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는 눈물 그렁그렁한 눈으로 비탈 아래를 내려다봤다. 그녀가 그 순간 떠올린 생각을 말로 표현할 수 있다면, 몇 년 전 인간의 타도를 위해 열심히 일하자고 결의했을 때 분명 이런 학살은 그들의 목표가 아니었다고 말했을 것이다. 늙은 메이저가 처음으로 반란을 일으키자고 촉구했던 그날 밤에 그들이 기대했던 건 이런 공포와 살육의 현장이 아니었다.
그녀가 꿈꾸던 미래상은 굶주림과 채찍에서 자유롭고, 모두가 평등하고, 각자는 자신의 능력에 맞게 일하고, 약자는 굳건히 보호되는(메이저가 연설하던 그날 밤 그녀가 앞발을 구부려 뒤늦게 들어온 오리 새끼들을 보호해준 것처럼) 그런 동물의 세상이었다.
하지만 그러기는커녕 이상한 세월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아무도 감히 자기 생각을 말하지 못하고, 사납고 으르렁거리는 개들이 모든 곳을 돌아다니며 감시하고, 동무들이 충격적인 죄를 고백한 뒤 찢겨 죽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세월이었다. 클로버는 도무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 P96
그렇다고 반란을 일으키거나 불복종할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지금 상황이 이렇게 모질기는 하지만 존스가 있던 때보다는 훨씬 나으며, 무엇보다 인간들이 되돌아오는 걸 막아야 한다는 걸 알았다. 어떤 일이 벌어지든 그녀는 지시에 충실한 모습을 보이고, 일을 열심히 하고, 주어지는 지시를 수행하며, 나폴레옹의 지도를 받아들일 것이었다. - P96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그녀와 다른 모든 동물이 고생을 감내하며 바랐던 건 지금의 이런 모습은 아니었다. 그들이 풍차를 짓고, 존스가 쏜 총알에 맞섰던 건 지금 이런 꼴을 보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그녀는 이렇게 생각했지만, 그 생각을 적절히 표현할수 있는 어휘를 알지 못했다.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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