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인줄 알았는데...
갑자기 분위기 무엇?
살인이 드러나는 스릴러로 변했다!

"기억나세요. 아빠? 앙리와 룰루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고, 조르주가 아기일 때였어요. 아빠, 엄마가 조르주는 하녀에게 맡겨두고 저만 데려가서 제가 얼마나 우쭐했는지 몰라요. 얼마나 기뻤는지! 오랫동안 기다렸거든요. 가끔은 한 달 넘게. 그날이 되면 소풍 바구니들을 준비했죠. 오, 맛있는 과자들…………. 지금은 어쩐 일인지 그때 그 맛이 안 나요. 반죽하느라 엄마의 아름다운 맨팔에 밀가루가 잔뜩 묻었죠, 팔꿈치까지요. 기억나세요? 가끔은 친구분들도 함께 갔지만, 대개 우리뿐이었어요. 점심을 먹고 나면 엄마는 날 풀 위에 눕혀 쉬게했고, 아빠는 엄마한테 책을 읽어줬어요. 그랬죠? 아빠는 엄마한테 랭보와 베를렌의 시를 읽어줬고, 전 정말이지 뛰어다니고 싶었어요. 그래도 전 거기 누워 아빠의 목소리에 반쯤 귀를 기울이며 내 놀이와 그렇게 흘러갈 긴 오후 나절을 생각했어요. 그리고 맛보았죠. 그・・・・.… 당시 내 기쁨 속에 있던 그 완벽함을." 콜레트가 말을 이어갈수록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낮고 깊어졌다. 그녀는 아버지의 존재를 잊고 자기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그녀가 잠시 입을 다물고있다가 말을 이었다. - P82
"언젠가 자동차가 고장 났을 때 기억나세요, 아빠? 우리는 차에서 내려 걸어야 했죠? 제가 피곤해서 징징거리자 아빠와 엄마는 수레에 풀을 잔뜩 싣고 지나가는 농부에게 저를 옆에 좀태워달라고 부탁했죠. 그 농부가 날 위해 가지와 풀잎을 엮어서 햇빛을 가려주는일종의 작은 지붕을 만들어줬던 게 기억나요. 아빠와엄마는 수레를 따라 걸어왔고, 농부는 말을 몰았어요. 그때, 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는지 두 분이도로 위에 멈춰 서서 입을 맞췄어요.……………. 기억나세요? 제가 가지 아래에서 갑자기 머리를 내밀고는 외쳤죠. ‘다 봤어요.‘ 그러자 두 분은 웃기 시작했고요. 기억나세요? 우리가 가구가 거의 없어서 썰렁하고, 전기도 안들어오고, 식탁 한가운데 커다랗고 누런 구리 촛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커다란 집에 들렀던 게 바로 그날 저녁이었어요…………. 오, 참 신기해요. 그 모든 걸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이제야 기억이 나네요. 어쩌면 꿈이었을지도 모르고요." - P83
... ... 방 안의 후끈한 열기, 파이프 담배연기, 식탁 위의 타르트 향기, 과일로 가득한 그릇 주변을 맴도는 말벌들의 날갯짓, 농부들의 걸걸한 웃음소리가, 술기운을이겨내는 법을 알지 못한 채 과음을 했을 때 빠져들게되는 비현실과 꿈의 느낌을 더욱 증폭시켰을 것이다. 소년은 계속 콜레트를 쳐다보았다. "넌 물랭뇌프가 그립지 않니?" 프랑수아가 그에게무심코 물었다. "아뇨, 여기가 나아요." "저런, 배은망덕하기도 하지." 콜레트가 약간 부자연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너한테 맛있는 타르트 만들어줬던 것도 기억 안 나니?" "오, 그건 기억나요." "그렇다면 다행이로구나." "오, 그건 기억나요." 소년이 반복해 말했다. 소년이 투박한 손으로 포크를 만지작거리다가 콜레트를 민망할 정도로 빤히 쳐다보며 불쑥 말했다. "전 다 기억해요. 잊어버린 사람들도 있지만, 전 다기억해요." 우연하게도 갑자기 침묵이 찾아왔을 때 소년이 이말을 했고, 침묵 속에서 말이 너무 크게 울려 퍼졌기때문에 모두가 충격을 받은 듯 움찔했다. 콜레트는 갑자기 안색이 하얗게 질린 채 입을 다물었다. - P89
"다 기억하다니,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냐?" "무슨 뜻이냐 하면요. 여기 있는 누군가가 장 주인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잊어먹었더라도, 전 기억하고있다는 뜻이에요." "아무도 잊지 않았어." 내가 이렇게 말하고는 콜레트에게 어서 일어나서 식탁에서 물러나라는 손짓을 했지만, 그녀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뭔가 미심쩍기는 해도 그날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프랑수아는 소년의 입을다물게 하는 대신 그를 향해 몸을 기울이고 걱정스레캐물었다. "네가 그날 밤 뭔가를 봤다는 뜻이니? 말해다오, 제발 이건 아주 심각한 일이야." - P90
