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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즈버그의 말 - 평등을 향해 걸어온 대법관의 목소리 ㅣ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헬레나 헌트 지음, 오현아 옮김 / 마음산책 / 2020년 1월
평점 :
『긴즈버그의 말』 기억하고 싶은 말들~~~!
얼마 전 오랜만에 국제 도서전 갔다가 이 책 『긴즈버그의 말』과 『수전 손택의 말』을 사놓고 언젠가는 읽겠지 하고 있다가 며칠 전 읽었던 『법정에 선 페미니스트』 에서 긴즈버그의 판결들이 언급된 것을 보고 바로 읽게 되었다. 사실은 인터뷰집인 줄 알고 아무 생각없이 펼쳤는데... 아니었다. 진짜 긴즈버그가 했던 말들. 변호사들이나 법관들의 모임, 혹은 학생들에게 행한 강연, 비영리 단체, 대학교, 그리고 판결문, 반대 의견서, 청문회 인준에서 했던 "진짜 말들"을 모아 놓은 책이었다.
이 책의 목차를 보면 #법 #시민과 자유 #나의 인생이라는 챕터로 나뉘어져 있고, 관련한 긴즈버그의 말들을 모아놓았는데 처음이 #법과 관련한 것이어서 읽다 보면 사실 흥미를 가지고 계속 읽어나가기가 쉽지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명언집을 모아놓은 책은 사실 재미는 무지 없으니까. 인터뷰나 강연, 판결문들을 모아놓은 거라 '재미'라는 요소는 배제가 된 글들이어서 당연히 그럴테지... 하지만 난 이 책을 다 읽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법정에 선 페미니스트』에 언급되었던 긴즈버그의 반대 의견서나 판결문을 참고하여 가장 마지막에 있는 연보 및 주요사건 부분을 먼저 읽어보았다.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 그리고 페미니즘의 역사에서 기억될 만한 역사적인 실제 판결이나 사건들이기도 했고, 요즘 부쩍 내가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두 권의 책에서 다룬 동일한 사건들이 다른 말들로 서술이 되어 있어서 읽는 재미가 또 남달랐다. 역시 순서를 바꿔 읽기를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세 번째 챕터인 #나의 인생을 읽게 되었고 그녀의 사생활을 잠시 나마 읽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지루한 말들도 그냥 술술 읽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나의 인생과 옮긴이의 말, 그리고 이다혜(<씨네 21>, 작가) 기자가 쓴 해제 부분을 읽고 긴즈버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게 되었고 그러고 다시 다른 글들을 읽고 나니 기억하고 싶은 말들이 생겼다. 긴즈버그의 말들을 통하여 그녀의 신념과 열정, 그리고 진정한 용기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는 것이 좋았다. 그녀의 뛰어남도 다시 인정하게 되었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를 검색했더니 155cm 단신의, 강단있고 야무지게 생긴 얼굴로 대법관복을 입은 사진이 보이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라는 그의 미들네임 덕분인지. 다스 베이더의 몸과 그이의 얼굴을 합성한 짤이 보인다. 근엄한 표정인데도 확 친근감이 인다.~~^^
#법
평등권 수정헌법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평등권을 그저 종이에 적힌 진술문이 아닌 실재하는 권리로 만들려면 그것을 실행할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2013년, 예일 대학교 로스쿨(26쪽)
수정헌법 제2조는 그 기능을 다했다는 점에서 시대에 맞지 않다. 법원이 제2조를 올바로 해석했다면 아마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싶다. "미국이 신생국가였을 때 수정헌법 제2조는 매우 중요했다. 그 조항은 총기 소지에 대한 제한적 권리를 부여했지만,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한 것이었다. 그 목적이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전쟁에 나가 싸울 민병대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 2013년 9월 15일, <테이크어웨이>(미국의 아침 라디오 뉴스 프로그램), (27쪽)
공정하게 집행되는 사형이란 있을 수 없다. 문제는 바로 그것이다. 누가 사형되는가? 그것은 룰렛 회전판이지 정의로운 제도가 아니다. - 2015년 2월 12일, 스미스소니언 협회. (28쪽)
_ 변호사와 판사 그리고 법률 업무
변호사들이 사회와 국가. 세계의 눈물, 가난하고 잊힌 사람들, 사회적 혜택과 신뢰를 받지 못하는 소수자라서 성공으로부터 배제된 사람들의 눈믈을 닦는 일에 나서지 않는 것은 댗체로 이데올로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무관심과 이기심, 이미 일을 과도하게 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일 가능성잉 높다. 넘어서기가 쉽지 않은 감정이다. 그러나 변호사가 스스로를 하루 일해 일당을 버는 장사꾼이 아닌, 진실한 학문적 직업인으로 생각한다면 타성과 책상에 쌓인 서류 더미, 시간 부족을 극복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 보답이 참으로 크기 때문이다.
