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심장을 쳐라, 천재성이 거기 있으니>
˝알프레드 드 뮈세˝의 시구에 나오는 구절이라고 한다.

"이런 이야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군요. 그건 그렇고, 왜 심장내과를 선택했어요?" "두 번의 계기가 있었어요. 열한 살 때 아주 특별한 의사를 만나면서 의학도가 되기로 결심했죠. 미리 말씀드리는데, 심장내과의 경우에는 제 지원 동기가 선생님한테 아주 황당하게 들릴 거예요." "말해 봐요." "알프레드 드 뮈세의 시구에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너의 심장을 쳐라, 천재성이 거기 있으니>라는 시구였죠." 오뷔송 부인이 충격을 받은 듯 멍하니 있었다. - P102
"황당하게 들릴 거라고 미리 말씀드렸잖아요." 당황한 디안이 말했다. "천만에요. 정말 멋져요. 그렇게 놀라운 시구도, 지원동기도 들어 본 적이 없어요. <너의 심장을 쳐라, 천재성이 거기 있으니.> 알프레드 뮈세라고 했죠?" "예." - P102
"대단한 인물이네요! 놀라운 직관력이에요! 그의 말이 맞았다는 거 알아요? 심장은 어떤 기관과도 달라요. 옛사람들은 생각, 영혼・・・・・・ 뭐 이런 것의 본산으로 봤는데 그럴 만해요. 나도 20년 넘게 연구하고 있는데 들여다보면 볼수록 더 신비롭고 기발하거든요." "절 놀리시는 건 아닌지 두려웠어요." "그럴 리가 있나! 내 제자가 이렇게 교양이 풍부한 경우는 처음이에요! 나도 그래야 할 텐데." "교양을 내세울 정도는 아니고 그냥 늘 읽는 걸 좋아했을 뿐이에요." "나도 좀 가르쳐 줘요. 멋지지 않아요? 만난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당신은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있어요." 그날 저녁의 대화는 이런 식으로 이어졌다. 누군가에게 그 정도로 열광해 본적이 없었던 디안은 그날 밤 얼이 빠진 상태로 귀가했다. - P103
「기억 상실은 변명이 되지 못한다는 거 알아요, 엄마?」 「변명이라니, 뭐에 대한 변명?」 자신이 잊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마리가 물었다. 디안은 엄마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싶었다. 그런데너무 멀리까지 가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이 그녀를 멈추게 했다. 그녀는 그 <너무 멀리 > 속에 엄마를 죽일 위험까지 포함되어 있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어떠한 행동도 어떠한 말도 자신을 위로해 주지 못하리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오히려 고백을 하면 자유롭기는커녕 그토록 벗어나기 어려웠던 어린 시절의 지옥 속으로 아마 영원히 처박혀 버릴 것 같았다. - P114
엄마가 과연 다르게 처신할 수도 있었을까? 디안은그럴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엄마는 그리 영리하지 못해서 거리를 두고 자신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자기를 분석할 능력이 없는 사람을, 그것도 오랜 세월이지난 후에 책망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 P115
디안은 엄마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고통과 호기심이 어린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 여자는 아무죄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시효가 지났기 때문도 잊었기 때문도 아니었다. 그 죄를 사해 준 것은 그녀를 사로잡고 있는 마귀였다. 디안은 엄마가 자신에게는 의도적으로 주지 않던 사랑을 셀리아에게는 넘치도록 퍼붓는것을 봤을 때 자신이 빠질 뻔했던 구렁을 떠올렸다. 엄마는 평생 그 구렁 속에서 살고 있었다. 엄마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어리석어서 그 구렁에 빠졌다 하더라도자신의 비극적인 운명에 대해 조금이라도 책임을 면할수는 없었다. 전혀 의식하지 못했지만 그녀가 딸에게가한 것은 뒤틀린 자기도취의 표현에 불과했다. - P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