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웃으며 사방으로 드레스를 하나하나 돌리고 또 돌렸고, 거의 바래지 않은 풍부한 실크 옷감을 살펴보면서도 한때 유행이었고 우아하게 여겨졌던, 하지만 이제는 이상하고 약간은 우스꽝스럽기도 한 스타일의 옷을 앞에 놓고 어안이 벙벙한 채로 있었다….
위그는 끈질기게 간청했다.
"하지만 추해 보일 거라고요!"
- P78

이런 갑작스러운 일에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제인은 결국 이 헌 옷들로 치장한 자기 자신이 재밌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녀는 어린아이처럼 생글거리며 가운을 벗어 맨팔을 드러내고는 코르셋을 덮고 있는 가슴받이 블라우스를 정돈하여 속옷의 레이스와 함께 드레스에 밀어 넣었다. 그녀는 상체를 노출하는 드레스 두 벌 가운데 하나를 입고 있었다…. 거울 앞에 선 제인은 자신을 보고 웃었다. "오래된 초상화 같잖아!" - P78

그녀는 애교를 부리며, 몸을 이리저리 꼬았다. 그녀는자기 모습을 전체적으로 보려고 치맛자락을 걷어 올려 테이블 위에 올라갔다. 계속해서 웃느라 가슴은 흔들거리고, 속옷의 한쪽 끝은 잘못 고정되어 맨살 위로 비죽 튀어나와 있었으며, 정숙하지 못하게 내밀한 속옷까지 다 드러나 있었다. - P79

위그는 생각에 잠겼다. 그가 꿈꿨던 그 절정의 순간이 더러워지고 저속해진 것 같았다. 제인은 이 놀이를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녀는 미친 듯한 즐거움으로 폭발하여 이제 다른 드레스를 입어보려 했고, 무용 스텝을 계속 밟으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 P79

위그는 불안감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꼈다. 슬픈 무도회에 온 것 같았다. 유사한 신체적 매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다. 매력은 여전했지만, 왜곡된 방식으로 작용했다. 닮은 모습을 빼고는 제인은 그에게 저속해 보일 뿐이었다. 닮았다는 이유로 잠시 제인은 그에게 죽은 아내를, 같은 얼굴을 하고 같은 드레스를 입고 있지만 타락해버린 아내를 다시 만나는 듯한 끔찍한 느낌을 주었다. 이런 감정은 예배행렬이 벌어지는 동안, 저녁에 성모 마리아나 성녀들의 복장을 한 행렬을 만났을 때나 느껴지는 감정이었다.  - P79

IX
위그는 세상을 떠난 아내의 낡은 드레스 하나를 제인에게 입히는 묘한 변덕을 경험한 뒤부터 엄청난 환멸을 느꼈다. 도가 지나쳐버렸다. 두 여인을 하나로 합치길 너무나도 원한 나머지 두 사람의 닮은 모습이 줄어든 것이다.
두 여인이 그들 사이에 놓인 죽음의 안개와 함께 서로 거리를 둔 채 존재하는 한 환상은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너무 가까워지자 서로 다른 점이 드러났다. - P99

 그는 그녀를 기다렸다. 그는 혼자 있는 건 싫어서 그녀가 돌아올 때까지 근처에서 산책하는 것을 선호했다. 걱정스럽고 슬픈 기분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두려워하며 위그는 되는대로 인도를 이리저리 오가며 정처 없이 걸었다. 가까운 둑길에 다다라 물가를 따라 나무들의 탄식으로 서글픈 분위기를 풍기는 대칭 형태의 광장에 이르렀고, 한없이 뒤얽힌 회색빛 거리로 들어갔다.

아! 여전한 브뤼주의 회색빛 거리!
위그는 자신의 영혼이 이 회색빛에 점점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흩어져 있는 이 침묵에, 오가는 사람 없는 이 공허함에 감염되고 있었다.  - P102

그는 다시 걷기 시작했고, 망설이며 쪼그라든 길로 돌아 들어갔다. 그리고 의심할 여지 없이 로제르 강둑에 이르렀다. 이제 그는 집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제인의 집에는 나중에, 저녁 시간에나 갈 생각이었다. 그는 안락의자에 앉아 책을 읽으려고 했다. 그리고 잠시 후, 고독에 잠겨, 그리고 넓은 복도에 흐르는 차가운 침묵에 잠식되어 다시 외출에 나섰다.

저녁이 되었다…. 비가 계속해서 조금씩 흩뿌리다가 점점 더 많이 내리며 그의 영혼을 고정시킨다…. 위그는 다시금 정복된 느낌을 받았고, 그 얼굴에 사로잡혀 제인의 집으로 떠밀려 갔다. 그는 그곳을 향해 걸어가다가 가까워지자 발걸음을 되돌렸다. 고립되고 싶은 욕구에 갑작스레 이끌려, 그리고 그녀가 집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두려운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녀를 보고 싶지않았다.
- P103

그는 제인을 생각했다. 이 시간에, 이런 쓸쓸한 날씨에 그녀는 밖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는 죽은 아내를 생각했다. 그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 그녀의 가엾은 무덤... 폭우에 망가져버린 화관과 꽃•••.
그리고 종소리가 아주 희미하게, 아주 멀리서 울렸다! 도시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이제 도시는 모든 것을 휩쓸어버린 빗속에 녹아버리고 잠겨 더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이토록 걸맞은 슬픔이라니! 바로 이죽음의 도시 브뤼주에 비로부터 살아남은 가장 큰 높이의 종탑에서 들려오는 본당의 종소리가 여전히 쏟아져 내리며 슬퍼하고 있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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