- 2013년 5월 2일, 미국변호사협회 이니셔티브. (31쪽)
판사는 그날의 날씨가 아닌 시대의 기후를 고려해야 한다.
-1993년 7월, 미 상원 법사위원회 인준 청문회. (32쪽)
_ 여성과 법
고용주들은 "우리 사무실에 여성 변호사는 필요 없습니다"라거나 "여성 변호사를 한번 써봤는데 최악이었어요"라고 대놓고 말했다. 그래서 나의 대답은? '일 못하는 남성 변호사를 몇 명이나 쓰고 계시죠?"였다.
- 2016년 9월 7일, 조지타운대학교 법률센터. (49쪽)
때로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자, 이제 여성 대법관이 세 명입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에 여성 대법관이 몇 명 있어야 충분하다고 보십니까?" 그러면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아홉 명이 될 때라고.(이 발언 뒤에 긴즈버그는 "이렇게 대답하면 사람들이 의아해하지만, 대볍원이 대법관 9인 체제가 된 이후로 오랫동안 대법관 아홉 명이 모두 남성이었다. 여성 대법관이 아홉 명이 되지 말란 법이 있는가?"라고 덧붙인다.) -2016년 9월 7일, 조지타운대학교 법률센터. (58쪽)
#시민의 자유-자유롭게 너와 내가 되자
_법 앞에 평등한 정의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끔찍한 인종주의의 한 형태와 맞서 싸웠다. 그러나 거의 전쟁 내내 우리 군대는 인종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미국의 아파르트헤이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라졌어야 했다. 우리가 외국에 나가 맞서 싸웠던 대상은 미국에 존재하는 것과 같은 인종주의였기 때문이다.
-2011년 9월 15일, 캘리포니아대학교 헤이스팅스 로스쿨. (71쪽)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많은 사람들도 텍사스의 축복 속에서 성관계를 가질 수 있다. ... 지난 시대에 그 경계선이 무엇을 의미했건 간에 성관계가 출산을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출산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해서 도리에 어긋나는 게 아님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게 구분 지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2003년 3월 26일, 로런스 대 텍사스 사건 구두변론.
합의 하에 가지는 동성 간 성관계를 불법으로 규정한 텍사스주 법률에 대해. (79쪽)
_여성 인권 운동의 역사
내가 작은 성취나마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내 앞에도, 내 뒤에도 여성운동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폴리 머리, 도로시 케니언 같은 분들은 내 앞에 있었던 여성 운동가들이다. 그들은 1940년대와 50년대, 60년대의 페미니스트들이다. 희망이 없던 시절, 그들 덕분에 페미니즘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1993년 9월 6일, 조지타운 대학교 법률센터. (83쪽)
"여성의 권리"라는 표현은 다소 문제가 있다. 인간의 권리다. 법의 평등한 보호를 받을 모든 인간의 권리다.
-2006년 12월, 애넌버그 클래스룸. (100쪽)
_여성의 권리
여성들이 여성 단체 같은 그들만의 작은 공간에 머물면서 자기들끼리만 공감할 뿐 남자들의 세계를 건드리지 않는 것, 이보다 반反페미니스트가 원하는 건 없다고 나는 늘 생각해왔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지렛대를 쥐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
-2009년 7월 7일, <뉴욕타임스>. (103쪽)
#나의 인생
1960년대와 70년대에 얼마나 많은 회의에 참석해 발언했는지 모른다. 꽤나 근사한 생각을 말했던 것 같다. ... 그러고 나서 어떤 남성이 내가 했던 얘기를 그대로 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그 얘기에는 귀를 기울이고 반응을 보였다.
-2009년 5월, <USA 투데이>. (133쪽)
_삶의 교훈들
독립적인 사람이 되라는 것은 이런 뜻이었다. 어느 날 내가 완벽한 남자를 만나 결혼해서 평생 행복하게 살기를 어머니가 바랐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런 일을 이루든 못 이루든 스스로를 부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참 멋진 충고였다. -2016년 9월 12일, 노터데임 대학교. (147쪽)
목소리를 높이는 것에 부끄러워하지 마라. 목소리를 높여야 할때는 외로운 목소리가 되지 않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라. -2016년 9월 14일, 기업법률고문협회, (150쪽)
그리고 마지막 문장...
삶의 길을 갈 때 발자국을 남겨라. 나를 위해 길을 닦은 사람들이 있었듯이 내 뒤를 따라올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 후세의 건강과 안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나아갈 수 있도록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다하라.
-2002년 5월 26일, 브라운대학교 졸업식 연설. (15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