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숲으로, 그 마법 세계 같은 울창한 안드레데슬레지로 도망치고 싶었다. 아무도 나를 찾을 수 없고, 내 이름도 모르는 그곳으로. 왜 과거는 늘 이런 식일까. 왜 기억은 흐려지지 않고 자꾸만 맴도는 걸까. 왜 가끔씩 이렇게 무턱대고 떠올라서 지금 발 붙이고 있는 현실을, 내 육신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현실 공간을 그저 신기루처럼 느껴지게 하는 걸까. 과거는 붙잡을 수가 없다. 되돌아갈 수도, 잃어버린 것을 다시 되찾을 수도, 그렇다고 무심하게 툭툭 떨쳐버릴수도 없다. 그런데 어쩌자고 이렇게 갑작스럽게 들이닥치는 것인지. - P1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