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플랫폼에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의 가슴에 안겨 있는 그녀에게 계속해서 속삭였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차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남쪽에서 달려와 뭉실뭉실 김을 내뿜고는 부르르 멈춰 섰다. 어둠 속에서 검게 탄 거대한 도미노처럼 차창이 철로를 따라 곡선을 그리며 늘어섰다. 그는 24시간 전에 자기가 탄 기차가 도착했던 때와 지금을 저도 모르게 비교했다.
그녀는 목에 걸린은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다 몸을 돌려 가방을 들고서 온통 눈물 젖은 얼굴로 그에게 마지막 키스를 한 다음 떠나 버렸다. 떠나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 그는 이것이 현실이 아니라 꿈인 것만 같았다. - P351
플랫폼에서는 가족들과 연인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한 남자가 작은 소녀를 안아 올려 빙글빙글 돌리자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던 소녀가 그의 얼굴을 보고는 웃음을 뚝 멈추었다. 그는 기차가 출발할때까지 어떻게 가만히 서 있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그는가만히 서 있었다. 기차가 출발하자 그는 몸을 돌려 거리로 향했다.
그는 숙박비를 내고 짐을 싸서 호텔을 나왔다. 그리고 북부의 소란스러운 맥줏집의 전형적인 잡탕 음악이 열린 문에서 터져 나오는 어느 골목 술집에 들어가 술에 취하여 싸움을 벌였다. 회색 새벽에 수탉이 우는 소리에 눈을 떠 보니 그는 창가에 종이 커튼이 쳐진 녹색 방에서 철제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는 뿌연 거울에 얼굴을 비춰 보았다. 턱이 붓고 멍이 들어 있었다. - P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