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는 온종일 혼자 양손으로 무릎을 껴안고 앉아서 앞만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녀가 보고 있는 것은 회색 검처럼 생긴 용설란이었고 용설란의 긴 줄기 위로 핼쑥한 붓꽃이 피어 있었으며, 그 너머 회색 잎과 파란색 꽃 사이로 바다가 보였다. - P196
그녀가 찾아낸 장소는 햇빛을 받은 돌에 백리향이 잔뜩핀 숨은 모퉁이였는데,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집은 보이지 않았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길에서도 벗어났다. 곳 끝과 가까웠다. 워낙 조용히 앉아 있어서 이내 도마뱀들이로즈의 발 위로 올라왔다. 부리가 짧은 작은 새들이 처음에는놀라서 달아났지만 이내 다시 돌아와 마치 로즈가 거기 없는것처럼 주변 덤불을 돌아다녔다.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그러나 함께 있고 싶은 사람, 서로에게 의미가 있는 사람, ‘저거 봐‘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없으니 아무 소용이없었다. 보통은 이런 풍경을 보고 "자기, 저거봐"라고 말할 것이다. 그래,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런 다정하고 달콤한 단어를 써서 기쁘게 해줄 것이다. - P197
이제 로즈는 촉촉해진 눈으로 바다를 바라보며 종교에 매달리는 게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매달릴 게 아예 없는것보다는 나으며, 이러한 자신의 생각이 비난받을 일이라고는 거의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아, 로즈는 뭔가 실체가 있는 것에 매달리고 싶었다. 살아 있는 무언가를 사랑하고 싶었다. 가슴에 기댈 수 있는 무언가,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무언가를 할 수 있게 해주는 누군가가 필요했다. 불쌍한 아기가죽지만 않았어도..………. 아기는 절대 사람을 권태롭게 만들지않았다. 자라서 사람을 알아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어쩌면 아기는 절대 부모 덕을 알아주지 않을지도 몰랐다. 사람은 아무리 나이가 들고 수염이 자라도, 아무리 특별하고 다른 사람과는 달라도 그러기 십상이었다. 그리고 다른이유 없이는 소중함을 완벽하게 알지 못했다. - P200
흐린 눈으로 바다를 내다보며 로즈는 자기만의 어떤 것을가슴에 꼭 안고 싶은 갈망을 느꼈다. 로즈는 몸집이 작았고성격만큼이나 몸매도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어떻게 설명할까?)젓가슴으로는 묘한 감각을 느꼈다. 산 살바토레에는 젖가슴을 어루만지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로즈는 자기 가슴에 기댄 사랑하는 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사랑의 속삭임을 들려주고 보호해주며 편안하게 쉬게해주고 싶었다. 프레더릭, 프레더릭의 아이여, 로즈에게 와서 기대어다오. 그들은 불행하니까, 그들은 마음을 다쳤으니까……. 아이들은 마음이 아프면 로즈가 필요할 테고, 불행하면 로즈한테 사랑받으려 할 테니까. - P201
아이는 가버렸고,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날 프레더릭이 늙고 지치면. 아버스넛 부인은 산살바토레에서의 첫날 혼자 이런 회상과 감정에 사로잡혔다. 그러다 수년간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그날만은 실의에 빠진 채 차를 마시러 돌아왔다. 산살바토레는 로즈가 조심스럽게 만든 행복 비슷한 것을 빼앗아 가버리고 공허함을 주었다. 아니, 갈망을 대신 주었다. 통증과 염원, 이상한 감정을 주었다. 공허함보다 오히려 더 나빴다. 그래서 집에서는 절대 짜증을 내지 않고 항상 친절했으며 균형감이 있던 로즈가 낙담하자 그날 오후 차 마시는 자리에서 안주인 자리를 꿰찬 피셔 부인을 보고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 P201
로티가 남편에게 편지로 산 살바토레에는 자신과 아버스넛부인 외에도 어떤 사람들이 더 있는지 말해주었고, 윌킨스 씨는 즉시 이게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기회임을 알아차렸다. 로티는 단지 ‘여기 묵고 있는 사람이 둘더있어요. 피셔 부인과레이디 캐럴라인 데스터라고 해요‘라고만 말했지만, 그거면충분했다. 그는 드로이트위치 부부에 관해 훤히 알았다. 그들의 재산, 그들의 관계, 역사상 그들의 위치, 그리고 그들이 가진 권력까지. 그들이 권력을 행사하려 들면, 그들이 이미 고용한 사람들 틈에 윌킨스 자신도 넣어주면 또 다른 변호사를행복하게 할 수 있었다. 지점 하나에 변호사 한 명을 고용하고, 다른 지점에는 또 다른 변호사를 쓰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드로이트위치 부부의 사업에는 분명 지점이 많을 것이다. 윌킨스 씨는 또한(이 역시 새겨두면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잘 기억해두었다) 그들의 외동딸이 굉장히 아름답다는 소문을 들었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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