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여기에 누워 얼마나 행복한지 음미해보는 것 자체가 아주 즐거웠다. 그러나 덧문 밖은 훨씬 더 좋을 터였다. 윌킨스 부인은 벌떡 일어나 슬리퍼를 끌어당겼다. 돌로 된 바닥에는 작은 깔개 외에는 아무것도 없어서 슬리퍼를 신고 창문으로 달려가 덧문을 열어젖혔다.
"맙소사!" 윌킨스 부인이 소리쳤다. - P75

이탈리아에서 볼 수 있는 4월의 모든 빛이 그녀의 발치에 모여 있었다. 햇빛이 방안으로 쏟아졌다. 햇빛을 받고 있는 바다는 미동도 없이 고요히 잠들어 있었다. 만 너머에는 완전히 다른 색채의 아름다운 산맥이 역시 햇빛을 머금은 채 잠자고 있었다. 창문 밑, 성벽에서 솟아오른 경사진 꽃밭에는 꽃들이 만발했고 맨 아래쪽에는 거대한 사이프러스가 크고 검은 칼처럼 버티고 서서 바다와 연한 푸른색, 자주색, 장미색 산맥 사이를 갈라놓았다. - P75

가만히 바라봤다. 정말 예뻤다. 이걸 보려고 여기 온 것 같았다. 정말 아름다웠다. 이걸 느끼려고 살아 있는 듯했다. 빛이 얼굴로 쏟아졌다. 좋은 향기가 창으로 새어 들어와 그녀를 껴안았다. 산들바람 한 자락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들어올렸다. 멀리 만에는 고깃배들이 흰 새 떼처럼 평화로운 바다 위에 미동도 없이 멈춰 있었다. ‘진짜 아름답다. 정말 아름다워. 이걸 보고 호흡하고 느끼기 위해 아직 살아 있었던 모양..….….‘ 부인은 입을 떡 벌린 채 가만히 풍경을 응시했다. 

행복? 행복이란 단어는 너무 진부하고 평범했다. 그러나 대관절 무슨 말을 할 수 있고, 어떤 단어로 묘사할 수 있을까? 그건 마치 자기 안에 머물 수 없는 것과 비슷했다. 이 엄청난 기쁨을 담아내기엔 자신이 너무 작은 것 같았고, 빛으로 말갛게 씻기는 기분이었다. 여기에서는 이타적인 행동은 단 하나도 하지 않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며 원하지 않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이런 진정한 기쁨을 느낀다는 게 너무나 놀라웠다.  - P76

부인은 멜러시를 마음속으로 그려보려 애썼다. 남편이 아침을 먹으며 자신을 못마땅해하고 있는 장면을 떠올려보았다. 그러나, 하, 멜러시가 흐려지기 시작하더니 장밋빛과 연한 보랏빛을 거쳐 매혹적인 파란색으로 변했고 이내 형체 없는 무지갯빛이 되었다. 그렇게 멜러시는 잠시 흔들리다가 빛속으로 사라졌다. - P77

"음." 윌킨스 부인은 남편이 앞에 있기라도 하듯 빤히 쳐다보았다. 남편의 특징과 하나까지 다 아는데 멜러시를 그려볼 수 없다는 게 정말 이상했다. 부인은 남편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었다. 남편이 아름다운 것에 녹아서 다른 것들과 조화를 이뤄가는 것만 볼 수 있었다. ‘감사 기도‘ 같은 익숙한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마음으로 흘러 들어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창조와 보존과 이 생애의 모든 좋은 점에 대해 신께 감사했고, 무엇보다도 헤아릴 수 없는 신의 사랑을 불현듯 깨닫고는 소리 높여 감사 기도를 드렸다. 

한편 그 순간 멜러시는 신발을 거칠게 당겨 신고서 비 내리는 거리로 나섰고, 아내에 관한 언짢은 것들만 생각하고 있었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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