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이십 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내가 살던 무렵만 해도 밀라노 사람들은 런던의 안개 따위 밀라노에는 명함도 못 내민다며 자부심이 대단했고, 런던을 잘 아는 이탈리아 친구들도 그 사실을 인정했다. 해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11월이 되면 눅진하고 정겨운 잿빛 안개가 찾아든다. 아침에 눈을 떠바깥 차 소리가 어쩐지 먹먹하게 들려오면 아, 안개인가 싶다. 눈 오는 날의 고요한 분위기와도 다르다. 아침이 되면 안개에 젖은 매연이 자동차 몸체에 착 들러붙는다. 그런 날이 며칠씩 이어지다보니 겨울에는 아무리 세차를 해도 소용이 없다. 밀라노 차는 더러워서 어디를 가나 금세 알아본다며, 사람들은 그런 일로도 은근히 안개를 자랑한다. - P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