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감추려야 감출수가 없는 것인가보다. 그것이 지금 막 피어난 사랑이라 할지라도...! 그래서 더욱!
˝많은 은밀한 관계들이 이런 식으로 침묵과, 질문의 부재와, 되짚지 않는 문장과, 작정하고 선택한 평범한 단어, 너무 평범해서 엉뚱해 보이는 단어에 의해 발각된다.˝
˝어쨌든 루실과 앙투안의 웃음을, 그 행복한 표정을 처음 보는 누구라도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그들이 마음 놓고 서로를 바라보며 설렘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이 얼마간의 순간을 어쩌면 오만하게 누렸다.˝
˝어쩌면 오만하게 누렸다.˝
이 문장이 진짜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모두를 속여가며 사랑한 이 둘은 지금 얼마나 짜릿할까...

한심한 윌리엄의 어리석고 무분별한 짓거리에 얼마간 다시 온화해진 클레르가 루실에게 관심을 기울였다. 어쩌면 이 당돌한 어린애에게 사교계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침묵하는 것에 대해 대가를 치르게 해줄 시간이었다. 루실은 앙투안에게 눈을 치뜨며 미소를 지었다. 재미있다는 듯한, 차분하고 안심하는 미소였다. ‘안심하는‘은 정말이지 정확한 표현이었다. 여자가 남자와 친밀하지 않을 때 절대 지을 수 없는 표정의 미소. ‘그런데 대체 언제, 얘들이 언제 그럴 수 있었지?" 클레르의두뇌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가만, 마른에서 저녁 식사를 한 게 사흘 전이었어, 그땐 아니었지. 오후 시간이 분명해. 파리에선 이제 아무도 밤에 섹스하지 않으니까. 모두가 대체로 너무 지쳐 있잖아. 더구나 얘네는 각자 애인이 있고 말이야. 그렇다면 오늘?‘ 그녀는 코를 치켜들고서 두 눈을 빛내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 P83
어떤 여자들한테는 호기심에 의해 추동되는 광기 어린 열정으로, 그들에게서 쾌락의 흔적을 찾아내려 애썼다. 이를 알아차린 루실이 무심결에 웃음을 터뜨렸다. 바짝 다가와 있던 클레르의 얼굴이 뒤로 물러났다. 후각이 발달한 포인터의 표정으로 ‘난 다 알아, 다 이해한다고‘ 라고 하듯 보다 덤덤하고 온화한 얼굴로 바뀌었으나, 불행히도 두 사람에게 전달되진 않았다. 왜냐하면 앙투안은 루실이 웃는 것에, 그녀가 이튿날 같은 시간에 그의 침대에서 사랑을 나눈 뒤 노곤해진 채로 그에게 왜 웃었는지 설명할 걸 자기가 아는 것에 기뻐하며, 루실을 바라보고 그녀와 함께 허심탄회하게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 P83
그래서 그는 그녀에게 ‘왜 웃어요?‘라고 묻지 않았다. 많은 은밀한 관계들이 이런 식으로 침묵과, 질문의 부재와, 되짚지 않는문장과, 작정하고 선택한 평범한 단어, 너무 평범해서 엉뚱해보이는 단어에 의해 발각된다. 어쨌든 루실과 앙투안의 웃음을, 그 행복한 표정을 처음 보는 누구라도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그들도 이를 막연하게 짐작했고, 볼디니가 선사한 이 막간의 시간을, 그들이 마음 놓고 서로를 바라보며 설렘을 주고받을 수 있는 이 얼마간의 순간을 어쩌면 오만하게누렸다. 그들이 부인할 수 없는, 클레르나 다른 이들의 존재가그들의 기쁨을 배로 증폭시켰다. 그들은 젊어진 기분, 거의 어려진 기분이었다. 금지된 무언가를 저지르고도 아직 처벌받지 않은 아이들이 된 기분이었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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