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는 마거릿 애트우드 첫 책은 《시녀 이야기》

1장 밤 방 안에는 옛날의 섹스와 고독과 형체도 이름도 없는 뭔가를 기다리는 기대가 있었다. 그 갈망이 기억 난다. 당장이라도 일어날 것만 같던 어떤 일을 기다리던 그리움이. 그러나 그때 그 순간 그네들의 손이 옴폭 팬 등허리를 만지고, 저 뒷마당에서, 주차장에서 들썩거리는 육신 위로 희미한 영상이 명멸하던 소리 죽인 TV 시청실에서 우리 몸에 그 손들이 닿은 후로 모든 것이 딴판으로 달라져 버렸다. - P10
우리는 소리를 거의 내지 않고 서로 속삭이는 법을 배웠다. 흐릿한 어둠 속에서 ‘아주머니‘의 눈을 피해 팔을 뻗어 허공을 가로질러 서로의 손을 만질 수 있었다. 머리를 바짝 붙인 채로 옆으로 돌아누워 서로의 입을 지켜보며 입술을 읽는 법을 터득했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침대에서 침대로 이름을 교환했다. 알마. 재닌. 돌로레스. 모이라. 준. - P11
그때쯤에 그녀는 신상 명세란 게 실릴 만큼명사가 되어 있었다. 아마 ‘타임‘이나 ‘뉴스위크‘였을 거다. 그즈음 그녀는 가수 활동을 정리하고 설교하러 다니고 있었다. 그 여자는 설교의 귀재였다. 가정의신성함이니, 여자가 가정을 지켜야 하느니, 그런 주제로 설교를 했다. 세레나 조이 자신은 가정을 지키지 않고 사회 활동을 하며 강연하고 다녔지만, 그녀는 모두를 위해 자신이 희생을 하는 양 그럴싸하게 포장했다. - P80
그맘때쯤 누군가 그 여자를 암살하려 했지만 총알이 빗나갔다. 대신 뒤에 바짝 붙어서 있던 여비서가 죽었다. 또 다른 누군가가 그녀의 자동차에 폭탄을 설치하기도 했지만, 먼저 폭발하는 바람에 실패했다. 하지만 동정심을 사려고 그녀 스스로 차에 폭탄을 설치했다고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만큼 상황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 P80
루크와 나는 심야 뉴스에서 가끔 그 여자의 얼굴을 보았다. 목욕가운을 입고 샤워 모자를 쓰고 앉아서 봤다. 스프레이를 뿌린 그 여자의 빳빳한 머리카락과 히스테리를 보았고, 여전히 마음만 먹으면뚝뚝 흘릴 수 있는 닭똥 같은 눈물과 뺨을 시커멓게 물들이는 마스카라를 보았다. 우리는 그 여자가 우습다고 생각했다. 아니 적어도루크는 그 여자가 웃긴다고 생각했다. 난 그냥 우스운 척했을 뿐이다. 난 사실 그 여자가 좀 무서웠다.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었기에. - P80
세레나 조이는 더 이상 설교를 하지 않는다. 그녀는 말을 잃어버렸다. 이제는 소원대로 집 안에 머물게 되었지만 어쩐지 적성에 맞는 것 같지 않다. 자기가 했던 말 그대로 실천하게 되다니, 그녀는 속으로 얼마나 분노하고 있을 터인가.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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