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은 한국인에게 충고할 자격이 없다.˝ :한국통속민족주의론에 대한 반론-박경리
일본학자 다나카라는 사람의 글을 읽다 어이가 없어서 이 시키 대체 뭐라고 쓴거냐 뭔 뜻인지 대체 알 수가 없네. 민족주의면 민족주의인거지 통속민족주의의는 대체 어느 나라 말이냐. 있지도 않은 한국말을 지 멋대로 만들고 한글로만 쓰면 한국말인줄 아는 무식한 놈!
한국말 이 따위로 배워서 신문에 낼거면 배우지나 말지(하긴 신문에 실어준거부터 잘못이다) 왜 한국말을 지네 말처럼 하고 지랄일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이 되먹지 못한 글에 한편 날카롭다고 동조하는 사람이 있어 아까운 시간을 내어 논박하는 글을 썼다신다.
읽다보니 속이 시원해져서 아주 맘에 든다.
한 구절, 한 구절 조목조목 따지듯 글을 써놓으셨다.

"다만 그것이 역사 연구의 레벨로 논의되는 동안은 좋았지만 통속민족주의의 레벨에 옮겨지면 정체론을 논파한 자본주의 맹아론은 일제에 대한 승리로 되고, 나아가서는 자본주의의 맹아가 있었던 사실 자체를 민족의 자랑처럼 말하는사람까지 나타나고, 마치 전전(戰前)의 일본 학자의 소론(所論)을 타파한 것으로 자동적으로 한국사가 훌륭하게 된 듯한어투…………."
그러니까 다나카 씨는 역사 연구의 레벨을 떠나 대중화, 그의 말을 빌리자면 통속화되는 것이 싫다, 그 말인 것이다. 본심을 헤아려보면 결국 조선조 시대에 벌써 자본주의의 맹아가 있었다는 것, 일본 학자가 수립한 사회 정체론이 무너졌다는 것, 그 자체가 마음에 안 들었을 것이다. 물론 그의 소관이아닌 줄은 알지만, 조선사회 정체론을 밀고 나가든지 자본주의 맹아가 있었다는 것의 반증을 제시하든지 아니면 인정을하든지 해야 하는데, 이것도 저것도 안 되니까 다른 곳에 불을 지르면서 감정의 찌꺼기를 털어버리려는 것으로 밖에 우리는 생각할 수가 없다. - P154
그리고 역사적 사실은 학자의 독점물은 아니며 사람마다, 너 나 할 것 없이 역사에 동참해 온 것만큼 알 권리, 말할 권리는 있다.
설령 일부 지각없는 사람들이 우쭐해서 과잉 표현을 좀 했다하자. 그들의 천진한 자랑 때문에일본의 땅 한 치 손실을 보았는가, 금화(金) 한 닢이 없어졌는가, 왜 그렇게 못 견뎌 할까. 그 같은 자랑조차 피해로 받아들이는 그들이고 보면 우리 한국의 천문학적 물심양면의 피해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안이 벙벙해진다. - P155
왜 한국이 잘되는 것을 못 참나
"외래 이론을 신봉하고 그런 발전 과정을 제대로 밟은 사회만이 앞선 사회라는 가치관에 함몰한 모습이 보입니다. 그런 가치관을 믿으면 확실히 자본주의의 맹아가 있는 나라는없는 나라보다 나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자랑할 만한일일까요. 이 가치관에 입각하는 한 자본주의 맹아의 나라는자본주의 개화를 벌써 마친 나라보다 뒤진 나라가 되는 것이며 이런 논의는 후진성의 확인밖에 되지 않습니다. 또 이런것을 자랑하는 사고방식은 아프리카의 신생국가처럼 자본주의의 맹아조차 없었던 나라는 전혀 뒤진 나라로서 멸시해도좋다는 것이 됩니다." (일본학자 다나카 아키라의 글) - P155
나는 내 주변에서 자본주의의 맹아라는 말을 별로 들어본적이 없고 지면상(面上)으로도 본 기억이 없다. 솔직히 말하여 나 자신도 모르고 있었던 일이었는데 어째서 남의 나라에서 그리 심각하게 논란이 되는가 이해가 안 된다. 아마 내가 무식해서 그런가 보다, 해어 문면(文面)을 샅샅이 훓어보노라니까 ‘앞선 나라‘ ‘뒤진 나라‘ ‘아프리카를 멸시한다‘ 따위의 말들을 한국인이 했다는 흔적은 없었다. - P155
