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책 반납하러 가는데 그냥 보내기 아쉬워서 살짝 남겨본다.
아무리 시간이 지났어도 잊히지 않는 모습이다.
타워크레인 위로 올라가는 밥과 물...

마지막 시 ‘해가 뜬다‘도 기록해 둔다.


해가 뜬다

해가 뜰 땐
당당해야 해.
거짓말하지 말아야 해.
약한 사람 괴롭히면 안 돼.
(176면)


-85호 크레인

꿈에 85호 크레인이 나왔어. 무서운 사람들이 쫓아와서 막 도망갔어. 다리도 아프고 숨도 찬데 아무리 찾아봐도 숨을 곳이 없었어. 그만 포기할까 하고 있는데 비상구가 보이는 거야. ‘어, 여기 비상구가 왜 있지?‘ 잽싸게 들어갔어.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환해져서 눈이 아팠어. 눈을 비비고 주위를둘러보니 노란, 빨간 작은 꽃들이 피었고, 살랑이는 바람 속에서 째르르 짹짹 새소리가 들리고, 바위들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르고 있는 거야. 정신없이물을 마시는데 앞에 누가 있네. 처음엔 개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호랑이인 거야. 호랑이에게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보니, 85호 크레인이라는 거야. 처음엔 미친 호랑이인 줄 알았어. 어, 근데 고개를 들어보니 하늘로 뻗은 크레인이 보이는 거야. 우아! 멀리서만 볼 수 있었던 그 크레인에 들어온 거야. 김진숙 이모를 보려고 후다닥 크레인 위로 올라갔어. 김진숙 이모는 즐겁게 누군가와 통화하고 또 통화하고 너무 바빠서, 아무 얘기도 하지못하고 내려왔어. 여자들은 오래 전화하는 걸 좋아하잖아. 그래서 호랑이랑크레인 아래위로 뛰어다니면서 재미있게 노는데, 어 근데 좀 이상한 거야. - P170

크레인에는 전기도 안들어오고 밥도 아래서 올려주어야 먹을 수 있고 여름엔 무지무지 뜨겁고 겨울엔 쌩쌩 찬바람이 불어 춥고 가만히 있어도 흔들흔들 무섭다는데, 이 크레인에는 근사한 집들도 있고 안테나도 있어. 텔레비전도 실컷 보고 인터넷도 하고 아름다운 나무와 풀들이 자라고 만나는 사람들 모두가 하하 웃으며 즐겁게 지내고 있었거든. 그래서 호랑이한테 어떻게된 거냐고 물어보니까. 호랑이가 "바보, 꿈이니까 그렇지!" 하면서 "어흥!" 하는 거야. 그 바람에 깜짝 놀라 꿈에서 깼단다. 무슨 이런 꿈이 다 있지?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같이 실컷 재미있게 놀다가 갑자기 어흥 하고 달려든 호랑이는 좀 이해가 안 돼.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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