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년 사이 지구촌 곳곳에서 빈발하고 있는 산불의 원인이 지구온난화라고 한다. 산불이 꺼지지 않고 계속된다면 우리 지구는 어떻게 되는걸까!




그 애 옆에 웅크려 앉았다. 내가 쫓아온 걸 알고 있다는 듯덤덤하게 자신의 옆자리를 내어주는 그 애에게 물었다.
무슨 말이 쓰여 있어?
자료 열람실을 관리하는 경비원이 우리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탄소를 줄이기 위해 숲을 전부 벌목해 새 나무를 심었어. 오래된 나무는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낮다고 생각했거든. 나무를 심는 거니까 무조건 좋을 거라 생각한 거야. 종말 직전이 행성에서 산림이 차지하는 면적이 사십 퍼센트였는데, 삼십팔 퍼센트를 새 나무로 교체했어. 광합성이 잘 일어나는 품종으로, 십삼 년 동안‘ - P180

대화를 엿듣던 경비원은 내용이 시시하게 느껴졌던 것인지 곧 걸음을 옮겼고, 나는 경비원이 허리에 차고 있는 봉을 노려보다 그 애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나를 보고 있는그 애와 눈이 마주쳤다. 분명 조금 전까지 책을 보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러다 나무 한그루가 병에 걸렸고, 그 병이 순식간에 산림 전체에 퍼졌어. 나무에 벌레가 들끓고, 썩고, 곪았어. 다 똑같은 품종이라 그 어떤 나무도 피해 갈 수 없었대.‘
끔찍한걸… 그래서 어떻게 했어?

‘더 퍼지는 걸 막으려고 불을 질렀대. 그런데 지구는 계속 말라가고 있었잖아. 건조한 바람이 불씨와 병을 함께 퍼뜨린거야. 전 세계에 검은 재가 끊임없이 휘몰아쳤대.‘
네가 악몽을 꾼 이유구나. 너는 꿈에서 나무였던 거야.
‘나무는 병든 게 아니야.‘
확신에 찬 표정으로 그 애가 말했다. 그 애가 나무였었기에 할 수 있는 말 같았다.
‘나무는 복수하기 위해 자살한 거야, 인간들을 몰아낸 거지. 이 행성에서 자신들이 없으면 안 된다는 걸 알았던 거야. 자신을 찾아오던 새와 다람쥐, 뱀, 그리고 나비와 벌이 더는 오지 않음에 분노를 느낀 거야.‘ - P181

그 애가 악몽을 꾸지 않을 수만 있다면, 나무의 치열한 복수극이었다고 해도 좋았다.
그래, 인간은 그렇게 지하로 쫓겨난 거야. - P181

‘온실을 확인하면 되겠다.‘
한참 뒤, 유오가 입을 열었다.
‘온실?‘
내가 물었다.
‘응, 온실에 식물이 가득한 걸 확인하는 거야. 그럼 숲이 있다는 거니까‘
‘숲이랑 별이랑 무슨 상관이야?‘
유오의 대답에 치유키가 물었다.
‘그렇게 다양한 개체가 끊임없이 변화하며 유지되는 숲이 있는데, 별이 없겠어?‘ - P189

톨가는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입을 연다.
"씨앗 저장고에 온실로 가는 승강기가 있어."
바지 뒷주머니에서 카드키를 꺼내 내민다.
"비상용 키인데, 오기 전에 혹시나 해서"
그렇게 말했다가 곧바로 말을 정정한다.
"아니, 사실 너희가 그럴 것 같았거든. 근데 나는, 나는...."
고개 숙여 말을 잇지 못하는 톨가를 끌어안아준다. 쓸데없는 생각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도록. 그리고 톨가가 착각하지 않도록 말해준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애초에 우리의 약속은 흥미진진한 삶을 살자는 것이었다.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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