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밤과 꿈에 빠져드는 겨울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
그리고 차가운 겨울 환호와 박수 속에 영국 사우샘프턴 항구를 떠나 미국으로 향해하던 호화 유람선 타이타닉 호는 암초를 만나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뱃머리에 서서 맞바람을 향해 팔을 벌릴 때 My Heart Will Go On이 들려왔다. 겨울바다에서 일어난 일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지구의 평균기온은 상승한데 우리나라 겨울은 기온이 더 낮아지는 혹독한. 추위가 찾아온다. 이러한 ‘온난화의 역설‘은 지구가 더워지는 기후에적응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해프닝일 뿐이란다. 온난화가 계속 진행되어 북극의 얼음이 모두녹아내리고 나면 이런 일시적 기현상도 자취를 감출 것이다. 그땐 멈출 수 없는 속도로 지구의 기온이 상승할 것이다. 곧 닥칠 위험인데...!




날씨 전선에 안전지대는 없다. 밤낮 없이 아무 때나 찾아오는 불청객을 맞이하느라 기상예보 본부에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남서쪽 해상에서 들어온 비구름이 물러나나 싶으면,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밀려와 큰 눈을 뿌린다. 한파가 누그러든다 싶으면 황사가 날아들고 먼지 농도가 올라간다. - P208

낮이라면 잠깐 짬을 내서 구름의 모습이나 대기의 색깔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겠지만, 밤에는 엘이디(LED) 스크린에 찍혀 나온 관측 수치나 위성 · 레이더 영상에 담긴 날씨 상황을 추정해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밤에는 위성 영상에 잡힌 희끗희끗한 영역이 구름인지 안개인지 구별이 잘 안 된다. 안개는 지면에 바짝달라붙어 있어서 지면과 온도가 엇비슷하기 때문에 열 감지 카메라로도 식별이 잘 안 된다. 
눈구름은 낮게 깔려 있기에, 가까이 다가오기 전에는 레이더에도 잘 잡히지 않는다. 황사먼지도 밤에는 열 감지 카메라에 잘 잡히지 않는다. 게다가 구름에 황사가 섞여 있으면 구분해내기도 어렵다.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첨단장비에도 속 시원하게 잡히지 않아서 야밤에는 언제 어디서 돌발기상이 나타날지 전전긍긍하게 된다. - P208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밤에는 어디서든 일손이 달린다. 신문사나 방송사에도 최소 인원이 야간 뉴스에 대응하므로, 기상상황을 소통하는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당연히 돌변하는 기상 상황을 수요자에게 즉시 전달하기는 어렵다. - P208

지자체의 대기인력도 마찬가지다. 밤에는 보통 긴급한 사고에 대비해서 소수만 당직 근무를 선다. 심각한 호우나 대설로 비상소집을 하더라도 필요 인력이 모이는 데는 몇 시간이 걸린다. 눈을 치우기 위해 제설차와 운전자를 동원하는 데는 더 긴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다보면 골든타임을 놓치고는 이미 하천이 범람하여 침수가 일어나거나 눈길 사고로 도로가 막힌 후에야 현장에 출동하게 된다. - P209

기상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갈 것 같으면 평소보다 서둘러 야간 근무지로 향한다. 낮에 잠깐 선잠이 들었다가 깨어서인지 머리는 둔기로 얻어맞은 듯이 여전히 멍하다. 밤새 자료와 씨름하며 여기저기 기상특보를 발표하고 새벽 5시에 정규 일기예보를내보내고 나면 무거워진 눈꺼풀 사이로 졸음을 참느라 또 한 차례 전쟁을 치러야 한다.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애써 태연하게 일근 조와 교대하면서도 속으로는 다음번 야근에는 어떤 날씨가 날괴롭힐지 걱정이 앞선다. - P209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겨울철에 극지와 중위도를 갈라놓는 편서풍 띠가 느슨해지면 제트기류가 남북으로 요동친다. 북쪽에서 내려오는 제트기류에 극지의 차가운 냉기가 함께 몰려오며 한파가 이어진다. 
저 멀리 유럽 북단에서 극지로 뻗어나간 바렌츠해에 얼음이 많이 얼면 찬 공기가 남하한다. 이 주기가 맞아떨어지면 제트기류의 리듬을 타고 우리나라에 시베리아 한파가 찾아오는 것이다. 
지구 전체는 평균적으로 기온이 상승하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는 역설적으로 더욱 추운 날씨가 찾아온다. 
이러한 온난화의 역설은 지구가 더워지는 기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시적 해프닝일 뿐이다. 온난화가 계속 진행되어 북극의 얼음이 모두 녹아내리고 나면 이런 일시적 기현상도 자취를 감출 것이기 때문이다.
-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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