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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배들에는 모든 사람의 소원이 실려 있다. 어떤 사람에게는 배들이 조수에 맞춰 들어온다. 어떤 사람에게 배들은 시야에서 결코 사라지는 법은 없지만 바라보는 사람이 포기하고 시선을 돌릴 때까지 절대 육지에 닿지 않은 채 수평선 위에서 영원히 항해함으로써 그의 꿈은 죽을 때까지 시간에 조롱당한다. 이것이 남자들의 삶이다.

그러나 여자들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은 전부 잊어버리고 잊고 싶지 않은 것은 모두 기억한다. 꿈이 진리다. 그런 다음 그들은 그에 따라 행동하고 일한다. - P5

그래서 이 이야기의 시작은 여자였고, 그녀는 죽은 사람들을 매장하고 돌아왔다. 그들은 병이 나서 아프다가 머리맡과 발치를 차지한 친구들에 둘러싸여 죽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녀는 물에 젖어 불어 터진 사람들에게서 돌아왔다. 그들은 갑작스럽게 죽은 사람들로 무슨 일인지 따져보느라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 P5

해질 녘이었기 때문에 사람들 모두그녀가 돌아오는 것을 보았다. 해는 졌지만 하늘에 발자국을 남겨놓았다. 길가 현관에 나와앉아 있을 시간이었다. 이런저런 말을 들으며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었다. 이렇게 앉아 있는 사람들은 하루 종일 혀도 없고 귀도 없고 눈도 없는 도구 같은 존재들이었다. 노새와 다른 짐승들이 그들의 살갗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태양과 주인이 없기 때문에 그들의 피부는 힘을 얻어서 인간다워졌다. 그들은 소리와 작은 일들의 지배자가 되었다. 여러 나라에 대한 말들이 그들의 입을거쳐 갔다. 그들은 심판하면서 앉아 있었다. - P6

여자의 모습을 보자 그들은 예전에 쌓아두었던 부러움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마음 한구석을 씹어서 맛있게 삼켰다.
그들은 질문들로 지독한 진술서를 만들어냈고 웃음에서 살상 도구를 만들어냈다. 그것은 집단의 잔인함이었다. 활발해진 분위기.
주인 없이 걸어다니는 말들. 노래 속 화음처럼 함께 보조를 맞추는말들. - P6

그녀는 그들이 있는 곳에 이르자 할 일 없이 수다를 떨어대는 여자들 쪽으로 얼굴을 돌리고 말을 걸었다. 그들은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앞다퉈 인사했고 입을 벌린 채 기대로 가득 차서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매우 상냥하게 말을 걸었지만 자기 집 대문을 향해 계속해서 걸어가버렸다. 현관에 나와 있던 사람들은 바라보느라 말을 할 수 없었다. - P7

남자들은 바지 뒷주머니에 자몽이라도 넣은 것처럼 탄탄한 그녀의 엉덩이와 허리까지 치렁대며 바람에 깃털처럼 풀어헤쳐지는 풍성한 검은 머리채, 그리고 셔츠에 구멍이라도 뚫을 기세인 그녀의 도발적인 가슴에 눈길을 주었다. 그들, 남자들은 눈으로 놓친 것을 마음에 저장하고 있었다. 
여자들은 빛바랜 셔츠와 진흙투성이 작업복을 떼어내서 기억을 위해 따로 간직해두었다. 그것은 그녀의 힘에 맞서는 무기였고, 별볼일 없는 것으로 판명된다 해도 여전히 그녀가 언젠가는 자기네 수준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희망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들어가고 나서 대문이 꽉 하고 닫힐 때까지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고, 아무도 말하지 않았으며, 아무도 침을 삼킬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 P7

"그거야 상관 안 해. 잠깐 발을 멈추고 우리랑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었잖아. 그 여자는 우리가 자기에게 무슨 짓이라도 한것처럼 군다니까." 펄스톤이 불만을 토로했다. "잘못은 자기가 해왔으면서 말이야." - P8

"그러니까 그 애가 잠깐 발을 멈추고 우리한테 자기 일을 전부 말하지 않았다고 당신들이 화를 낸다는 말이네. 어쨌든 당신들 모두가 말하는 것만큼 그 애가 무슨 나쁜 짓을 했는데? 내가 알고 있는 것 중에서 그 애가 제일 잘못한 것이라고는 자기보다 몇 년 어린 남자를 고른 것인데 그건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는 게 아니잖아. 당신들 모두한테 정나미가 떨어졌어. 당신들은 이 마을 사람들이 침대 안에서도 오로지 주님을 찬양하면서 지낸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하잖아. 나는 그만 가볼게. 그 애한테 저녁밥을 좀 가져다줘야겠어." 
피비가 날쌔게 일어섰다.
"우리한테 신경 쓰지 마." 룰루가 미소를 지었다. "어서 가봐. 당신이 돌아올 때까지 우리가 집을 봐줄테니까. 나는 저녁 준비를다 해놓았어. 가서 그 여자 기분이 어떤지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우리한테도 알려주고."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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