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아니 에르노의 책을 읽을 땐 아버지가 한편으론 몹시 난폭한 분이었나 보다 싶었는데 - 왜냐하면 칼을 들고 어머니를 위협하는 내용을 봤었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론 딸과 여행도 가시는 다감한 분이셨고 - 사실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성격이 반대였던 거다.
  아버지는 온화하고 어머니가 질투할 정도로 딸을 편애 하셨으며, 어머니는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셔서 딸의 버르장머리를 고치려 애쓰셨고(따귀를 때리는 등) 아버지는 딸과 많은 시간을 보내셨으며 가족의 식사를 준비하셨고 심지어 딸과 둘이 버스를 타고 여행도 가셨다.
그럼에도 작가는 어머니에게서 인생의 더 많은 부분을 배우고 의지하고 믿었던거 같다. 그리고 배움은 짥았지만 교육열은 높아서 책 읽기에 관한 한 작가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고 어머니 자신도 책읽기를 좋아하셨다고 한다. 이런 일화를 작가의 입을 통해 들으니 프랑스의 어머니도 한국의 어머니와 다르지 않게 엄청난 교육열을 가지고 계셨으며 그것만이 신분 상승의 유일한 기회라는 것을 인지하고 계셨단 것에 감사함을 가질 수 밖에 없단 생각이 들었다.
  아니 에르노의 어머니도 <사나운 애착>의 비비언 고닉의 어머니도 딸이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바로 설 수 있도록 격려하셨고, 본인들은 인지하지 못하셨겠지만 페미니스트의 길을 실천하신 분이었던 거다.  정말 놀라운 분들이시다.


A.E : 제 부모님들은 전통적인 모델에 전혀 속하지않는 분들이셨죠. 정확히 그 반대였어요. 아버지는 여성스럽다고 일컬어지는 장점을 갖고 계셨고, 어머니는 남성적이었죠. 아주 일찍부터 부모님의 관계를 그렇게느꼈어요. 아버지는 온화하셨고 저와 노는 것을 좋아하셨는데, 어머니는 그것을 질색하셨어요. 아버지는 매우 유쾌하셨고 아이들을 좋아하셨죠. 어린 시절 내내 극성맞은 아빠 역할을 맡으셨어요. 제가 아플 때는 아버지가 책을 ‘리제트‘ 이야기를 읽어 주셨죠. 저를 자전거에 태워서 학교까지 데려다준 것도, 저를 데리러 학교에 왔던 것도 아버지였고요. 어머니는 무섭고 매우 권위적이셨어요... 어머니가 곧 법이었죠. 그러니까 저는 아버지가 하라는 대로가 아니라 어머니가 하라는대로 행동해야 했죠. - P39

 어머니는 독서를너무 좋아하셔서, 그녀에게 독서의 연장 선상은 자신이 직접 글을 쓰는 것이었어요. 그러나 어머니는 곧바로 학업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생활하는데 직업이 필요하다고 덧붙이셨죠 물론 「빈 옷장」은 어머니가 바라는 저의 책은 아니었을 거예요! 화자의 이름이 드니즈이지만, 어머니는 행간을 아니 모든 문장의 행을, 제 머릿속에 있던 것들을 읽어 내셨죠. 어머니는 제가 불법 - P50

낙태를 했다는 것을 약간의 의심을 하긴 했지만 이전에는 절대 알지 못했죠 - 확신하셨어요. 당연히 카페 겸 식료품점을 알아보셨고요 그러나 그 책을 읽고- 하룻밤 만에 다 읽으셨던 것 같아요. 그날 저녁 늦게까지 어머니의 방문 밑으로 불빛이 새어 나왔거든요.
- 어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죠. 전혀 말씀이 없으셨어요. 저도 어머니께 묻지 않았고요.
제가 보기에, 어머니는 그것이 우리가 계속해서 서로 가깝게, 보복 없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가장 적절한태도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저와 싸우지 않아도 되는 합리적인 태도요. 우리 두 사람 모두, 순수 소설인 것처럼 행동했죠. 저도 그렇게 제 책을 소개하려고 했어요. 그 책이 나왔을 때, 어머니는 이브토에서 멀리 떨어진 안시에서 살고 계셨어요. "당신인 걸 알아봤어요"
라고 말할 이웃들도 손님들도 더는 없었죠. 그러니까 사회적으로 문제가 덜 했던 거죠 저는 어머니의 반응을 그렇게 분석하고 있어요. 자식의 책에 대한 부모들의 태도는 부분적으로는 그들이 상상하는 주변 사람들의 의견에 달려 있죠.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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