면식 없는 중국인 학생의 은밀한 말도 공개하는 터에 만일 한국인이 그런 말을 했다면 의당 그들이 그러더라 했을 것인데, 그러니까 그것은 모두 다나카 씨 자신의 생각이요, 말이었던 것이다. 내 마음에있는 것을 남에게 투영하여 비난하는 이것 역시 점잖지 못하고 떳떳한 것도 아니다. 아프리카를 끌어들이고 중국인을 앞세우고, 허약하다. 너무나 허약하다. - P156
"이런 것을 자랑하는 현상이 생기는 것은 일본에 대하여 타격을 주기만 하면 족하다는 심리 타자에게 얽매이는 심리-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통속민족주의는 일견주체적인 풍모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자타가 모두 착각하기쉽습니다만 그 정체가 실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샤덴프로이데라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아키라의 글) - P156
거칠 것 없이 남의 팔다리 잘라놓고 뼈 마디마디 다 분질러놓고 제 자신의 새끼손가락에서 피 한 방울 흐르는 것을 보는 순간 새파랗게 질리면서 "아파! 아파!" 하고 울부짖는 형국이다. 맙소사, 이런 정도를 못 견디어 하는 증상의 원인은 대체무엇일까. 생각건대, "한 시절 전만 해도 조선인은 우리 앞에 우마(牛馬)나 다름없는 존재 아니었나. 이제 와서 제법 사람 노릇 한다, 도저히 보아줄 수 없군." - P156
그런 불쾌감도 있었겠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에게서 문화를 조금씩 빌려 갔었던 무지하고 가난했던 왕사(往事, 지난 일)로 하여 사무쳐 있던 열등감 탓은 아닐까. 한국의 잘못된 점에 대해서는 신이 나서 발 벗고나서서 떠들어대지만 좋은 것에 대해서는, 특히 문화 면에서는 애써 못 본 척 냉담하고 기분 나빠하고 깔아뭉개려 하는 일본의 심사는 어제 그제의 일이 아니었다. 그 집요함을 도처에서, 사사건건 우리는 보아왔다. - P157
식민지 시대 11 년간 서울에서 살았고 진짜 콜론(식민자)의 아들이었다고 말하는 다나카 씨는 그 시절에 대한 짙은 향수를 토로하고 있는데, 특히 독립운동가, 그 시대의 독립정신에 대해서는 감탄과 외경의 염(念)까지 느꼈다고 했는데, 일본 특유의 그런 감상은 상당히 메스껍다.
그는 말했다. 그 시절이 좋았다고, 그 시절의 민족정신은 고귀하고 긴장되고 아름다웠다고. 한데 지금은 뭐냐, 그렇게 그는 말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도 그 시절의 비극을 가슴 아프게 아름다운 것으로 회상한다.
그러나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돌아가고 싶은 것은 "천만의 말씀!" 그 시절로 돌아가지않기 위해 우리는 현재 반일(反日)하는 것이며, 역사의 전철을밟지 않기 위해 반일하는 것이며, 다나카 씨 같은 일본인이있기 때문에 반일하는 것이다. - P157
"일본을 이웃으로 둔 것은 우리 민족의 불운이었다. 일본이이웃에 폐를 끼치는 한 우리는 민족주의자일 수밖에 없다. 피해를 주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는 민족을 떠나 인간으로서 인류로서 손을 잡을 것이며 민족주의도 필요 없게 된다."
나는 일본의 양심에 기대한다. 전쟁의 책임이 천황에게 있다 하여 테러를 당한 시장이라든가 왜곡된 자기 저술을 바로잡기 위해 재판을 건 학자라든가 다나카 씨와 함께 《신동아》에 글을 쓴 다카사키 소지 같은 분, 그 밖에도 진실을 말하는 여러 분이 계신 줄 안다. 옛날에도 그랬고 오늘도 그렇지만 그런 양심이 많아져야 진정한 평화를 일본은 누릴수 있을 것이며 세계 평화에도 이바지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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