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읽어나가는 동안 올리브가 점점 더 좋아진다. 어쩜 이런 캐릭터를 만들어내는건지...!
문장들이 가슴에 와서 콱콱 박힌다.
어떤 기분일지 상상이 너무 잘돼서 문제다
나도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모르겠다.

소제목은 <시인>이어서 미국의 계관시인이 된 앤드리아 르리외가 중심이긴한데 난 올리브의 이야기를 기억에 남기고 싶다. 이런건 남겨야 해!



그녀가 말했다. 
"음, 덕분에 같이 아침을 먹을수 있어서 좋았어. 나는 이만 가봐야겠다."
여자가 깜짝 놀라며 올리브를 쳐다보았다.
  "어머….…" 그녀가 말했다.
  "어머, 키터리지 선생님, 가지 마세요. 커피 좀더 드세요. 아, 커피가 없네요. 커피 드실래요?"
"이제 커피는 안 마셔."올리브가 말했다. 
"몸에 잘 안 받는 것같아서. 하지만 너는 마시고 싶으면 더 마시렴. 네가 마시는 등안 같이 있어줄게." 
그리고 고개를 돌려 종업원 여자를 찾았다. 여자는 금방 나타나 앤드리아에게 아주 사근사근하게 말했다
"따라드릴게요."
그 여자가 웃으면서 - 웃으면서! - 앤드리아게 말했다. 그리고 커피를 따랐다.
 "나이가 들면" 종업원 여가 가고 나서 올리브가 앤드리아에게 말했다. "투명인간이 돼. 그건 사실이야. 하지만 한편으론 그게 자유를 주지.‘
- P324

앤드리아가 궁금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게 어떻게 자유를 주는지 말씀해주세요."
"음." 올리브는 약간 당황했다.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알 수없었다.
 "더이상 중요하지 않은 존재가 된다는 말이야. 거기에 뭔가 자유를 주는 측면이 있지."
"잘 모르겠어요." 여자가 말했다. 그 순간 올리브의 마음을 관통한 것은 이런 생각이었다. 너는 솔직하구나. - P325

올리브가 말했다.
 "내가 그걸 잘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살다보면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잖아. 그건 좋은 의미도, 나쁜 의미도 아니야. 하지만 어쨌든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게 돼. 그러다 어느 순간 알게 되는 거지" - 올리브는 아까 커피를 가져온 여자가 있는 쪽을 향해 어깨를 으쓱했다.
 "자기가 더이상 아무 존재가 아니라는 걸 엉덩이가 큰 종업원에게 투명인간이 되는 거지. 그런데 그게 자유를 줘." 
그녀는 앤드리아의 얼굴을 계속 살폈는데, 뭔가와 싸우고있는 것처럼 보였다. - P325

찬란한 가을이었다. 잎은 나무에 매달려 그 색깔이 연중 어느때보다 선명했다. 사람들은 서로 그런 말을 주고받았고, 사실이그랬다. 태양이 날마다 그 모든 것에 햇빛을 비춰주었다. 밤에는 대체로 비가 오고 추웠으며, 낮은 그렇게 춥진 않았지만 따뜻하지도 않았다. 세상은 반짝거렸고, 노란색과 빨간색과 오렌지색과 연분홍색이 만으로 뻗은 길을 지나가는 모든 운전자들에게 찬란한 빛깔을 뽐냈다. 올리브는 차를 타고 지나가지 않아도 알수 있었다. 집 앞문에서 숲이 보였다. 매일 아침 문을 열 때마다세상의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 P335

올리브는 그 사실이 놀라웠다. 첫 남편이 죽었을 때는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지금은 이런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여기 세상이 있다고. 하루하루 그녀를 향해 아름다운 비명을 질러대는 세상이. 그리고 그것에 감사했다. 현관 벽장에 잭의 코트와 스웨터가 그대로 있었다. 그것 또한 다른 점이었다. 헨리의 옷은 그가 죽자마자 재빨리 없앴다. 심지어 요양원에 있을 때 이미 치우기 시작했다. 그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날 신었던 새 신발, 그가 다시는 신지 못한 그 신발. 그녀는 그것을 번개처럼 빠르게 없앴다. 낙타털 색깔의 스웨이드 구두였는데, 신발끈에 조금도 때가 묻지 않았었다. - P336

