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내가 사이코패스냐고? 단적으로 답하자면 ‘아니올시다‘.
그보다는 친사회적 사이코패스라는 말이 더 나은 답이다. 나는 PCL-R에서 대인관계 특성(피상적이고, 과대망상증이 있고, 기만적이다), 정서 특성(가책도 공감도 하지 않는다), 행동 특성(충동적이고 무책임하다)을 포함한 많은 항목에 해당된다. 하지만 반사회 특성은 보이지 않는다. 분노를 조절할 줄 알고 전과도 없다. - P292

그렇지만 나는 운 좋은 사이코패스라는 편이 가장 정확한 답일성싶다. 친절하고 자애로운 아버지와 통찰력 있는 어머니가 일찍부터 아들에게 문제가 있음을 알아보고 아들을 잘 이끌어주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내게서 눈을 떼지 않는 동안 나는 역경을 헤쳐나갔다. 2013년 늦겨울, 어머니가 나에게 물었다. "도대체 자서전하나 쓰는 데 얼마나 걸리는 게냐?" 나는 이렇게 답했다. "엄마, 난지금 내 자서전이 아니라 엄마의 자서전을 쓰고 있는 거예요." 어머니는 대번에 알아들었다. 내 정체성의 많은 부분은 어머니가 나를 기른 방식에서 왔다. 나의 이야기는 나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어머니됨과 아버지됨과 부모됨과 양육 방식에 관한 이야기이기도하다. - P292

60대에 시작한 뜻하지 않은 순례를 통해 발견한 것은 5년 전만 해도 내가 믿지 않았던 뭔가다. 태어날 때 자연이 나누어준 형편없는 카드 한 벌을 올바른 양육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것. 지금까지책을 읽었다면 눈치챘겠지만, 나는 결코 천사가 아니다. 하지만 훨씬 더 나쁜 모습으로 성장할 수도 있었다. - P293

나는 사이코패시와 그 유전자를 사회에서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해버리면 인류는 결국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사이코패스의 특성을 가진 사람들을 생애 초기에 확인하고 그들이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주어야 한다. 공감에 서툴고 공격성이 강한 사람들도 잘만 다루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그들은 나처럼 가족과 친구들에게 스트레스를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시적 수준에서는 사회에 보탬이 된다.  - P293

나는 사이코패시 스펙트럼에도 골프처럼 스위트스폿이 있다고 믿는다. PCL-R로 25~30점인 사람들은 위험하지만, 20점 언저리의 사람들은 사회에 필수적이다. 대담하고 활기차고 인류의 생동감과 적응력을 지켜주는 나와 같은 사람들 말이다.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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