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신성한 물건이었습니다
저는 항상 읽는 어머니의 모습을 봐 왔죠. 어머니는바쁜 와중에도 읽을 시간을 냈어요. 가게의 벨소리에 읽기를 멈춰야 할 때면 마른행주나 다림질거리 밑에 책, 신문을 감추셨어요. 아마도 한가한 사람으로 보이는 게 두려웠던 것 같아요. 저녁에는 침대에서 조금 독서를 하셨지만 아버지가 불빛 때문에 불평을 하셨죠.
어머니의 독서 욕구는 매우 폭이 넓었는데, 무엇보다 작품들의 가치 차이를 모르셨기 때문이에요. 책에 대해서 이야기할 줄도 모르셨고요. 좋거나 혹은 싫거나, 그게 다였죠.  - P57

물론 그것만은 아니죠. 독서에 대한 아버지의 무관심과 무심함 - 적당한 표현을 찾아보려 했어요 - 에는 근본적인 무엇인가가 있었어요. 저는 남자의 자리』에서 언젠가 아버지가 책이 너에게는 유익한 것이지만, 내가 사는 데 필요하지는 않아"라고 말씀하셨다는이야기를 썼죠. 그것은 저를 거부하는 문장이었고, 아버지와 저 사이에 메울 수 없는 커다란 격차가 있음을나타내는 문장이었어요.  - P61

 그것이죠. 어느 순간 부모와 자기 자신 사이에 혹은 어떤 때는 형제자매 사이에 갑자기 나타나는 문화적인 격차 커다란 고독과 고통의 영역의 어떤 것. 저는 그것을 16, 17살에 경험했어요. 아버지 역시 같은 방식으로 그것을 겪었을 수도 있다는생각은 하지 못했죠. 어쩌면 아버지는 제가 공부를 오래 하지 않았으면 했을지도 몰라요. 부모님과 문화적으로 분리된 자식들의 고통은 부모들이 자식들이 더 교육받는 것, 그러므로 더 행복해지는 것, 그들보다 더나아지는 것"을 - 너는 우리보다 더 나을 거야", 저는 - P61

항상 이 말을 들어왔어요 - 최고로 바라면서 동시에 그들이 알고 있던 아이 그대로 남아 주기를, 그들과 같은 것에 웃을 수 있기를, 그들과 같은 티브이 프로그램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나오죠. 아이들을 도중에 잃지 않기를 바라는 거예요. 배우는 것과 그대로 남아 있는 것, 이중적인 제약이 있죠. 저의 고통은 제가 할 수 없다는 것에 있었어요. 나눌 수 없는 것이 너무 많았죠. 특히 아버지와.
 어머니라면 "내가 사는 데 책은 필요하지 않아" 같은 말은 절대 하지 않으셨을 거예요.
아버지는 그 말을 사실주의적으로 냉정하게 말씀하셨죠. ‘산다‘라는 본래의 의미로 봤을 때, 일로 생계를 이어가는 데 있어서 아버지에게는 책이 필요하지 않았던거예요 아버지 안에 그런 욕구가 생기지 않았던 거죠.
- P62

M.P. : 당신에게 문학은 어떤 역할을 했나요?
A.E : 양면성을 가진 역할이죠. 독서는 상상의 장소였어요. 그곳에서 저는 강렬하게 살았죠. 동시에 주로 저의 세계와 정반대되는 사회적인 모델을 제공하면서 어린 시절의 현실 세계와 저를 갈라놓기도 했어요. 저는 모든 책 속에서 스스로를 완전히 비현실적으로 만들었고, 이 비현실성은 제가 지식을 획득하는 데 아주 놀라운 역할을 했죠. 단지 읽으면서 - 어린이용 서적들을 포함해서 - 라디오밖에 없었던 시절, 다른 곳에서 배울 수 없는 수많은 것들을 배우게 됐어요.
 저는 연극 공연장에도 극장에도 가지 않았죠. 책은 세상을 향한 문이었어요. 저는 저의 규범과 도덕적 룰의 많은 부분이 독서에서, 주인공과 자신의 일체화를 통해서 나온 것이라고 확신해요. 제인 에어가 그랬고, 스칼렛 오하라가 그랬죠. 다른 주인공들도 있고요.  - P63