하지만 잭의 옷은 간직했다. 옷장 문을 열면 그 냄새가 여전히 희미하게 풍겨왔다. 그들이 처음으로 저녁식사를 하러 갔을때 그가 입은 카디건-진녹색, 팔꿈치에 가죽을 덧댄 것이었다 - 도 가지고 있었고, 처음으로 심각하게 싸웠을 때 그가 입은카디건- 푸른색에 삼각 문양이 있었다 -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그때 이렇게 말했었다. 
"맙소사, 올리브, 당신은 정말 까다로운 여자예요. 더럽게 까다로운 여자 젠장, 그런데도 난 당신을 사랑해. 그러니 괜찮으면 올리브, 나하고 있을 땐 조금만 덜 올리브가 되면 좋겠어요. 그게 다른 사람들하고 있을 땐 조금 더 올리브가 된다는 걸 의미하더라도, 내가 당신을 사랑하니까. 그리고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으니까."
- P336

올리브는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잭은 침대에 앉으며 말했다.
 "결혼합시다. 올리브, 당신이 헨리하고 살던 집을 팔고 여기로 옮겨요. 나하고 결혼해줘요, 올리브."
"왜요?" 그녀가 물었다.
그가 한쪽 입가가 올라가는 미소를 살짝 지었다.
 "내가 당신을사랑하니까." 그가 말했다. 
"내가 당신을 지독히 사랑하니까."
"왜요?" 그녀가 물었다.
"당신이 올리브니까."
"방금은 내가 너무 올리브 같다면서요."
"올리브 쉿. 그만 입다물고, 나하고 결혼합시다." - P337

잭이 잠을 자다 그녀 옆에서 죽었을 때, 공포가 큰 바다처럼 올리브를 덮쳤다. 그녀는 하루하루 겁에 질려 지냈다. 돌아와, 그녀는 계속 생각했다. 오, 제발 제발 제발 돌아와! 그들이 함께한 여덟 해가 눈사태처럼 순식간에 끝났다. 하지만 해괴하게도-그녀는 이따금 잭을 진짜 남편으로 생각했다. 헨리는 첫번째 남편이고, 잭은 진짜 남편이었다. 해괴한 생각이었고, 그게 사실일 리도 없었다. - P337

잠시 뒤 올리브가 물었다. 
"네 삶은 어떠니, 베티?"
베티가 그녀를 쳐다보았다.
 "제 삶요?" 더 많은 눈물이 베티의 얼굴 위로 흘러내렸다. 
"오, 아시잖아요." 그녀가 티슈를 허공에서살짝 흔들었다. "형편없죠." 그녀가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올리브가 말했다.
 "음, 말해봐. 듣고 싶구나."
베티는 여전히 울고 있었지만, 또한 더 많이 웃고 있었다. 그리고 말했다.
 "오, 그냥 삶이에요, 올리브‘
올리브는 그 말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음. 그건 네 삶이야. 중요한 거라고."
- P420

그들은 손주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어느 날 올리브가 이저벨에게 왜 캘리포니아에서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한다는 손자 이야기를 더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저벨은 그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처럼 턱에 손을 갖다댔다.
 "음, 손주들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에겐 지루할 것 같아서, 그리고 또・・・・・・ "이저벨은 이쯤에서 한숨을 쉬고 올리브의 거실을 둘러보았다 -그들은 번갈아가며 서로의 집을 방문했다.
 "그리고 또 손자를 그리 잘 알지는 못해요. 사실 올리브, 에이미는 나한테 잘해주지만 아이오와에 살고, 나는 이따금 자식이 그렇게 멀리에 가서 산다는 건 정말로 뭔가로부터 떨어져 있으려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이 경우에 그 뭔가는 내가 아닐까 하고요." - P450

