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대기의 예외적 유일성!˝
하나뿐인 지구에서 요즈음 온실 기체가 증가하며 향후 기후 변화에 대한 고민이 깊다. 두 행성(금성과 화성)이 지구 대기의 운명에 주는 시사섬은 무엇일까? (38쪽)

한때는 상상력을 자극하고 동경을 자아냈던 미지의 세계였지만, 우주 탐사선이 현지의 척박한 기상 조건을 하나둘 밝혀낼 때마다 정작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이 땅에서 당연하듯 향유해온 "지구 대기의 예외적 유일성"이다. 금성과 화성의 대기는 대부분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한 바로 그 온실기체다. 대기층이 두터운 금성은 표면의 열을 가두어 뜨거운 행성이 되었다. 반면 대기층이 얇은 화성은 표면의 열이 쉽게 빠져나가면서 차가운 행성이 되었다. - P37
두 행성의 사이에 있는 지구는 전혀 다른 길을 돌아왔다. 바다가 생기면서 광합성을 일으키는 박테리아가 등장해 대기 중에 산소를 뿜기 시작했다. 산소가 늘면서 다양한 생명체가 진화했다. 그리고 오늘날과 같은 대기와 암반과 바다가 서로 지지하며 꿈틀대는 살아 있는 지구가 진화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공기주머니 1만 개 가운데 네 개에 불과한 미량인데도 그것이 유발하는 기후변화를 보면 자연의 균형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태롭고 불안정한지 깨닫게 된다. 그래서 산업 활동으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동안에도 공기 대부분을 차지하는 질소와 산소와 수증기가 지구 시스템 안에서 끊임없이 생성 소멸하며 일정한 농도를 유지해왔다는 것이 더욱 경이롭기만 하다. - P38
그런데 먼지가 없다면 과연 세상이 더 아름다워질 수 있을까? 그 답은 구름에 물어봐야 한다. 먼지가 없다면 구름이 끼기도 어렵고 비도 보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깨끗한 환경에서 수증기가 응결하려면 대기 중의 상대습도가 100퍼센트인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보다 훨씬 과밀하게 수증기가 대기 중에 포개져야 한다. 자연 상태에서 쉽게 도달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하지만 먼지에는 수증기가 쉽게 달라붙을 수 있고 이것이 씨앗이 되어 쉽게 구름방울로 성장할 수 있다. 물이 지나치게 깨끗하면 물고기가 없듯이 대기도 너무 깨끗하면 구름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파란 하늘에 조각구름이 뜨고, 때가 되면 비나 눈이 내려서 만물이 성장하고, 비구름이 물러가면 무지개를 볼 수 있는 것도 사실 먼지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갖기 싫은 먼지가 대기 중에 떠 있어서 세상이 멋지게 돌아간다는게 사람사는 이치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개성이 다르고 생각이 달라서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함께 세상을 만들어간다는 느낌 말이다. (먼지 없는 세상, 46~47쪽) - P46
음악의 도시 빈은 그나마 위도가 낮은 편이다. 그래도 서울보다는 11도나 고위도다. 그래서인지 4분의 3박자의 왈츠는 폴카만큼 빠르지는 않더라도 여전히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얼음판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며 살살 미끄러지거나 바다에서 서핑보드를 타며 오르락내리락하듯이 유연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비슷한 위도인 스위스 산악 지대에서는 알프호른과 요들송이 알프스의 산과 산을 돌아 메아리친다. 목가적이고 청초한 분위기는 색다르지만 리듬과 쾌활함은 여전하다. 스페인 남부 세비야는 위도가 서울과 비슷한 37도다. 플라멩코 춤곡은 격렬한 몸동작으로 절도 있는 변화를 줄 때가 아니라면 대체로 완만하게 이어지며 정중동(靜中動)의 느낌을 준다. 기타로 연주하는 선율에는 우리 트로트처럼 서정성이 물씬 배어 있다. 게다가 복잡한 박자에격한 리듬이 섞인 것이 마치 우리 사물놀이에서 장구나 꽹과리의리듬을 연상시킨다.(날씨의 리듬) - P50
우리나라도 온대저기압의 혜택을 받고 있어, 음악이 다채롭고 정서가 풍부하다. 몸 안에 있는 나쁜 기운을 몰아낸다는 살풀이의 경우 장구의 박자에 맞추어 아쟁이 때로는 느리고 때로는빠르게 구성진 선율을 내놓는다. 하얀 천을 허공에 펼치며 한을풀어내는 무희의 몸놀림이 우아하면서도 절도 있다. 그런가 하면수제천의 경우 조금 느리면서도 기품 있는 선율이 천상의 평화와 안식을 가져다준다. - P50
남반구도 북반구와 마찬가지로 중위도권에는 온대저기압이 지나간다.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위도가 서울보다 3도 낮아, 우리남해안에 해당하는 34도다. 이 지역의 유명한 춤곡인 탱고는 4박자의 중후한 리듬에 애잔한 선율이 넘나든다. 스페인 남부 춤곡과 마찬가지로 탱고의 느린 선율 속에도 마음 저 깊은 곳에 침전해 있는 감정을 되살려주는 마력이 있는 것같다.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는 제주 서귀포보다 위도가 3도나 낮아, 여름이면 우리 장마철처럼 습하고 더운 기운이 올라오는 곳이다. 게다가 오래전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흑인의 애달픈 삶의 흔적이 녹아 있는 곳이다. 그래서인지 색소폰과 함께 흘러나오는 재즈도 비록 박자와 리듬은 다르지만 선율에서는 고향을 향한 향수를 달래주듯, 아니면 하루의 노고와 피로를 씻어내듯 달콤한 안식이 느껴지기도 한다. - P51
인류가 진화해 오는 동안 날씨의 리듬은 우리 몸속에 체화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리듬이 몸의 율동으로 드러날 때에도 지역 특유의 기후라는 프리즘을 거치면서 지역마다 다른 양식으로 다듬어졌을 것이다. 세계 각지에서 고장 특유의 음악과 춤을 마주할 때마다 그 안에 투영된 자연의 다채로운 풍미를 느껴보게된다.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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