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장 사회언어학자를 만나다
~ 1장 헤픈 매춘부들과 추잡한 레즈비언들

... 우리가 할 수 있는 다른 긍정적인 일은 우리 아이들에게 성차별적인 용어를 사용할 때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한다는 것이다. 아동기와 청소년기는 젠더화된 고정관념이 공고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없이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젠더화된 단어, 즉 여성, 남자, 여자, 남성, 남자애, 여자애, 그녀, 그 등... 왜 언어를 통해 누군가의 젠더를 밝혀내는게 우리에게 이렇게나 중요한 것일까?


언어와 문화는 불가분의 관계다. 언어는 언제나 권력 구조와 사회규범을 반영하고 그것을 강화했으며 지금도 그렇다. 늙은 백인 남자들은 문화를 너무 오래 다스렸고, 언어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소통되는 매개체다. 그렇기에 우리가 왜 그리고 어떻게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도전하고 이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살필 시간이 왔다. 

우리가 매일같이 쓰는 단어에 질문을 던지고, 그런 단어들을 사용하는 문맥을 살펴보는 것이다. 이를 깨닫지 않으면 주소나 욕처럼 아주 간단한 말조차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권력구조를 강화할것이기 때문이다. - P20

그러나 그 단어들이 어떻게 들리는지보다 훨씬 더 중요한 점이 있다. 여성들을 향한 모욕이 이토록 저항할 수 없는 힘을 갖게 되는 이유는 이 중 많은 단어가 이제 완전히 부정적으로만은 보이지 않는 데 있다. 모든 것은 탈환과 관련이있으며, 이는 사람들이 이 단어들의 의미를 밑바닥부터 적극적으로 재정의할 때 이루어진다.  - P55

우리 문화에서 가장 억압받는 공동체로부터 가장 성공적으로 전유된 단어들이 생겨났다. 

‘퀴어‘를 예로 들어 보자. 아마 최근 역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는 이 단어는 처음에는 동성애 혐오적인 모욕이었으나 학계와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의해서 무척 인상적으로 전복되었다. ‘퀴어‘는 여전히 누군가에게는 문제적으로 비쳐지지만, 큰 틀에서 볼 때 이 단어는 비순응적인 성정체성과 젠더를 자기정의적으로 일컫는 용어로 진화했다. 오늘날 <이성애자 남자를 퀴어 아이로 보기 Queer Eye for the StraightGuy> 같은 TV 시리즈처럼 가볍게 이 용어를 쓰는 경우가 눈에 띈다. 또한 채용 공고에 ‘여성‘, ‘남성‘과 나란히 퀴어가 하나의 젠더 옵션으로 적혀 있기도 하다. - P55

인터넷 시대가 도래한 뒤로, 밈-웹에 돌아다니는 상징-역시 단어의 주권을 억압자로부터 억압을 당하는 이들에게로 돌려주는 데 일조했다. 

밈을 통한 재전유에서 가장 유명한 예는 아마 못되어 먹은 여자를 일컫는 ‘내스티 우먼‘일것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2016년 대선 토론에서 힐러리 클린턴에게 ‘내스티 우먼‘이라는 말을 한 지 24시간이 되지 않아서, 이 장면은 ‘짤‘로, 머그잔 문구로(나도 이런 머그가 하나 있다), 가족계획을 위한 기금 마련 온라인 캠페인 문구로 만들어졌다. 네티즌들이 이 말을 처음 한 남자로부터 빼앗아 오는 데는 하루밖에 걸리지 않았다. 인터넷은 때로 이렇게 멋진 일을할 수 있다. - P60

‘비치미디어 Bitch Media (이름에서부터 멸칭을 전유하는 비영리단체)의 공동설립자이자 운영자인페미니스트 미디어의 거물 앤디 자이슬러 Andi Zeisler 는 내게 젠더화된 모욕이 야기할 수있는 위해를 줄이려면 이를 나쁜 방식으로 쓰기를 피하면 된다고 알려 주었다. 
말하자면, 오직 긍정적인 맥락에서만 쓰는것이다. - P61

혹은 이를 다 포기할 수도 있다. 모든 모욕이 재전유를 위한 건 아니니까.

 ‘슬럿‘은 페미니스트들에게 의미를 가져오기보다는 없애야 한다고 여겨지는 단어가 되었다. 성적으로 ‘난잡‘한 여성을 특별하게 지칭하는 단어라는 점이 기원부터 다소 수상쩍은 데가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슬럿 워크‘를 만든 앰버 로즈 역시도 ‘슬럿‘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기를 바란다. 
이 모델이자 활동가는 2017년 《플레이보이》에서 이렇게 말했다. "올해 제 목표는 (…) ‘슬럿‘이 사전에서 사라지도록 하는 거예요. 웹스터 출판사의 본부를 찾아내서 내 팬들에게 나와 같이 저항하자고 말할 거예요. 사전에서 ‘슬럿‘의 정의는 ‘난잡‘한 여성이거든요."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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