MP. : 당신은 『제인에어』의 인물과 자신을 많이 동일시하는 것 같아요. 어머니 때문에 그 책을 읽게 되신 건가요?
A.E : 어머니예요. 어릴 적 끔찍한 중학교에 보내졌던 제인 에어와 저 자신을 심하게 동일시했던 것을 기억해요. 성인이 된 제인 에어, 로체스터 씨에 대한 그녀의 반응을 이해하는 게 더 어려웠어요. 그 책에 대해서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눴던 것도 기억하죠. 제인 에어가 마치 실제 인물인 것처럼 아주 단순하게, 행동이 바르고 똑똑하다고 말했어요. 10년 전에 그 책을 다시 읽으면서, 등장인물이자 화자인 제인이 생각하는 방식이 저에게 얼마만큼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발견하고 놀랐어요.  - P64

예술은 우리가 그것이 우리에게 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까지도 말해줘요. 그게 예술의 힘이죠. 문학의 힘이고, 영화의 힘이고, 미술의 힘이에요. 음악은 조금 더 복잡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마찬가지죠.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물려받았는지 알고 싶다면, 우리를 구성하는 내면의 박물관에 있는 작품들을 모아야 해요. 저는 어떤 것에도 영향을 받지 않은, 받은 적이 없는 존재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없죠. 그런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 P66

*저는 글을 쓰는 여자가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여성이라는 정체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었어요. 글을 쓰면서 그런 자각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며, 여성이라는 정체성으로 돌려보내지는 것이 고통의 원천이자 특히 저항의 원천이기 때문이죠. 여성들은 항상 숨겨진 남성 패권주의의 존속을 정당화하기 위해 여성들의 정체성으로 되돌려 보내졌어요. 2000년대에 여성으로 사는 것이 1950년대에 여성으로 사는 것과 다르다고는 해도 이 지배는 계속되어 왔고, 문화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여성의 혁명은 일어난 적이 없죠. 여전히 해야 할 일이에요. - P69

페미니즘과 관련하여 저의 첫 번째 모델은 제 어머니였어요. 저를 키우는 방식, 세상을 사는 
방식, 열정적인, 무슨 일이든 누구든 자신에게 강요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방식에 있어서 그랬죠.
 어머니는 저에게 집안일을 도와 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어요. 단 한 번도 없었죠. 가게 일도 마찬가지고요. 15, 16살부터 겨우 이부자리만 정리하면 됐죠. - P70

저는 제가 받아 온 교육과 [제2의 성]이라는 이 이중의 영향이 1968년 이후에 널리 퍼졌던 여성 문학이라는 개념으로부터 저를 대비시켰다고 생각해요. 저는 누군가 자신의 몸으로, 여성의 몸으로 쓴 것을 읽고 들었죠. 저는 제가 글을 쓸 때, 피부와 가슴과 자궁으로 쓴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러나 머리로, 그것이 전제로 하는 의식과 기억과 단어에 대한 투쟁으로 쓰죠! 단 한 번도 자, 나는 글을 쓰는 여성이다. 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저는 글을 쓰는 여성이 아니라 글을 쓰는 사람이죠. 그러나 남성과는 다른 여성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요. 이 역사는 피임과 낙태의 자유가 있기 전이며, 출산에 속박된 최악의 역사였죠. 세상에서, 일상에서 여성들이 경험한 것들은 남성들의 그것과는 달라요. - P71

사실상, 한 여성에게 난관은 - 저는 그렇게 느끼고 있지 않지만 - 여성 자신의 경험을 쓰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관철시키는 것이죠. 더욱이 인정받는 교육되어온 문학은 - 그러니까 본보기로 삼는 - 95%가 남성적이며, 오늘날에도 출산과 같은 여성 특유의 경험들은 단 한 번도 인정받지 못한 반면에, 전쟁과 여행처럼 남성적인 경험에 속하는 글쓰기의 주제들은 대단히 인정받고 있어요. - P72

그렇다고 해도 제 생각에 글쓰기에서 효력을 나타내는 차이는 성별보다는 사회적 본성인 것 같아요. 남성이든 여성이든, 사회적인 출신이 결정짓죠. 서민 출신 혹은 그 반대로 특권층일 때, 우리는 같은 방식으로 글을 쓰지 않아요. 그것은 분명히 글쓰기에 있어서 여전히 가장 강력한 구성요소로 남아 있죠.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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