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 표현, 그 해석과 저항을 위한 여러 갈래 길들

미러링 논란이 거듭되면서 주디스 버틀러 Judith Butler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 교수의 혐오 발언은 발간과 동시에 큰 주목을 받았다. 한국어판이 나온 2016년 8월 이전부터 이 책은
‘혐오의 시대‘를 맞은 한국 사회에서 뜨거운 비평적 담론을 촉발할 것으로 예견되었고, 실제 그러했다. - P220

버틀러는 주저 《젠더 트러블》에서 솨회적 성을 가리키는 ‘젠더‘가 원본 없는 문화적 전략이며 반복, 모방이라는 주장을 폈다. 「혐오 발언에서도 발화자가 말을 반복할 뿐, 원저자가 아님을 강조하며 말의 권력을 해체한다. 이 책에서 그는 다양한 형태의 ‘상처 주는 말‘ injurious speech을 설명하면서 혐오 발언 규제, 반포르노그래피 논증, 군대내 동성애자의 자기 선언, 국가 검열 등의 논쟁을 검토한다. - P221

‘혐오 표현‘ hate speech은 책의 핵심을 이룬다. 이는 폭력적으로 침묵을 강요하며 차별을 실행하기 때문에 문제적이다. 예컨대 반포르노 활동을 펼친 미국의 페미니스트 법학자 캐서린 매키넌은 포르노그래피가 일종의 혐오 표현이며 여성을 종속적 위치에 두면서 사회적 현실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버틀러는 "포르노그래피의 권력은 효력적이지 않다"고 본다.‘ 포르노그래피가 사회적 현실을 구성할 권력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는 차별·혐오적인 표현이 곧바로 상처가 되며 행위로 연결된다는 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혐오 표현이 강자의 차별을 정당화하고 약자의 입을 막아침묵시킨다(레이 랭턴)는 대부분의 주장을 비판하는 것이다.
- P221

왜일까. 먼저 버틀러는 인종차별주의자나 성차별주의자 등상처 주는 말을 하는 이가 절대적이고 유일한 권력을 가졌다는전제를 해체하려 한다. 말하는 자는 그 발언의 창시자가 아니며 말은 항상 통제할 수 없다. 말의 의미는 끝없이 변화•탈선하고, 청자의 개입에 따라 발화자의 의도와 정반대의 효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버틀러는 혐오 표현이 고통을 야기한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상처주는 말‘이 ‘저항의 도구‘로 바뀔수 있는가능성에 더욱 집중한다. - P222

혐오 표현에 대한 국가 개입과 법적 규제는 이 책에서 가장 논쟁적인 사안이다. 버틀러는 원칙적으로 혐오 표현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반대한다. 
법의 호명에 신성한 권력, 마법 같은 효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혐오 표현의 법적 규제는 수신자가 민감하게 반응하며 부르르 맞받아치는 말도 함께 금지할 수 있다. 정치적 중립이 의심스러운 국가의 판결은 소수자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법의 말, 국가의 발언, 공적 영역의 목소리는 주로 주류 쪽의 언어나 견해다. "약자를 보호하려는 입법 의도는 국가에 의해 불가피하게 오용된다"고 그는 말한다." - P222

그 대신 버틀러는 ‘맞대응‘을 제안한다. 혐오적인 발언에 저항하는 정치적 실천으로서 맞받아치기, 전복하기, 해체하기 등이다. ‘퀴어‘라는 욕설을 동성애자들이 해방적으로 바꿔버린 것이 한 예다(우리나라에서도 ‘잡년행진‘ 등의 사례가 있다). 주변화된 비주류는 말을 재맥락화하고 재구성해 혼돈을 만들고 개입하며 ‘기원‘을 해체할 수 있다. - P222

그럼에도 쉽사리 고개를 끄덕이기 힘들다. 혐오 집단의 위협은 개인의 안전과 생존을 위태롭게 할 수 있을 정도로 폭력적(마리 마츠다)일 수 있는 까닭이다. 언어를 재가공해서 저항하고 전복하는 일을 ‘민주적 해법‘이라고 제안하는 버틀러의 사유가 엄혹한 현실에서는 너무 이상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 책은 메갈리아의 미러링을 설명해주는 이론적 틀이 되기도 했지만 한쪽에서는 우려도 제기되었다. 배은경 서울대 교수(사회학·여성학)는 이 책을 두고 ‘혐오 표현‘은 강자가 약자에게하는 정치적 폭력, 언어폭력의 맥락을 갖고 있는데, 이를 약자가 그대로 되받아치는 모습을 볼 때 구경꾼들은 ‘상호 폭력‘이라고간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베‘와 ‘메갈리안‘을 똑같은 혐1오 발화자라고 보는 이들의 시선이 단적인 예다.
ble Speech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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