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범죄자라고 믿으시는군요.
불가피하게 그렇게 된 거라고 믿고 싶네. 하지만 있었던 일을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없어.
왜 돈까지 써가며 저를 감옥에서 빼내신 거죠?
그 이유야 자네도 잘 알 텐데.
알레한드라 때문이군요.
그래.
그 대가로 알레한드라는 무엇을 약속했나요?
그것 역시 잘 알고 있지 않나.
저를 다시는 안 만나기로 했군요.
그래. - P316

그랬겠지. 조카며느리가 좀 더 품위 있는 사람이었다면 난 자네에게 더 혹독하게 대했을 거야. 난 사회적인 사람이 아니라네. 

내가 겪은 사회는 여자를 억압하는 기계나 다름없었어. 멕시코에서 사회는 아주 중요해, 여자들은 투표권조차 없는 사회지. 멕시코 사람들은 사회나 정치에 광분하지만 실천은 형편없어. 우리 집안은 가추피네*이지만, 스페인인이나 크리오요나 광분하기는 매한가지야. 
스페인에 있었던 정치적 비극이 20년 전 멕시코 땅에서 그대로 되풀이되었네. 진실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비극의 희생양이 된 거지. 전혀 다른 동시에 완전히 똑같아. 스페인 사람의 심장에는 자유에 대한 강한 열망이 깃들어 있지만, 그 열망은 오직 자기 자신의 자유만을 향하고 있네. 온갖 진실과 명예를 한없이 사랑하지만 그 본질은 사랑하지 않아. 피를 뿌리지 않는 한 어떤 것도 증명될 수 없다고 강하게 확신하지. 여자의 순결, 투우, 대장부 심지어 신마저도 마찬가지네.


*스페인 태생의 백인으로, 멕시코에서 태어난 스페인계 백인아 크리오용니ㅣ 비해 보다 높은 지위를 차지했다. - P318

 내 눈에 알레한드라는 여전히 아이야. 하지만 그 나이 때 내가어땠는지 역시 잘 기억하고 있네. 난 솔다데라(여자 투사)가 될 수도있었어. 알레한드라도 마찬가지겠지. 난 그 애가 어떤 삶을 살게 될지 결코 모를 거네. - P318

운명이 있다 해도 우리로서는 전혀 알 길이 없지 운명이 처음부터 결정되는 것인지, 혹은 우연히 일어난 사건을 짜 맞추어 운명이라고 부르는 것인지 우리는 모르잖나. 사실 우리존재는 아무것도 아니야. 자네는 운명을 믿나? - P319

나는 학교에서 생물학을 공부했다네. 과학자들은 실험할 때 박테리아든, 쥐든, 사람이든 일부를 택해 특정한 조건을 부여하지. 그러고는 자연 상태 그대로 있었던 두 번째 무리와 비교해. 그 두 번째 무리를 대조군이라고 부르지. 대조군 덕분에 실험 효과를 측정하고 그 중요성을 판단할 수 있는 거야. 
역사에는 대조군이 없어. 달리 이랬을 수도 있다고 아무도 말할 수 없는 거지. 그저 이랬을 수도 있는데라고 한탄할 뿐, 그것을 현실로 만들 수는 없어, 역사를 모르면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고들 말하지. 하지만 역사를 안다고 해서 실수를 피할 수 있다고는 생각 안 해. 탐욕과 어리석음과 피에 대한욕망은 역사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네. 심지어 모든 것을 안다는 신마저도 세상을 바꿀 힘은 없는 게 아닌가 싶어. - P330

정오가 되기 전에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그녀가 그의 손을 이끌었다.
이쪽으로 가자. 보여 줄 것이 있어.
그녀는 대성당 벽을 따라 걷다 아치형 지붕이 줄지어 선 아케이·드를 지나 거리로 들어섰다.
여기가 어디야?
그가 물었다.
그냥 어떤 곳이야.
그들은 구불구불 이어진 좁은 골목을 따라 걸었다. 무두질 공장을지나 주석 세공소를 지나 작은 광장에 들어서자 그녀가 돌아섰다.
외할아버지가 바로 여기서 돌아가셨어.
어디?
여기. 바로 이곳 말이야, 과달라하리타 광장.
혁명 때 말이구나. - P349

그래. 1914년 7월 23일이었지. 외할아버지는 라울 마데로 밑에서사라고사 여단을 이끄셨어. 당시 스물네 살이셨지. 외할아버지 부대는 도시 북부에서부터 밀고 내려왔어. 세로 데 로레토, 티에라 네그라. 그 당시에는 여기가 모두 캄포였어. 외할아버지는 이런 낯선 장소에서 돌아가신 거야. 카예(거리) 델 데세오와 카예혼 델 펜사도르멕시카노가 만나는 이곳 에스키나(모퉁이)에서 울어 줄 어머니조차곁에 없었지. 꼭 코리도 가사 같았어. 작은 새 한 마리 날아가지 않았네. 그저 돌바닥에 피만 흘러내릴 뿐. 너한테 여길 보여 주고 싶었어. 그만 가자. - P34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