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의 피가 수은 중독을 넘어 아예 수은으로 변하기라도 한듯 극심한 피곤이 몰려왔다. 나는 침대로 가서 누웠다. 갑자기 지난 몇 달이 버겁게 느껴져 눈물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예전엔 내가 도망치게 될 줄은 생각도 못해봤지만 지금은 겁을 먹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 P196

 다시 숲으로, 그 마법 세계 같은 울창한 안드레데슬레지로 도망치고 싶었다. 아무도 나를 찾을 수 없고, 내 이름도 모르는 그곳으로. 왜 과거는 늘 이런 식일까. 왜 기억은 흐려지지 않고 자꾸만 맴도는 걸까. 왜 가끔씩 이렇게 무턱대고 떠올라서 지금 발 붙이고 있는 현실을, 내 육신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현실 공간을 그저 신기루처럼 느껴지게 하는 걸까. 과거는 붙잡을 수가 없다. 되돌아갈 수도, 잃어버린 것을 다시 되찾을 수도, 그렇다고 무심하게 툭툭 떨쳐버릴수도 없다. 그런데 어쩌자고 이렇게 갑작스럽게 들이닥치는 것인지.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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