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장 홍수 속으로
나는 안달복달하는 바람 속에서 어쩔 줄 모르고 흩어지는 구름을 한동안 보았다. 강의 변형을 생각하니 마음이 심란했다. 나와 같은 종의 비뚤어진 탐욕이 실감나서였다. 결과야 어떻게 되든 말든 신경도 안 쓰고 세상을 멋대로 바꾸는 그 탐욕이 거북했다. 우리 모두에게 필연적으로 홍수와 가뭄의 대참사로 돌아올 만한 행동이다. 오염된 하구를 베번으로 조금씩 홀러들게 하는 하수처리 방식이나, 다운스의 비밀 저장고에서 지하수를 야금야금 훔치는 생수회사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불편했다. - P250
그러다 앞으로 일이백 년 후까지 생각이 미쳤다. 이러다강이 완전히 말라붙는 건 아닐까? 계곡 사이로 굽이굽이 흐르던 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쩍쩍 갈라진 땅바닥만 남으면 어쩌지? 아니면 바다가 서서히 밀려오다 끝내는 이 도시를 집어삼키며 소금기 풍기는 늪지대로 되돌려 놓으면서 소들의 시체와 우리 인간이 세상에 그득그득 채워놓고 있는 플라스틱으로 오염되는 게 아닐까? 미래의 어느 날 이곳에 서서 지켜볼 누군가의 눈앞에는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사막 같은 세상일까, 유독물로 오염된 바다일까? - P250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루이스의 홍수는 하나하나 축적된 행동이 결국엔 화를 자초하는 상황을 잘 보여준다. 범람원에 건물을 짓는 일은 아무리 많은 하수관을 설계해 넣는다 해도 여전히 위험한 모험이다. 물론 비를 자유자재로 통제할 방법을 찾는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 P250
특정 씨앗의 발아를 위해서꼭 필요한 산불처럼 홍수가 파괴적인 영향만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내 집이 하수 오물로 가득 차고 책마다 주글주글 주름이 잡히고 옷이 물에 쓸리는 상황이 닥친다면 그런 긍정적인 영향까지 헤아릴 여유는 없을 것 같다. 환경청조차 수긍했다시피, 우즈강의 개간은 점차 적정 수준을 넘어섰고 루이스가 기후변화의 진통을 잘 버텨내기 위해서는 일부 땅은 강에게 내주어야한다. - P251
나는 이것저것 조사하다가 우연히 우즈강의 둑에 천변저류지washland 를 복원하려는 프로젝트에 대해 보았다. 여기에서 말하는 천변저류지란 범람한 물이 배수구와 하수구로 들어가 상점과 주택으로 흘러드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넘쳐난 물의 대기 공간 역할을 하면서 단기적으로 범람을 버텨주는 목초지를 말한다. 농업이 점점 집약화되면서 주민들은 점점 위태로워지고 있지만 한때는 작물이 아주 풍성하게 자라서 1년에 세 차례나 활용할 수 있었다. 즉, 한여름에 건초 수확을 한 후 두 번째 자라난 풀로는 소가 가을까지 뜯어 먹고 또 그 뒤에는 양이 겨울 폭풍이 닥칠 때까지 뜯어 먹을 수 있었다. - P251
어쨌든 서식스 대학의 생태학자들과 역사가들이 짜낸 이 복원 프로젝트는 이곳의 야생 목초지를 복원하여 강 하류의 범람 위험성을 낮추는 동시에 내가 셰필드 파크 인근에서 봤던 수레국화, 칵풋, 왕바랭이, 김의털, 요크셔포그 등의 좀처럼 보기 어려운 풀들이 다시 강으로 되돌아오도록 하려는 구상이었다. - P251
소소하지만 어딘지 기분을 아주 좋게 해주는 계획이었다. 경제적인 동시에, 넉넉한 마음이 배어 있어 다시금 미래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해주었다. 인간이 어쩌면 이 세상에 잘 적응해볼 수도 있겠다고. 여기저기 깎아내다 결국엔 그 기반이 내려앉아 전부 다 무너지는 지경까지는 이르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 P252
갑자기 활기가 넘치면서 허기가 몰려와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돌아 내려왔다. 창가에 빵과 자전거 한 대, 제라늄화분, 물레를 쌓아둔 별난 식료품점에서 피자 한 조각과 딱총나무 꽃의 향이 나는 달달한 청량음료를 점심거리로 사 들고 철로 변으로 내려가 햇볕을 쬐며 피크닉 분위기를 냈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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