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여성해방의 전략을 위한 토론
3장에서는 빵과 장미의 정치 전망과 연결된 글을 모았는데, 주로 논쟁적인 방식으로 주제를 다룬다.
‘99%를 위한 페미니즘‘, ‘사회적 재생산‘ 이론, ‘엥겔스, 여성 노동자, 사회주의 페미니즘‘이라는 소제목 아래서 전진방향을 탐색한다. 필자들은 수잔 퍼거슨, 실비아 페데리치 등의 주장을 소개하며 논쟁적으로 문제의식을 전달한다.(들어가며 중 일부 발췌)


《99% 페미니즘 선언》 서평: 전략에 대한 토론

2018년 벽두, 미국에 기반을 둔 활동가들과 지식인들은 ‘99%를 위한페미니즘‘ 건설을 호소했다. 2011년 월가 점령 운동에서 영감을 얻은이 개념은 낸시 프레이저, 친지아 아루짜, 티티바타차리야가 작성한 선언으로 구체화돼, 2019년 3월 8일 발표됐다. [한국에서는 《99% 페미니즘 선언》(박지니 옮김, 움직씨)라는 책자로 2020년 3월에 번역·출판됐다.] 새로운 페미니즘 물결과 저자들이 제안하는 반자본주의 전망에 대해 몇 가지 우리의 의견을 밝힌다.
‘99%를 위한 페미니즘‘ 선언이 미국에서 쓰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2017년 미국은 페미니즘 운동 부활의 진원지 가운데 하나였다. 1월 20일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하던 날, 이를 거부하는 여성 행진에 수백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 P116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여성 살해, 성적 확대, 가해자의 형사 면책, 피해자에 대한 비난 같은 남성 폭력으로부터 촉발된 거대한 여성 시위가 터져 나왔다.
 대표적으로 아르헨티나의 ‘니우나메노스‘ (2015년), 이탈리아의 ‘단 한 명도 잃을 수 없다‘(2016년), 스페인의 ‘나는 너를 믿는다‘(2018년) 시위를 들 수 있다. 소셜 네트워크에서도 미국의 ‘미투‘(2017년 프랑스의 ‘그놈을 고발하라 (2017년) 같은 대규모 캠페인이 전개됐다.
 동시에 다른 운동도 활발히 펼쳐졌는데, 폴란드의 임신중지권 제한반대 시위(2016년), 아이슬란드의 임금 격차 항의 시위 (2018년), 아르헨티나의 임신중지 합법화 요구 시위 (2018년) 등이 무수히 많은 여성의 행동을 불러일으켰다. 페미니즘의 전망과 전략에 대한 토론이 계속 활성화돼온 연장선에서 이 선언이 나왔다는 점도 우연이 아니다. 저자들이 지적하듯이, 페미니즘 운동은 ‘갈림길‘에서 있다.

*니우나메노스 운동(Ni Una Menos) : ‘한 명도 더 잃을 수 없다‘라는 뜻으로 여성 살해를 규탄하는 전국적인 대중운동을 말한다. 아르헨티나 빵과 장미의 시위에서 구호로 쓰였다. - P117

반신자유주의와 반자본주의
XXX
체제 전반이 위기에 처하면서 신자유주의 헤게모니에 의문이 제기됐다. 한 줌밖에 안 되는 소수가 어마어마한 부를 누리고 훨씬 더 많은 인류가 비참한 삶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2011년 "우리는 정치인과 은행가에게 지배당하는 상품이 아니다"라고 했던) 스페인의 ‘5월 15일 운동‘, 그리고 이어서 ("우리는 99%이고 너희는 1%다"라고 했던) 미국의 ‘월가점령운동‘은 자신의 부모보다 삶이 나빠질 거라는 사실에 맞닥뜨려야 했던세대가 처음으로 자신을 정치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다.
2015년부터 거대한 여성운동이 시작됐다. 그리고 이런 맥락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젠더 불평등은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세계적 불평등과 분리해 해석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런 생각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여전히 명확하게 정의돼 있지 않다. - P119

"임금을 지불받는 노동의 중단은 영구적인 이윤 손실의 형태로 자본가들에게 타격을 가한다. 

무급 재생산 노동의 중단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만일 노동이 어린이나 나이 든 가족처럼 취약한 이들에 대한 돌봄노동의 형태를 취한다면, 중단은 가능한 선택일 수 없다. 만일 노동이 빨래나 청소처럼 생사를 가르는 문제가 아닌 경우라면, 여성이 나중에 그 일을 하거나 아니면 다른 이가 하게 될 것이다. 또는 아무도 하지 않는다면, 집이 점점 지저분해질 것이다. 기껏해야 남편이나 남자친구가 부끄러워하면서 여성이 하던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자본가들은 고통당하지 않는다. 아니 심지어 신경도 쓰지 않는다." - P127

"자본주의가 흐릿하게 감추려는 진실, 즉 이윤을 만들어내는 임금노동은 대부분 무급 노동으로 이뤄지는 사람 만들기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진실"이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자본주의사회의 임금노동제도는 잉여가치만 감추는 게 아니다. 자본주의의 성립이 가능해지는 조건인 사회적 재생산 노동이라는 출생 모반도 감춘다." - P129

저자들이 보기에 현재 진행 중인 자본주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사회적 재생산 위기다. 사회적 재생산이라는 개념은 앞에서 언급한 무급가사노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의료·교육 등 서비스 부문에서 주로여성이 수행하는 임금노동에 대한 착취를 매개해 사회적 재생산이 수행된다는 점을 포괄한다.

 사회적 재생산 위기가 갖는 세 번째 측면은제국주의가 만든 위계질서를 토대로 대도시에서 전문직에 종사하며 좋은 급여를 받는 진보적 여성들이 가사노동에서 스스로 ‘해방‘되기 위해 이주민, 유색인종 여성을 불안정한 조건으로 고용한다는 점이다. 그렇게 고용된 여성은 자신의 집에서 수행해야 할 가사노동을 누군가에게 떠넘겨야 한다. 고용된 여성의 딸이나 어머니는 어떤 종류의 급여도 받지 못한 채 자신의 형제자매나 손자 손녀를 돌보고 청소와 요리를 해야한다. 그들은 이 사슬에서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다.
- P129

다르게 말하자면, 반자본주의 페미니즘은 노동자계급의 페미니즘이자 노동자계급을 위한 페미니즘이어야 한다. 노동자계급은 자본주의가 자신을 작동시키기 위해 전략적 지위에 놓은 사회적 주체다. 

바로 이로부터 노동자계급은 동맹을 건설할 수 있다. 그 점을 분명히 하지 않는다면, 반자본주의 페미니즘은 개량의 지평선을 넘어설 힘이 없는 운동으로 용해되고 말 것이다. 물론 노동자계급의 가장 집중화된 부문이 객관적으로 혁명적인 잠재력을 현실화하려면, 자본에 억압받는 모든 부문을 (심지어 모든 계급을) 이끌려는 실질적이고 의식적인 의지를 수립해야만 한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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