비해서 스토리 전개가 굉장히 편안했다는 거다.
물론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 그리고 평생을 근처에서 함께 한 절친의 죽음이라는 소재가 등장하지만 그로 인해서 심각한 전개로 이어지거나 무언가 파탄이 나거나?? 하는 갈등 상황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갑작스런 아내의 죽음이라는 소재이지만 우리는 다시 또 일상을 그저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조용히 설파하는 듯한 느낌의 전개라서 읽는 내내 그것이 좋게 다가왔다. 좋아하는 작가라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미야모토 테루가 작품에서 주인공 고헤의 생각을 빌어 말한 부분이 나는 이 작품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는 구절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 그 구절들을 남기면서 리뷰를 대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내와 함께 꾸려나가던 '중화소바'라는 라면 집도 2 년이나 문을 닫은 채로 의기소침해 있다가 어느 날 펼쳐 든 책 속에서 아내에게 온 엽서를 발견한 고헤는 엽서에 그려진 등대 그림을 보고 갑작스럽게 등대를 찾아 여행을 떠났다. 참고로 고헤는 자신이 고등학교를 중퇴한 학력을 극복하고자 친구(얼마 전 오래 함께 했었고,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유명을 달리 한)의 권유로 책을 읽게 되었는데 집 한 층 전체를 서재로 꾸밀 만큼 많은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가져온 오늘의 제목이기도 한 저 문장도 '버네트'의 글에서 가져왔다는 것이 썩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이란 것도 그래서 넓은 서재를 갖고 있단 것도...
이래저래 부러우면서 아주 맘에 드는 설정이다^^
고헤는 주차장으로 돌아와, 내비게이션을 예약한 호텔로 설정했다.
호텔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해안에서 내륙부로 들어간 길은 거의 일직선이었고, 다이오사키 등대에서 봤던 석호가 실은 삐쭉빼쭉한 선을 그리며 육지로 들어온 바다의 일부임을 알 수 있었다.
정확한지 어떤지 자신은 없었지만, 버네트의 글을 떠올렸다.
ㅡ 실제로 누구의 인생에나 놀랄 만큼의 행복이 도처에 있으니까요. ㅡ
주유소 옆 편의점에서 컵 된장국과 주먹밥을 두 개 샀다.
그 밖에 반찬이 될 만한 게 있나 둘러보다가 오늘 밤은 이거면 충분할 듯해 미네랄 워터만 두 병 사서 편의점을 나왔다.
놀랄 만큼의 행복 따위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는 사람도 세상에는 얼마든지 있다.
<소공자>를 처음 읽었던 스물일곱 살 때, 고헤는 그렇게 반박하고 싶었지만, 마흔을 넘길 즈음 과연 세상에는 놀랄 만큼의 행복이 널려 있는 걸 알게 됐다.
이를 테면? 하고 물으면 설명하기 곤란할 정도로 숱한 행복이.
추운 밤 뜨거운 물을 받은 욕조에 몸을 담그고 커다랗게 하품할 때. 하루 일을 마치고 미지근한 소주 한두 잔에 기분 좋게 취해 아내와 시시한 수다를 떨 때. 길 잃은 고양이 한 마리를 마주해 그냥 입양해버릴까 하고 아내와 진지하게 토론하는데, 때마침 주인을 따라 이쪽에는 눈길 한 번 안 주고 가버릴 때.....
그런 사사로운 일이 행복이라고? 놀랄 만큼의 행복이라면 최소한 죽을병에 걸렸다가 기적적으로 완치됐다든가, 무일푼에서 대부호가 됐다든가, 뭔가 명예로운 상이나 훈장을 받았다든가, 요컨대 더 드라마틱해야 하는 게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비웃으리라. 짐작건대 그런 사람들은, 놀랄 만큼의 행복은 평생 만나지 못한다.
말라 죽은 줄 알았던 작은 화분의 꽃씨가 연둣빛 새싹을 틔웠다. 이게 행복이 아니면 뭘까?
삐딱하게만 굴다 집을 나갔던 아들이 어느 날 대문 앞에 서 있다가 "죄송해요"라며 울먹인다. 이게 행복이 아니면 뭘까.
그렇게 생각햐면 누구의 인생에나 넉넉한 행복이 마련되어 있다.
고헤는 호텔에 체크인하고 전망 좋은 방에서 쉬면서, 시마의 깊숙한 후미에서 석양빛에 물든 바다를 바라보며 도처에 있는 사사로운 행복들을 손꼽아 보았다. (223 ~ 224쪽)
이런 평온한 문장들을 대하면서 나도 생각한다.
이런 글을 읽는 이 시간들이 나에게도 놀랄 만큼의 행복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에라 모르겠다. 이상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좋으면 되지... 내가 좋아하는 문장이니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으로 물들이리라~~~ (아, 그러고보니 모바일에선 안보이는구나. . ㅠ.ㅠ)
하하하핫~~~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미야모토 테루의 작품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