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에서의 죽음> -토마스 만

대체로 독일 작가의 작품은 어렵게 느껴진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긴 하지만 그럼에도 헤르만 헤세의 작품은 소설 10여권, 에세이, 시집까지 꽤 많은 책을 읽었다. 토마스 만의 작품은 처음 20대때 <마의 산>을 보다 바로 포기! 도저히 진도가 안나가는 거다. 그래서 빠르게 포기했었는데 다른 작품이라도 읽어볼걸 하는 후회가 좀 든다.
얼마 전 스가 아쓰코의 <밀라노, 안개의 풍경>에 토마스 만의 <베네치아에서의죽음>을 번역하는 내용이 나오는거다. 그래서 다시 읽어볼 용기가 생겼다. 익숙한 지명들이 나와서 더 반갑다^^
슈바빙(헤세의고향), 트리에스테, 베네치아와 그곳의 궁전과 탄식의 다리, 잊을 수 없는 곤돌라...
작가의 개인적 체험을 바탕으로 이룰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과 사랑을 그린 공통점을 지닌 <베네치아에서의 죽음>,<토니오 크뢰거>가 수록된 책이다.

이렇게 잘 읽히다니... 처음 몇 장이 문제였나
역시 다 때가 무르익어야 책도 읽히는 것임을 실감한다~~


 하지만 그때 마침엔진이 다시 쿵쿵거리기 시작하면서 그감정에 깊이 침잠하는 걸 막아주었다. 목적지 가까이에서 멈췄던 배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해 산 마르코 운하를 지났다.
그래서 아센바흐는 그 감탄스러운 선착장을 다시 보았다.
배를 타고 다가가는 사람들의 경외심 어린 눈길에 공화국이 보여주는 환상적인 건축물의 눈부신 조합이 다시 들어왔다. 산뜻하고 수려한 궁전, 탄식의 다리, 사자와 성인의 조각상이 있는 물가의 석주들, 동화 속처럼 신비롭고 아름다운 사원의 화려하게 튀어나온 옆면, 성문에 이르는 길과 거대한 시계. 아센바흐는 이러한 광경들을 둘러보며 기차를 타고 베네치아 역에 도착하는 것은 뒷문으로 궁궐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 P39

처음으로 베네치아의 곤돌라를 타보거나 오랜만에 곤돌라에 오르면서 가벼운 전율, 은밀한 두려움과 두근거림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으랴? 발라드가 유행하던 시대부터 변함없이 전해 내려온 그 기묘한 탈것은 특이하게 까만색이었다. 모든 사물 중에서 오로지 관만이 그처럼 까만색이다.
까만 곤돌라는 물결이 찰랑이는 밤에 소리 없이 범죄를 저지르는 모험을 연상시킨다. 아니, 그보다는 죽음 자체, 관대(棺臺)와 음울한 장례, 침묵의 마지막 항해를 더욱 연상시킨다.
그러한 작은 배의 좌석, 관처럼 검은색 래커를 칠하고 흐릿한검은색 천을 입힌 팔걸이의자가 이 세상 그 어느 좌석보다도부드럽고 사치스럽고 푹신하다는 걸 사람들이 알까? 아센바흐는 곤돌라 사공의 발치에 앉아 그걸 깨달았다. 그의 짐은맞은편 뱃머리 쪽에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곤돌라 사공들은여전히 티격태격하고 있었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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