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다들 뭔가 모르게 이상하고 특이한 성격이다. 대화도 이상하다.

그러니까 우리는, 너희가 조지 워싱턴과 그의 벚나무며, 반도의 정의나 문장 분석법 같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블레이크나 휘트먼, 나아가 호메로스나 셰익스피어에 대해 너무 많이 혹은 어떤 것이든 알기 전에 예수와 고타마와 노자와 샹카라와 혜능 선사, 스리라마크리슈나 같은 이들이 누구였는지, 어떤 존재였는지 알았으면 했던 것이다. 어쨌든 그것이 우리의 커다란 구상이었다. 나는 아마도, S와 내가 정기적으로 집에서 세미나를 열던 그시절을, 특히 그런 형이상학을 공부하던 시간들을 네가 얼마나 지독하게 싫어했는지 알고 있었다는 말을 하려는 것 같다. - P89
다시 파란색 매트를 바라보기 시작했던 글래스 부인이 멍하게이 ‘진짜 경고‘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흘긋보다는 좀더 오래, 주이가 그녀의 얼굴을, 특히 그녀의 눈을 보았다면, 그는 두 사람 사이에 오갔던 대화에서 자신이 한 말 대부분을 철회하거나 재구성하거나 변형해 그것을 누그러뜨리고 부드럽게 하고 싶다는 충동을, 비록 그냥 스쳐지나가는 충동일지라도, 강하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 P118
거의 분명히 주이가 의도적으로 면도기를 휴지통에 던진 것은아니었고, 그저 왼손을 너무 갑자기 세게 내리는 바람에 면도기가 손에서 빠져나간 것뿐이었다. 어떤 경우는 손목으로 세면대 옆면을 쳐 다칠 의도가 아니었다는 건 분명했다. "버디, 버디, 버디." 그가 말했다. "시모어, 시모어, 시모어." 그는 어머니를 향해돌아섰다. 그녀는 면도기 떨어지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움찔하긴 했지만 진짜 겁을 먹은 건 아니었다. "그 이름들에 아주 진절 머리가 나서 내 목이라도 그을 것 같아요." - P134
그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표정은 거의 없었다. "이놈의 빌어먹을 집구석에선 유령의냄새가 나요. 다 죽은 유령이 돌아다니는 거야 상관없지만 반쯤죽은 유령이 돌아다니는 꼴은 지옥처럼 끔찍하고 싫다고요. 제발버디가 마음을 정했으면 좋겠어요. 버디는 시모어가 한 건 죄다따라 해요, 따라 하려 애쓰거나 그런데 도대체 왜 자살은 안 하는 거야 빨리 해치우고 말지?" - P134
글래스 부인이 눈을 깜박였다. 딱 한 번 주이는 즉시 그녀의얼굴에서 고개를 돌렸다. 그가 몸을 숙여 휴지통에서 면도기를꺼냈다. "우린 괴물이에요, 우리 둘, 프래니와 나." 그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나는 스물다섯 살 괴물이고 프래니는 스무 살 괴물. 그리고 이건 그 두 인간 책임이에요." 그는 면도기를 세면대 가장자리에 놓았지만 면도기가 미끄러지며 시끄럽게 세면대안쪽으로 떨어졌다. 그는 재빨리 면도기를 꺼냈고, 이번에는 손으로 단단히 잡았다. "괴물 증상이 프래니의 경우 나보다 좀 늦게 나타났을 뿐이고요. 하지만 저 아이도 괴물이란 거 그거 잊지마세요. 맹세코, 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 두 인간을 죽일 수있어요. 위대한 스승들, 위대한 해방자들. 맙소사. 난 누군가와함께 앉아 점심을 먹어도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가 없어요. - P134
