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생각보다 점점 재밌어진다.
반납전에 얼른 읽어야지.

지금 그는 분별력을 잃은 것일까? 아니면 그의 망막이 죽은 아내를 고이 간직한 나머지 지나가는 사람들과 그녀를 동일시하는 것일까? 위그가 아내의 얼굴을 찾아다니는 와중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 여인은 아내와 너무나도 똑닮은 쌍둥이처럼 보였다. 이 여인의 출현으로 혼란스러워졌다!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공포에 가까운기적이었다. 모든 게, 걸음걸이, 몸매, 신체리듬, 표정, 내면의 시선, 이 모든 것이 선이나 색깔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것과 영혼의 움직임까지 그에게 다시 나타나 살아 있는 것이다! 최면에 걸린 듯, 위그는 이제 영문도 모르고 생각도 하지 않고 안개 낀 미로 같은 브뤼주의 길들 사이로 그녀를 계속해서 따라갔다. 여러 방향으로 뻗은 길이 얽혀 있는 사거리에 도착했을 때, 그녀 뒤에 조금 떨어져 걷던 그는 그녀를 더는 볼 수 없었다. 어느 골목길로 돌아 들어갔는지도 알 수 없이 사라진 것이다. - P31
그는 멈춰서서 눈물이 고인 채로 먼 곳을 응시하고 허공을 훑어보았다…. 아! 죽은 아내와 어찌나 닮았던지! - P31
III 위그는 그 우연한 만남 때문에 큰 혼란에 빠졌다. 이제 아내를 떠올릴 때면 그날 본 미지의 여인이 생각나는 것이다. 그녀는 생생하고 뚜렷한 기억이었다. 그에게 그 여인은 죽은 아내보다 더 아내 같은 사람으로 느껴졌다. 그가 묵묵히 예배드리는 마음으로 유품으로 간직해둔 아내의 머리카락에 키스하러 가거나 몇몇 초상화 앞에서 눈물을 흘릴 때도 이제는 죽은 아내의 이미지를 마주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를 닮은 살아 있는 그 여인을 마주하는 것이었다. 두 여인의 얼굴이 기묘하게 일치되었다. 마치 운명이 그를 동정하여 그의 기억에 지표를 제시하고 망각을 거스르는 공범이 되어 시간이 흘러 이미 누렇게 변질되어 희미해진 판화를 새로운 복제본으로 대체하는 것 같았다. - P33
그는 경솔한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그의 존재를 알아보고, 오페라글라스로 그를 볼 수밖에 없었고, 그의 출현에 놀랐기 때문에 더욱더 그랬다. 물론 그는 누구하고도 어울리지 않았다. 가족 그 누구와도교류하지 않고 혼자 살았다. 하지만 저마다 적어도 안면이 있고, 그가 누구인지도, 그리고 그의 숭고한 슬픔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이 브뤼주라는 도시에서는 모두가 서로를 알고, 새로운 얼굴에 대해정보를 캐고, 이웃들에게 그 정보를 알려주거나 물어보기 때문이다. - P41
그것은 놀라운 일이었고, 일종의 전설이 거의 끝났음을 알리는 것이었으며, 절망에 빠진 홀아비에 관해 이야기할때 항상 미소 짓던 사악한 사람들의 승리였다. 위그는 사람들에게서 나온 무엇인지 모를 기이한 기운에 이끌려, 그리고 그 기운이 하나의 집단적인 생각으로 일치된 바로 그때, 자기 자신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느낌을, 고귀함이 깨져버렸다는 느낌을, 아내에 대한 숭배를 상징하는 꽃병에 처음으로 균열이 가면서 지금까지 잘 유지되었던 자신의 고통이라는 물이 다 빠져버린 것 같은느낌을 받았다. - P42
막이 계속해서 바뀌었지만, 그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위그는 분을 바르고 목각인형처럼 짙은 화장을 한가수들 중에서도, 합창대에서도 그녀를 발견하지 못했다. 공연에서 그 외의 것에는 무관심한 그는 수녀들이 나오는 장면이 끝나면 떠나야겠다고 확실히 결심했다. 장면의 배경은 묘지였는데, 그것은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모두 되살아나게 했다. 하지만 그의 기억을 되살리는 레치타티보가 흘러나오는 찰나, 죽음에서 깨어난 수녀원의 수녀들 분장을 한 발레 무용수들이 한 줄로 늘어서서 지나가고, 헬레나가 무덤 위에서 살아 움직이며 수의와 수녀복을 벗어 던지고 부활하자, 위그는 불길한 꿈에서 깨어난 후 비틀거리는 눈앞에서 빛이 너울거리는 연회장에 들어가는 사람처럼 충격을 받았다.
그렇다! 그녀였다! 그녀는 무용수였다! 그러나 그는 그에 대해 일 분도 생각하지 않았다. 실제로 돌무덤에서 내려온 죽은 아내, 지금 저편에서 웃음을 띠고 팔을 뻗으며 다가오고 있는 바로 ‘그의‘ 죽은 아내였다. - P45
너무나 닮아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그녀는 어스레한 석양을 두드러지게 하는 흑갈색 빛 눈, 금발 특유의 명료한 삭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 P45
IV 위그는 재빨리 여자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름은 알 수있었다. 제인 스코트. 그녀의 이름이 포스터에 큰 글씨로쓰여 있었다. 그녀는 릴에 거주하면서 자신이 속한 극단과 함께 브뤼주에 일주일에 두 번씩 공연을 하러 왔다. 여자 무용수들이 정숙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일은 별로없다. 어느 날 저녁. 그는 죽은 아내와 닮은 모습이 주는 가슴 아픈 매력에 이끌려 그녀에게 다가갔다. 기분 좋은 그녀는 놀란 기색 없이 마치 만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는데, 그녀의 목소리는 위그의 영혼까지 뒤흔들었다. 목소리 역시 그랬다!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닮아서 아내의 목소리를 다시 듣는 듯했고, 같은 색깔로 똑같이 세공된 듯했다. ‘유사성‘의 악마가 그를 농락하고 있었다! 그런 것이 아니면 두 얼굴 사이에 배합의 비밀이 숨겨져 있거나 그런 눈이나 그런 머리카락에 상응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인가? - P4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