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식물은 숨어 있기 좋은 방이었다. 그것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모두 그랬다. 식물은 내가 그렇게 세상으로부터 밀려나거나 단절되었다는 생각으로 외로울 때, 저의 연두를, 저의 연두색 손가락을 건네주었다. 어떤 폐허스러운 마음일지라도, 어떤 외로운 얼굴일지라도 거절하지 않았다. - P5

나의 삶은 근사하지 못했다. 대체로 견디는 쪽에 서 있었다. 나 없이도 세계는 날마다 환했고, 나 없음이 더욱 선명해지는 그런 날들을 자주 바라보았다. - P5

그런 날은 꽃집으로 식물을 보러 갔다. 이름 모르는 식물 앞에서 사는 게 이런 거냐고 물었다. 이런 게 아니지 않느냐고 오래 묻곤 했다. - P5

데려온다는 말
데려오다 (타동사) / [명)이 (명)을 (명)에게/(명) 에][(명)이 (명)을(명)으로 사람이 아랫사람이나 동물을 어디에) 함께 거느리고 오다. (국어사전)

이렇게밖에 쓸 수 없는 걸까? 데려온다는 말에 얹혀 있는 마음이라기에는 너무 단조롭고 건조하다. 뭔가 부족하다. 많이. 우리가 데려오는 것들을 생각해봐도 그렇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그것을 자신의 공간 속으로 함께 들여온다는 것은 나의 부분들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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