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알렉스 닐슨. 네가 나한테 기회를 주지않더라도 영원히 사랑할 거야. 그런데 난 린필드로 돌아가기가 무서워. 내가 여길 좋아할지,
지루해할지, 여기서 친구를 만들 수 있을지 몰라서, 나 같은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나에 대해 아무렇게나 생각하는사람들을 우연히 마주칠까 봐 겁이 나서. 난 뉴욕에 계속 살고 싶어. 난 뉴욕이 좋고, 아마 너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만약 너를 위해내가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난이렇게 대답할 거야. 모든 걸 다 포기할 수 있다고. 지금까지 내가 머릿속에 그린 것들 중 너와 함께할 새로운 삶을 위해 버리지 못할 건 아무것도 없어. 이스트 린필드 고등학교에도 갈수 있어. 오늘뿐 아니라 앞으로도 마찬가지야. (714/749)

네가 린필드에 머무를 거라면 난 지긋지긋한고등학교 농구 경기에도 널 따라갈 거야. 선수이름이 적힌 머리띠와 티셔츠를 갖추고, 선수들의 이름도 외울 거야! 아무렇게나 지어내지않고 말야! 네 아버지 집에 가서 다이어트 소다를 마시면서 비속어를 쓰거나 우리 성생활을화제에 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할 거야. 베티 할머니의 집에서 너와 함께 네 조카들을 돌봐줄거야. 벽지 뜯는 것도 도와줄 거야! 난 벽지 뜯는 걸 싫어하지만 말이야!
알렉스, 넌 내 휴가가 아니야. 내 번아웃을 해결할 해답도 아니야. 하지만 내가 위기에 빠졌을 때, 아플 때, 슬플 때, 내가 원하는 건 너밖에없어. 그리고 행복할 때면 네가 있어서 훨씬 더행복해져. 아직은 생각해야 할 게 많지만, 내가아는 단 하나는 네가 어디에 있건 거기가 내 자리라는 사실이야. 그 어느 곳도 너만큼 나에게집처럼 느껴지지가 않아, 슬플 때도, 기, 때도,
네가 내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 (715/749)

너는 니한테 집이나 마찬가지야, 알렉스. 그리고 너한테 나도그럴 거라고 생각해."
말을 마쳤을 때 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다. 알렉스의 얼굴엔 걱정이 가득하지만 그 밖의 다른 감정은 잘 읽어내지 못하겠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이, 어쩌면 그 반대로 소음이 (스피커에서 핑크 플로이드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고, 머리 위 TV에서는 스포츠 아나운서가흥분한 듯 떠들고 있다) 우리 사이에 러그처럼 점점 더 길게 펼쳐지고, 나는 마치 아주 깜깜하고 맥주로 끈적끈적해진 저택의 반대편에 서 있는기분이 든다. (715/749)

그가 말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어. 또 하나의 목소리가 말한다. 이대로 영원히 대화를 할 수 있을지도 몰라. 이 대화가 평생 이어질지도 몰라.
지금까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와 전화 통화들이 그랬듯이.
나는 헛기침을 한다. "그래?"
그는 나를 한참 쳐다보다가 아주 살짝 고개를 젓는다.
"아니, 너와 함께 비행기에 올라 뉴욕으로 간다면 그 누구보다 행복할 거야. 너와 함께 있는한, 난 행복할 거야."
또다시 눈앞에 만화경 같은 색채들이 빙빙 돌아간다. 나는 솟아오르는 눈물을 감추려고 눈을 깜박인다.
"그리고 그럴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해. 내 감정을 말하지 못하고 놓친 기회들, 내 마음을 들키면 널 잃을 거라고, 우리가 너무 다르다고 스스로를 다그쳤던 순간들이 빠짐없이 후회돼. (725/749)

난그저 너와 행복했으면 좋겠어. 하지만 그다음이 두려워."
그의 목소리가 갈라진다.
"네가 날 재미없어할까 봐 겁이 나. 다른 사람을 만날까 봐, 아니면 행복하지 않은데도 내 곁을 떠나지 못할까 봐, 그리고...... 평생 널 사랑하다가 언젠가 이별해야 할까 봐 무서워. 네가죽고, 온 세상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까 봐 두려워. 네가 죽고 난 뒤 내가 침대에서일어나지조차 못할까 봐, 또 만약 우리에게 아이들이 있다면 멋진 엄마를 잃어버리고 아버지가 아무런 관심을 주지 않는 가운데 불행하게살게 될까 봐 겁이 나."
그가 한 손으로 눈가의 물기를 훔친다.
"알렉스." 내가 나직하게 입을 연다.
어떻게 그를 위로해야 할지 알 수 없다. 과거의 고통을 없애줄 수도,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약속해줄 수도 없다. 내가 할수 있는 것은 내가 본, 내가 아는 진실을 말해주는 것뿐이다. (726/749)

"그럼 우리는 배를 여성형으로 부르는 사람들을 싫어한다는 것 외에도 또 하나 공통점이 생긴 거네." 내가 속삭인다.
"서로를 사랑하는 건 정말 무서운 일이야."
코를 훌쩍이던 그가 웃더니 양손으로 내 턱을감싸고 내 이마에 자기 이마를 댄다. 그가 눈을감고, 우리의 호흡은 서서히 하나가 된다. 같은바다 위 두 개의 파도처럼 우리의 가슴이 함께솟아올랐다가 다시 잦아든다. (727/749)

"너 없이 살고 싶지 않아."
그가 속삭이자 나는 마치 그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듯 그의 셔츠를 단단히 그러쥔다.
알렉스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더니 그가 중얼거린다. 
"작은 싸움꾼."
그가 살며시 눈을 뜨는 순간, 가슴이 아플 정도로 두근거린다. 그를 너무나 사랑한다. 어제보다 사랑하고, 내일은 더 사랑할 걸 알겠다. 그의 한 조각 한 조각을 나는 계속해서 사랑하게될 테니까.
그가 내 등을 단단히 끌어안는다. 촉촉이 젖은눈이 투명한 나머지 그에게로 뛰어들어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그의 생각들 사이를 헤엄치고 싶다. (728/749)

그가 내 머리를 쓸어내리더니 아름다우리만치 차분한 알렉스다운 표정으로 내 얼굴을 살핀다. 
"넌 말이야."
"싸움꾼이라고?"
"내 집이야." 
그 말과 함께 그가 나에게 키스한다.
우리가 집에 돌아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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