그제야 올리브는 크리스토퍼가 왜 뉴욕에 사는지를 어느 면에서는 완전히 이해했다.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녀가 천천히 말했고, 고통이 그녀 안에서 그물을 짜듯 퍼져나갔다. 그리고 올리브는 에이미를 생각했다. 약간 차갑게 느껴졌던 이유가 이것이었다. 에이미는 어머니를 사랑하지만, 어머니와 가깝지는 않은 것이다. 어린 시절에 일어난 일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손자를 사랑해요."
이저벨이 말했다. 
"오, 사랑해요. 하지만 그애는 정말로 내 삶의 일부는 아니에요." - P450

올리브는 창가 의자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벌새 한 마리가 격자 울타리로 날아왔고, 이어 박새가왔다. 올리브는 이거벨이 한 말을 한참생각해본 뒤 조심스럽게 "엄마?" 하고 불러보았다. 바보같이 들렸다. 여든여섯 살 먹은 여자의 목소리로 불러보는 그 이름. 게다가 올리브는 어머니의 목소리로 대답할 수 없었다. 안 돼, 이건 안 되겠어.

그리고 한편으로 올리브는 이제 다른 층위의 상실의 슬픔을 느꼈다. 이저벨은 여전히 어머니를 어떤 형태로든 간직하고 있었지만, 올리브는 그렇지 않았다. 그녀는 앉아서 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러다가 잠시 뒤 일어서서 말했다.
 "쳇, 됐다 그래."
 하지만 누구한테 한 말인지는 자신도 몰랐다. - P456

그리고 헨리를 생각했다. 젊은 날 헨리의 눈에 깃들어 있던 다정한 눈빛, 그 다정함은 그가 뇌졸중으로 눈이 안 보이게 된 뒤에도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어딘가를 응시하며 휠체어에 앉아 있는 그의 얼굴에는 즐거운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녀는 잭을, 그의 영리한 미소를 생각했고 크리스토퍼를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그녀는 운이 좋았다. 두 남자의 사랑을 받았고, 그건 행운이었다. 운이 좋지 않았다면 그들이 그녀를 왜 사랑했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사랑했다. 그리고 아들도 다시 그녀에게 돌아온 것 같았다.
올리브는 깨달았다. 자신을 즐겁게 만들어주지 않은 것은 그녀 자신이었음을 그녀는 의자에서 조금 뒤척였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 P459

그래서 그녀는 앉아서 하늘과 하늘 높이 떠 있는 구름을 바라보았고, 시선을 내려. 장미꽃을 바라보았다. 심은 지 딱 한 해가 지났을 쀼인데도 그 모습은 참으로 놀라웠다. 그녀가 몸을 앞으로 내밀고 장미나무를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우와, 피어난꽃 뒤로 또 한 봉오리가 막 피어나려 하는 게 아닌가! 오, 그것을 바라보니 행복해졌다. 새로 맺은 싱싱한 봉오리의 모습. 그리고그녀는 뒤로 기대앉아 자신의 죽음을 생각했다. 놀라움과 두려움의 감정이 되돌아왔다.

그것은 올 것이다.
"그래, 그래."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거기 꽤 오래, 심지어 정말로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른 채 앉아 있었다.
- P460

마침내 올리브는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며 천천히 일어섰고, 테이블로 이동했다. 의자에 앉았고, 안경을 쓰고 타자기에 새 종이를 끼웠다. 몸을 앞으로 숙이고 자판을 톡톡 쳐서 한 문장을 타자했다. 그리고 한 문장을 더 타자했다. 종이를 빼내 쌓인 기억 위에 조심스럽게 올렸다. 방금 쓴 단어들이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내게는 내가 누구였는지에 대한 어떤 단서도 없다. 진실로 나는 한가지도 알지 못한다."

올리브는 지팡이로 땅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이저벨에게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할 시간이었다. - P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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