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의 자취를 따라 우즈강을 도보로 여행하다니... 넘 좋겠다!
이런 혼자만의 여행이 너무 고프다.






봄이 여름에게 자리를 내주던 무렵이었다. 나는 하지쯤에 맞춰 브라이턴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연중 낮이 가장 길다는 때에 전해오는 미신으로는 하지가 되면 여러 세계 사이의 벽이 점점 얇아진다는데, 나는 어쩐지 이 미신에 마음이 끌렸다. 그러고 보면 셰익스피어가 하지 축제 Midsummer day 전날 밤을 뒤죽박죽 소동 이야기‘의 배경으로 설정한 것도 그저 우연의 일치는아니다. 잉글랜드는 6월이 일년 중 가장 아름다운 시기라 떠나기 며칠 전 나는 꽃이 만발한 들판으로 나가 시원하고 아늑한 강물 속으로 들어가고픈 열망에 들떠 돌아버리기 직전이었다. - P29

전날 밤에 나는 육지 측량부 지도 
Ordnance Survey Map 세 장을 바닥에 펼쳐 놓고, 구상해둔 이동 경로를 볼펜으로 쓱쓱 그어가면서 최대한 물가 가까이에서 걸을 수 있는 보도와 오솔길을 쭉 이어봤다. 하지만 공식 산책로인 우즈 웨이 Ouse Way는 초반부 경로가 그야말로 물을 겁내듯이 짜여 있는 탓에 아무리 이탈해서 간다 해도 첫 삼 일은 물이라곤 어렴풋하게 밖에 못 볼 듯했다.

강둑 지대가 무단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돼 있었고 우즈강이 휘감고 있는 대부분의 땅은 사유지라 철조망과 출입금지 표지판으로 예나 지금이나 길이 막혀 있었다. - P34

나는 몇 달 동안 여러 지도로 하이 월드High Weald의 이 구역을살펴보며, 울타리 사이로 이리저리 얽히면서 동쪽으로 뻗어나가 굽이진 개울물로 합쳐지는 파란색 선들을 눈으로 좋았다. 덕분에 물이 시작되는 발원지가 어디쯤일지 확신하고 있었지만미처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있었다. 여름철에 급격히 왕성해지는 생명력이었다. 들판 언저리에 보이는 산사나무 울타리 옆으로 개울물이 흐를 것으로 예상했는데, 막상 와보니 그 자리에는독을 품은 하얀 산형화를 피운 독미나리와 쐐기풀이 허리높이까지 자라나 벽처럼 막아서고 있었다. 물이 흐르고 있는지.
아니면 그 물먹는 귀신 같은 풀이 수분을 빨아 먹어서 도랑이메말라 있는지 도저히 분간할 수 없었다.  - P36

나는 잠시 근방을 서성이며 망설였다. 마침 그날은 일요일이라 지나다니는 차가 별로 없었다. 이스트랜즈 농장 쪽에서 쌍안경으로 관찰하지 않는 한 불법으로 들판을 가로질러 강의 발원지로 표기된 곳으로 슬그머니 들어가는 모습을 누구에게도 들킬 염려는 없었다. 나는에라 모르겠다는 심산으로 울타리 밑으로 기어서 들어갔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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