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는 사물의 확실함을 가진 강렬한 추억에서 나오고, 돌처럼 그것들이 느껴져야 비로소 글로 분출이 된다는 것. 그래서 늘 구체적인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 경험한 것만 쓸 수 있다는 것.

글을 쓰면서 느끼는 강력한 감각, 진짜 삶, 탐구의 시간, 있어야만 할 장소, 이르러야 할 완벽한 상태. 이런 감각은 대체 어떤 것일까? 너무 궁금해!

[세월]을 다시 읽는다면 이젠 끝까지 읽을 수 있을 거 같다. 책 읽기도 다 때가 있는 법이다.~~



MP.:『남자의 자리』 그리고 당신의 다음 작품들이놀라운 점은, 늘 구체적인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거예요.
A.E : 20년 전에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을 거예요.
이제는 추상적인 것, 물질적인 형태가 없는 것들은 문제가 있어 보여요. 추상적인 것이 구체적인 이미지 형태로 나타나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죠. 저는 저를아이디어로 이끄는 내면화된 시각적인 이미지, 또 현실의 이미지만을 가지고 글을 쓰거든요. 아이디어, 아이디어는 먼저가 아니죠. 그것은 나중이에요. 예를 들 - P88

자면 아이디어는 정말 사물의 확실함을 가진 강렬한 추억에서 나와요. 추억은 사물이에요. 단어도 사물이죠. 돌처럼 그것들이 느껴져야 해요. 어느 순간이 되면 페이지에서 이동하는 것이 불가능해야 하고요. 만약 그 상태가 되지 못한다면 저에게 이 단어와 문장이라는 물질은 적합하지 않은 것, 근거가 없는 것이 되죠. 이 모든 것은 상상의 세계에 속해 있어요. 물론 글에서의 상상의 세계를 말하는 것이고요. 저는 글을 쓴다는 것이 강바닥에 있는 돌을 꺼내는 일과 같다고 생각해요.
바로 그거죠. - P89

M.P. : 그렇다면 어떤 면에서 당신은 프루스트와 비슷한 건가요?
AE. : 네, "진짜 인생, 마침내 드러난 밝혀진 인생, 실제 경험의 결과로 나온 유일한 인생은 바로 문학이다" 라는 프루스트의 문장은 저에게 자명한 이치죠.
 드러난, 밝혀진 인생, 이 표현이 중요한데, 사람들이 이 문장을인용하면서 자주 잊더라고요. 문학은 인생이 아니에요. 문학은 인생의 불투명함을 밝히는 것이거나 혹은 밝혀야만 하는 것이죠. - P103

철학자 클레망 로세는 이렇게 말했어요. 당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마세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저는 글을 쓰면서 저의 내면을 보는 것 같진 않아요. 기억 속을 들여다보죠. 이 기억 속에서 사람들을 보고, 길을 봐요. 말을 듣고, 이 모든 것들은 저의 외부에 있죠. 저는 카메라일 뿐이에요. 그저 녹화를 하는 거죠.
글쓰기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 기록되었던 것들을 찾으러 가는 데 있어요. 텍스트를 쓰는 거죠. 그러나 가끔 언제 어떻게 글이 끝이 났으며, 언제 어떻게 써진 것인지 스스로 물을 때가 있어요. - P109

M.P. : 글을 쓰지 않고 살 수 있으세요?
A.E. : 저는 머릿속에 글에 대한 계획이 없으면, 혹은 계획이 너무 모호하면 진짜 삶을 살지 못해요. 탐구의 시간이라고 하지만 진짜 삶은 아니죠. 진짜 삶은 제가 책 안에 있을 때, 그것을 끝내리라는 것을 알고 있을 때예요. 그때는 정말 사는 것 같아요. 잘 사는 것 같죠. 잘산다는 것은 머릿속에 늘 책을 생각하면서 사는 거예요. - P110

 모든 게 책과 연관되어 있죠. 책을 쓰는 것과 현실 세계와의 지속적인 관계요. 사실상 저에게는 그 둘 사이에 있는 모든 것들이, 글을 쓰기 위한 기다림이죠.
[세월』같은 책은 문자 그대로 저를 사로잡았어요.
그러니까 몇 년 동안 글에 갇혀 버렸죠. 그렇지만 제약의 느낌은 전혀 아니었어요. 오히려 반대로 이 영향력이 강력한 감각을 나오게 했죠. 제가 있어야만 하는 장소에 있었던 거예요. 책이 끝나지 않는 한 항상 바꾸고 고칠 것이 있으며, 이르러야 할 일종의 완벽한 상태가 있어요. 그것에 이르는 것이 숙제이죠. 이 숙제는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고요? 저도 몰라요. - P111

 그러나 글을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죠. 그것은 하나의 상태예요. 의식의 상태, 이전처럼 생각할 수 없게 만드는 특별한 상태이죠. 가끔은 스스로에게 물어요. 내가 전에는 어땠었지? 이 의무감이, 이 욕망이 없었을 때는? 그런데 그게 언제일까요? 스무살 때부터 이 욕망을 가지고 살았는데. 이 욕망을 죽인 적도 있었죠. 『얼어붙은 여자』를 쓰고 난 후처럼, 더는 글을 쓰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어요. 이제 그런 생각은 절대 하지 않아요. 어쩌면 그게 더 나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 P117

움직이게 하는 것, 다르게 보게 만드는 것은 형식이죠. 이전의 형식, 미리 설정된 형식으로는 다르게 볼 수없어요. 1950년대와 1960년대 사이에는 공산주의에 영향을 받은 현실주의 문학이 있었죠 - 예를 들자면 앙드레스틸 - 전혀 멋을 부리지 않은,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스스로 금지한 문학이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지막에 프루스트는, 샤르댕에 관하여 엘스티르처럼",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것을 단념할 때만
그것을 다시 만들 수 있다"고 썼죠. 우리는 우리가 존경하는 작가들과 다르게 써야만 해요. - P137

이제는 같은 구멍을 파고 있는 느낌이에요. 제 책들은 모두 다르지만 하나로 모스는 무엇인가가 있죠. 그것들을 모으는 것이 무엇인지, 제 책들이 무엇인지를 아는 데 제가 더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에요. 책에 대해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언젠가 프라하에서 열린 컨퍼런스가 끝날 때 즈음에 저를 초대했던 문화 고문관의 발언에 놀란 적이 있어요. 그는 "그녀는 자신의 책에 대해 전혀 말할 줄 모르는 군요"라고 말했죠.
분명 그의 말이 옳았을 거예요. 책에 대해 말하는 것이 저에게는 어려워요. 특히 호의적으로 만드는 것은 더어렵죠.

 글쓰기가 무엇인지를 말하는 것은 조금 더 잘할 수 있어요. 만약 누군가가 저를 최후의 참호로 몬다면, 그래도 스스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가장 잘 느끼는 곳은 역시 거기이니까. 저만의 진정한 장소이죠.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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