"아무도 관심 없겠지만, 난 지금도 빌어먹을 식사 시간에 낮은목소리로 ‘사홍서원‘을 먼저 외우지 않으면 앉지도 못해요. 프래니도 분명 그럴 거예요, 뻔해요. 그 두 인간이 그런 식으로 우릴훈련했다고요. 그런 빌어먹을" "사홍 뭐?" 말을 끊는 글래스 부인의 태도가 조심스러웠다. 주이가 두 손으로 세면대 양쪽을 잡고는 가슴을 조금 앞으로기울이며 시선을 에나멜 세면대 벽면으로 향했다. 호리호리한 몸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 당장이라도 세면대를 아래로 밀어 바닥을뚫고 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사홍서원." 그가 말하며 적의를 품은 채 눈을 감았다. - P135
"중생이 아무리 무수할지라도 그들을 구제할 것을 서원합니다. 번뇌가 아무리 솟을지라도 번뇌를 끊을 것을 서원합니다. 법문이 아무리 무한할지라도 법문을 모두 깨우칠 것을 서원합니다. 불도가 아무리 높을지라도 불도를 다 이룰것을 서원합니다. 다 외우네. 야, 파이팅. 저도 할 수 있어요. 저도팀에 넣어주세요, 코치님." 그의 눈은 여전히 감겨 있었다. "맙소사, 난 열 살 때부터 줄곧 매일 세 끼 식사 때마다 낮은 목소리로 이걸 중얼거렸다고요. 이걸 읊지 않으면 먹을 수 없었어요. 르세이지와 점심을 먹을 때 한 번 외워보지 않으려고 시도한 적이 있어요. 그러다 망할 무명조개에 목이 막혀 토할 뻔했죠." 그가 눈을 뜨고 얼굴을 찌푸렸지만 그 특이한 자세는 유지했다. - P135
"난 네가 결혼을 했으면 좋겠구나." 글래스 부인이 불쑥 아쉬운 듯 말했다. 글래스 가족은 모두 주이는 더더욱 글래스 부인이 내리는이런 종류의 난데없는 결론에 익숙했다. 그녀의 난데없음은 특히 이렇게 울컥 감정적으로 화를 내고 있는 한가운데서 최고로, 가장 절묘하게 꽃을 피웠다. - P136
그러나 이번에는 주이가 상당히 방심하고 있었다. 폭발하는 것 같은 소리가 터져나오는 웃음, 혹은 웃음과 정반대인 소리가 대부분 그의 코를 통해서 터져나왔다. 글래스 부인은 재빨리 그리고 초조하게 몸을 앞으로 숙이며 상황을 살폈다. 그것은 웃음 쪽에 가깝다 할 수 있었고, 그러자그녀는 안도하며 다시 몸을 뒤로 하고 앉았다. "글쎄. 난 그랬으면 좋겠다." 그녀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안 할 이유라도 있니?" 주이가 자세를 누그러뜨리며 바지 뒷주머니에서 리넨 손수건을 꺼내 펴더니 손수건에 대고 코를 한 번, 두 번, 세 번 풀었다. 그가 손수건을 치우며 말했다. "난 기차 타는 걸 너무 좋아해서요. 결혼하면 기차에서 절대 창가자리에 못 앉거든요." "그건 이유가 못 돼!" "완벽한 이유예요. 나가세요, 베시, 혼자 조용히 있게 해줘요. 나가서 멋지게 엘리베이터라도 한번 타지그래요? 그리고 그 망할 담배 끄지 않으면 손가락 데겠어요." - P137
"아무리 아는 게 많고 기가 막히게 똑똑한들, 그러고도 행복하지 못하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구나." 그녀는 그에게 등을 돌린 채, 다시 문을 향해 움직였다. "적어도, 그녀가 말했다. "너희 모두 예전엔 서로 아주 상냥하고 다정해서 그걸 지켜보는 게 기쁨이었는데." 그녀가 문을 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저 기쁨이었는데." 그녀가 단호히 말하고는, 나가며 문을 닫았다.
주이는 그 닫힌 문을 바라보며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천천히내쉬었다. "퇴장하면서 하는 대사가 아주 근사하네요, 친구!" 그가 그녀 뒤에 대고 소리쳤지만, 그것은 그 소리가 복도의 그녀에게 실제로는 들리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든 후였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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