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식료품 가게 주인 미카엘포인트너 씨가 우체국 문을쾅 닫고 나오면서 소리쳤다.
"저 교만한 년, 정말 역겨워! 뻔뻔스럽고 싸가지 없는년! 내가 그런 말은 난생 처음 들었네. 마녀 같은 년!"
"자, 자, 흥분하지 마.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야? 누가 자네를 물어뜯기라도 했나?" 빵집 주인 헤르트리트슈카씨가 우체국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가 흥분한 포인트너 씨를 진정시키며 호탕하게 웃었다. - P250

씩씩거리며 울분을 토하는 포인트너 씨의 말이 옳았다. 우체국 여직원 크리스티네 호프레너 양에게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생겼던 것이다. 지난 2주간 마을 사람들이 모두 알게 되었다. 처음에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엾은 처녀가 어머니를 잃고 상심한 탓이라고만 생각했다. 목사가 여자를 위로하러 두 차례나 집에 들렀다. - P251

이제는 아무도 그녀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쇼핑할때면 마치 급하게 기차라도 타러 가는 사람처럼 바삐 걸어가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예의와 친절의 대명사로 알려졌던 직장에서도 이제는 사람들에게 무관심으로 일관했고, 무뚝뚝하고 거만하게 굴었다.
여자에게 분명히 무슨 일이 있었다. 그것이 무슨 일인지, 본인만 알고 있을 터였다. 여자가 잠든 동안에 누군가 그녀의 눈에 독약을 뿌린 모양이었다. 그래서 독이묻은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되었던 것이다.  - P252

악의와 적개심으로 가득 찬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모든 것이 추하고, 사악하고, 적대적으로만 보였다. 여자는 매일 아침 증오심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여자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보는 것은 연기에 그을린 다락방 천장의 대들보였다. 낡은 침대, 싸구려 누비이불, 등나무 의자, 깨진 물주전자가 놓여 있는 세면대, 벗겨진 벽지, 판자가 삐걱거리는 마룻바닥・・・・・…. 
모든 것이 지지리도 궁상맞고 흉측했다. 차라리 눈을 감고 캄캄한 어둠 속에 파묻혀 있고 싶었다. 하지만 자명종 소리는 여자의 귓전을 때리며 그런 작은 바람조차도 용납하지 않았다. 여자는 신경질적으로 일어나 신경질적으로 옷을 입었다. 해진 속옷,
역겨운 검은색 원피스…. 원피스의 소매는 이미 오래전에 찢어졌지만, 귀찮아서 내버려 두었다.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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