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가 우리 보란리요!」 까잔갑이 가리켰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낙타에 탄 예지게이와 서둘러 옆으로 다가오는 우꾸발라를 돌아다보았다.「이제 조금만 더 가면 돼요. 우린 곧 저기에 닿을거고, 그러면 쉴 수 있을거요. (223/1054)
앞쪽으로 철길이 약간 구부러진 텅 빈 고지대 위에 서너 채의 집들이 보였고 측선에는 지나가는 열차가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좀 더 멀리로는 탁 트인 벌판과 완만한 경사지가 사방으로 펼쳐져 있었다 - 그 적막하고 끝없이 펼쳐진 스텝이, 그리고 또 너머로 스텝이....... (224/1054)
예지게이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는 바닷가의 스텝 지방 출신이어서 아랄 사막에 익숙해 있었지만 그런 사막일 줄은 예상을 못했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그 해안으로부터, 그가 자라났던 바닷가의 푸름으로부터 물 한방울 보이지 않는 이 죽은 지역으로 오게 되다니! 그가 여기서 어떻게 살 수 있을까? 곁에서 걷고 있던 우꾸발라가 그의 허벅지에 손을 얹고서 그대로 몇 걸음을 더 걸었다.(224/1054)
그는 아내의 생각을 알아차렸다.「걱정하지말아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중요한 건 당신이 회복하는 거예요. 그런 다음에 기다리면서 알아봐도 돼요.」 그렇게 해서 그들은, 나중에 가서 알게 되었듯이, 오랜 세월 그들의 나머지 모든 생애을 보내도록 운명 지어진 곳으로 오게 되었다. 곧이어 해가 떨어졌고 어둠이 내렸다. 사로제끄의 밤하늘에서는 무수히 많은 별들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들은 보란리-부란니에 도착했다. (225/1054)
며칠 동안 그들은 까잔갑과 함께 살았다. 그러고 나서 선로 노무자들에게 배당된 바라끄가옥에 방을 하나 얻어 나갔다. 새로운 환경에서 그들의 삶이 시작된 것이었다. 그 모든 어려움과 시련의 와중에서도 그 텅빈 사로제끄 사막이, 특히 처음에는, 예지게이에게 아주 중요한 두 가지 선물을 주었다. (225/1054)
그곳의 맑은 공기와 낙타 젖이었다. 공기는 티끌 한점 없이 맑았고 ㅡ 그런 곳을 다시 찾아내기란 어려울 것이었다 - 낙타 젖은 까잔갑이 두 마리의 젊은 암낙타들 중 그들에게 빌려준 한 마리에게서 얻었다.
「내 아내하고 나는 이러기로 했네. 우린 낙타 젖이 충분하니까, 저 하얀 머리는 자네가 쓰도록 하게. 두 배째 새끼가 딸린 저 암낙타 말일세. 저걸로 젖을 짜도록 하게. 하지만 새끼낙타에게 젖이 부족하지 않도록 해야 되네. 저놈은 자네 거니까. 내 아내하고 내가 그렇게 결정했어. 저놈은 자네 몫일세, 예지게이. 내가자네에게 기르라고 주는 선물이야. 저놈을 잘키워 보게. 그러면 자네는 곧 저놈에게서 태어난 새끼들도 갖게 될 걸세. 또 만일 자네가 여길 떠나기로 작정한다면 저놈을 팔아도 되고. 아마도 꽤 많은 돈이 되어 줄 걸세.」 (225/1054)
하얀 머리의 새끼 낙타는 열흘 전에 태어난, 머리가 검고 조그만 혹이 달린 작은 짐승이었다. 그놈은 귀여웠고 어린애 같은 상냥함과 호기심으로 빛나는 아주 커다랗고 촉촉한 눈을 갖고 있었는데 때로는 제 어미 주위를 껑충껑충 뛰어 돌아다니면서 익살맞게 달렸고 울타리가 쳐진 목초지에서 어미 뒤로 처질 때면 아기울음과도 흡사한 소리로 제 어미를 불렀다. 나중에 이놈이 조만간 때가 되면 그 지방에서 가장 유명한 낙타, 이 지칠 줄 모르는 힘센 짐승부란니 까라나르가 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수 있었을까? 까라나르는 예지게이의 삶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게 될 것이었다. 그러나 아직은 그 젖먹이 새끼를 끊임없이 보살펴 주어야했다. 예지게이는 그 새끼 낙타에게 마음이 몹시 끌리게 되었고 거의 모든 여가 시간을 그 짐승과 함께 보냈다. (227/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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