"가지 말고 말해봐. 넌 우리가 모르는 뭔가를 알고있어, 확실해. 난 그 죽음에 뭔가 석연치 않은 게 있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어. 어린 시절부터 건너다닌 탓에발이 나무판자 하나하나를 모두 기억하는 다리를 건너면서 부주의로 물에 빠지지는 않아. 게다가 그날 장 도랭은 느베르에서 목돈을 받았어. 그런데 그의 지갑은발견되지 않았지. 경찰은 그가 강에 빠지면서 잃어버렸을 거라고, 지갑이 강물에 떠내려갔을 거라고 추정했어. 하지만 어쩌면 누군가 그를 죽이고 훔쳐 갔을지도 몰라. 그러니 우리가 모르는 뭔가를 봤다면 그걸 말하는 건 네 의무야. 안그러니, 콜레트?" 프랑수아가 딸을 돌아보며 덧붙였다. 콜레트에게는 그렇다고 대답할 힘조차 없었다. 그래서 고개를 살짝 끄덕이기만 했다. "불쌍한 것, 너한테는 정말 괴로운 일이겠지. 이 소년과 단둘이 얘기해 볼 테니 넌 나가 있으렴." 콜레트는 싫다는 손짓을 했다. 모두가 입을 다물고있었다. 소년은 갑자기 술이 깬 듯 보였다. 그는 눈에띄게 몸을 떨며 프랑수아의 집요한 질문에 대답했다. "예, 맞아요, 누가 그분을 물로 밀어 빠트리는 걸 분명히 봤어요. 그날 밤에 할머니한테 말씀드렸는데, 할머니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 P91
... ...참 이상한 밤이었어요. 바람이 세차게 불었고, 나무들이 마구 요동쳤죠. 그러다 주인님이 보이지 않아서 자동차 옆에 계시나 보다 했어요. 방앗간으로 들어가려면 제 앞에 있는 다리를 건너야 했거든요. 전 주인님이 숨어 있거나 누굴 기다리는구나 생각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전 깜빡 잠이 들었어요. 그러다 다리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놀라 화들짝 깨어났죠 두 사람이 다투고 있었어요.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전 달아날 시간도 없었어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밀어 물에 빠트리고는 도망갔어요. 전 주인님이 물에 빠지면서 외친 소리를 들었고요. 분명히 주인님 목소리였어요. 그분은 ‘오, 주님!‘이라고 소리쳤어요. 그런 다음에 풍덩 하고 물소리가 들렸죠. 그래서 저는집까지 부리나케 달려와 모두를 깨우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했어요. 그러자 할머니가 저에게 말했어요. ‘넌 입 꾹 다물고 있어. 넌 아무것도 못 봤고, 아무것도못 들었어, 알겠니?‘
그렇게 오 분도 채 지나지 않아 부인께서 혼비백산 달려와서는 남편이 물에 빠져 익사했다고, 시신을 찾게 도와달라고 요청하셨어요. 그래서아버지가 방앗간으로 내려가셨고, 장 주인님에게 젖을물려 키우신 할머니는 ‘난 시트를 찾아봐야겠다. 내 손으로 그 아이의 시신을 덮어줄 줄이야, 가엾고 불쌍한아이‘라고 말씀하셨죠. 어머니는 저에게 어서 쿠드레로달려가서 주인님이 돌아가셨다고 알리라고 했어요! 이게 다예요. 제가 아는 건 이게 다예요." - P91
소년은 잠시 망설인 후에 대답했다. "예, 똑같이 말할 수 있어요. 그게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장 도랭 씨를 물에 빠트린 남자, 얼굴은 자세히 못 봤니?" 아주 긴 침묵이 흘렀고, 모두의 시선이 소년에게 고정되었다. 오직 콜레트만 눈을 들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앞으로 내민 두 손을 그러쥐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 끝이 부들부들 떨렸다. "못 봤어요." 마침내 소년이 말했다. "알아볼 수 없었어? 단일 초도? 그날 달이 밝았잖니." "저는 반쯤 잠에 취해 있었어요. 두 남자가 다투는걸 봤고, 그뿐이에요." "장 도랭 씨가 도움을 청하지는 않았니?" "그랬는지는 몰라도 전 못 들었어요." "그 남자는 어느 방향으로 달아났니?" "저기, 숲 쪽으로요." 프랑수아는 손으로 천천히 자신의 눈을 쓸었다. - P94
그때서야 사람들은 콜레트가 울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남자들이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섰다. "자, 일들 하러 갑시다." 마륄레 집안의 가장이 말했다. 남자들은 잔을 비우고 밖으로 나갔다. 넓은 부엌에는 여자들만 남아 콜레트를 쳐다보지 않은 채 일을 찾아 분주히 움직였다. 프랑수아가 콜레트의 팔을 부축해 차에 타는 걸 도와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출발했다. - P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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