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말로 표현하라면 절대 안될 것 같다. 여러번 읽어서 좀 기억해 두어야겠다.
2부 여성의 눈으로 다시 보는 인권
-무엇이 인간의 권리인가?

성매매에 반대하는 여성들의 입장을 ‘(비장애)여성 이기주의‘, ‘장애인차별‘, ‘비장애인 중심주의‘의 일환으로 보는 일부 남성 장애 인권운동가의 전제는 모든 인간에게는 같은 인권이 있으므로 장애 남성도 비장애 남성처럼 성을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다음의 세 가지 측면에서 ‘보편적 인권‘에 위배된다.
첫째, 사회가 장애 여성의 성적 권리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는 점에서, 장애 여성이 남성의 성을 살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는 점에서, 이 입장을 남성과 여성을 모두 포함하는 보편적인 장애 인권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또한 인신매매되어 감금 성매매를 강요당하는장애 여성이 있다는 점에서, 장애 남성들의 이러한 주장은 같은 장애여성을 억압하는 것이기도 하다. - P175
둘째, 이러한 주장은 인간의 성 활동(여기서는 성매매), 섹슈얼리티가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이고 생물학적인 것이라고가정하고 있다. 만일 장애인을 위한 사회복지시설을 확충한다면, 교육·문화·의료·직업 훈련 등의 시설이 우선적으로 필요할까? 성매매시설이 우선적으로 필요할까? 이에 대한 대답은, 한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에 의한 판단과 선택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다시 말해, 여성의 성을 사는 것이 본능이기 때문에 장애 남성의 인권을 위해 성매매시설이 당연히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성매매 시설 필요 여부는 사회적선택이라는 것이다. 사랑이든 성폭력이든 성매매든, 성과 사랑에 관한인간의 실천은 특정한 제도와 규범에 의해 형성된 것이지, 자연 발생적인 것이 아니다. 성매매는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선택하지 않으면 사라질 수도 있는 사회적 관행의 하나일 뿐이다. - P175
셋째, 위와 같은 일부 장애 남성들의 주장은, 비장애 남성으로부터받는 차별을 비판하기보다는 비장애 남성의 ‘남성다움‘, "정상성을 욕망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비장애인 남성이 누려 왔던 권력이자 잘못인 성폭력, 성매매를 장애 남성도 똑같이 하는 것이, 장애 남성과 비장애 ‘남성의 평등‘인가? 이런 식의 논리대로라면, 양성 평등은 여성도 남성이 저질러 왔던 살인과 전쟁, 고문, 폭력을 똑같이 하겠다는 것이고, 장애 여성과 비장애 여성의 평등은 장애 여성도 비장애 여성처럼 남성의 성적 대상이 되자는 주장이 될 것이다. 비장애 남성의 성기 중심적인 섹슈얼리티가 인간의 섹슈얼리티를 대표하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이나 장애인들은 기존의 성을 실천할 몸이 없는 성적 타자들이다. 때문에 이들은 성적 주체가 아니라 남성을 위한 성적 대상이거나 무성적(asexual) 존재로 간주되어 왔다. 장애여성, 비장애 여성, 장애남성은 비장애 남성 섹슈얼리티의 ‘공동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 P176
섹슈얼리티와 관련한 인권 개념의 재구성은, 이제까지 지배 규범이었던 비장애 남성 섹슈얼리티를 "우리도 똑같이 하자."는 것이 아니라 성적타자들이 연대하여 대안적인 성 문화를 생산할 때 가능하다. 즉, 남성의 ‘성을 살 권리‘를 비판하지 않는 상태에서는, 비장애 여성의 인권과 장애 남성 인권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이다. 대안적 인권 개념을 고민하기 위해서는 기존 인권 개념의 확대 적용에 그치지 않고, ‘무엇이 인간의 권리인가?‘에 대한 새로운 물음이 요구된다. 이제까지와는 다른차원의 정치적 상상력과 언어가 필요한 것이다. - P176
그러나 성적 자기결정권은 성폭력이 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성별 제도, 젠더라는 사회적 구조에서 발생하는 범죄라는 여성주의의 주장과모순된다. 여성이 성적인 권리를 스스로 결정, 선택해야 한다는 논리에서는, 성폭력 피해의 책임 역시 여성이 지게 된다. 이때 성폭력은 (본래부터)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 남성과 (투쟁으로 획득한)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 여성, 두 사람 사이에서 발생한 개인적인 문제가 된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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